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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즐거워 - 트럭 타고 아프리카로 떠난 그녀
오다나 지음 / 이른아침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하루하루 살기 바빠 즐거운 게 무엇인지 순간순간  잊고 사는 요즘이다. 나 요즘 행복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살 때쯤 이책을 만났다. <미치도록 즐거워!> 마지막 느낌표까지 팍팍 와닿는 강렬한 제목, 그리고 왠지 보기만 해도 즐거운 제목이다. 미치도록 즐겁다니! 대체 어떻게 하면 그냥도 아닌, 말그대로 미치도록, 그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심드렁한 나날을 보내지만 마음속은 끓어오르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유혹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미치도록 즐거워!>는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여행 중 하나인 '트럭 투어'를 통해 아프리카를 둘러본 여행에세이다. 최근들어 아프리카를 여행한 이들의 책들을 몇 권 만나본 터라 트럭 투어,라는 여행 시스템이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껏 책에서는 대부분 며칠짜리 단기간 코스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책은 아프리카 여행의 주수단을 트럭 투어로 하고 있다는 점이 색달랐다. 물론 주코스는 트럭 투어로 다녀온 곳이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짐바브웨와 트럭 투어가 끝나는 종착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저자의 개인 여행기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사실 얼마전까지 아프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동물의 왕국'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곳을 뛰어다니는 야생동물들의 모습, 어렸을 때 티비에서 보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선입견을 심어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또한 아프리카하면 기아와 에이즈를 빼놓을 수가 없다. 봉사활동을 떠난 이들을 통해 보여지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가난과 처참함, 늘 그랬다.

그 덕분에(?) 머리가 제법 굵어서도 아프리카는 가난하고 무섭고 야생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자연의 세계인줄 알았다. 티비에서 누군가 아프리카에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렇게 무서운 곳을! 에이즈나 말라리아의 위험은 어쩌라고! 치안이 불안정하다던데!! 등의 말들을 내뱉곤 했다. 무지의 힘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반대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보고 휴전선이 있어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무서운 곳이래!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동안 나는 아프리카에 대해 그와 비슷한 편견에 싸여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를 여행한 에세이들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게 됐다. 물론치안이 불안하고 말라리아 같은 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사진 속의 아프리카는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의 순수한 모습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세상에나, 하늘이 그런 빛깔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이렇게나 화창하고 맑은 날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풍광을 뽐내는 아프리카의 사진들에 그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더불어 아프리카의 사람들과 도시들을 보면서, 부끄럽지만, 그곳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기도 했다.

이책 <미치도록 즐거워!> 또한 그런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이 담겨있다. 트럭 투어를 한 덕분에 주로 아프리카의 자연들이 그 배경이고, 그곳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현지인보다는 함께 트럭투어를 하는 외지인들과의 접촉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아프리카라는 낯설고도 황홀한 땅으로 떠난 이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론 즐거운 일이었다.



 


이책을 통해 '트럭투어'라는 여행상품을 처음 알게 됐다. 그전에 아프리카 여행 관련 책들을 통해 사바나 투어나 원주민들의 마을에서 며칠 머무는 여행 패키지에 대한 언급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여행 전체를 트럭을 타고 하는 상품이 있는지는 몰랐었다. <미치도록 즐거워!>는 아프리카에서의 대부분의 일정을 트럭투어로 다녀온, 그래서 트럭투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아프리카 여행 에세이다.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으려고 읽기 시작한 책에서 트럭 투어에 대한 정보까지 함께 얻은 셈이다.

트럭투어는 말그대로 버스처럼 개조한 트럭을 타고 여행을 하는 건데, 여행자의 일정에 맞춰 투어의 중간 지점에서 합류하거나 빠질 수가 있단다. 트럭투어는 여행 내내 트럭을 타고 움직인다는 점과 함께 여행하는 일행과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트럭투어 일정 내내 음식이나 청소 등을 여행자들이 함께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여행이 우울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처럼 몇몇 마음 맞는 친구와 의기투합한다면 기대 이상의 멋진 여행이 될 수도 있는 것이 트럭투어다.

저자는 짐바브웨에서 트럭 투어를 시작해 보츠나와와 나미비아를 경유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덜컹거리는 트럭, 정확히 말하자면 트럭을 개조한 버스에 가까운 차를 타고 끝없이 달리고, 잘 씻지도 자지도 먹지도 못하는 등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그 모든 불편을 견딜 정도로 즐거운 것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어느새 이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저자가 손가락을 치켜 세웠던 짐바브웨의 빅폴 화이트워터 래프팅이나 빅토리아 폭포, 보츠나와의 오카방고델타, 나미비아의 스피치코프 등은 이미 내게 찜을 당했다.



 


아프리카 트럭 투어에 대해 정보가 희박한 국내 여행자들을 위해 책 중간중간과 말미에는 나라별 정보와 아프리카 트럭 투어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실어 놓았다. 책의 말미에는 아예 따로 꼭지를 마련해 아프리카 트럭투어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들이 담아두었다. 여행 떠나기 전 모은 정보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지식이 더해져 인터넷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알짜 정보라고 저자가 자신하니 아프리카 여행을, 특히 트럭투어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가슴 콩닥이며 아프리카로 떠났던 그녀를 따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친구들이 모인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의 이곳저곳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곳곳을 다닌 덕분에 그곳의 풍성한 자연을 넉넉하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트럭 투어는 현지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그곳 사람들의 삶을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대신 꿩 대신 닭이라고, 아프리카 사람들 대신 아프리카를 경험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



 


여행은 즐겁다. 그것은 가슴 설레며 즐거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일이다. 서른의 나이에, 잘 나가는 직장도 그만두고,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신랑마저 남겨두고 그녀를 아프리카로 달려가게 한 것 또한 그런 여행의 유혹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아프리카로 떠난 그녀. 그녀따라 떠난 아프리카 트럭 투어, 이책을 읽는 동안은 정말이지 미치도록 즐거웠다! 덕분에 나 또한 그녀처럼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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