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 온다.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을 때 단 며칠이라도 좋으니 여행을 떠나보라.
망설일 이유는 없다.
자기 자신을 믿고 배낭을 싸면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책 앞쪽 날개 저자소개 밑)


떠나자!
지금 바로 배낭 하나 챙겨메고 길을 나서자!
길 위에 서는 순간 당신은 새롭게 태어나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 몸으로 외쳐대며 독자를 마구 충동질하는 고약한(?) 책이 있으니 그건 바로 이 책 박준의 여행자 인터뷰집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먼저 읽어본 분들의 충고처럼,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떠남'에 대한 부추김이 너무 심해 지금 당장이라도 배낭 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울컥~ 솟아오른다. 그러나 그 갈망은 방바닥에 늘어져있는 나의 귀찮음을 이기지 못한 터라 나는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컴 앞에 앉아 애꿎게도 주먹만 불끈불끈 쥐어댄다. 사실 귀찮음보단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하는게 좀 더 정확하지만 말이다.


-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는데… 머리를 감는데 내가 매일매일 머리를 감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출근하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머리를 감아야만 하는구나. '매일매일'이라는 것이 답답했어요.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34쪽)

특별한 일 없이 붕어빵처럼 비슷한 일상이 한 순간 견딜 수 없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우린 '여행이란 떠남'을 꿈꾼다. 그러나 그 '떠남'은 항상 마음일 뿐, 우리는 곧 다시 일상속으로 녹아든다. 마음속에는 깊이 여행에 갈망을 심어둔 채로. 그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길을 나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항상 처음이 어렵다고. 무슨 일이든 '처음'이란 그 관문만 넘어선다면 별 일 아니라고. 당신도 '여행'이란게 별로 어려운,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라고 말이다.


- 한국에 있으면 긴장감 없는 생활을 하잖아요. 아침이니까 눈 뜨고 점심 때 밥 먹고 일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대충 놀고, 그런 생활이잖아요? 그런데 여행을 오면 달라져요. 무엇 하나라도 더 느끼려고 하고, 무엇 하나라도 더 보려고 노력해요. 모든 것을 혼자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자칫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긴장하게 돼요. 그처럼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긴장감이 좋아요. (125쪽)

- 여행은 내 몸으로 다양하게 경험해 내 영혼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한 뼘 정도였다면 여행은 두 뼘 만하게, 세 뼘 만하게 넓혀주는 것 같아요. 마음에도 조금씩 더 여유가 생긴다고 할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여행에서 겪는 어떤 경험도, 심지어 나쁜 경험까지도 모두 소중하고 여행도 사는 것도 편해졌어요. (67쪽)

진정 여행을 아는 자는 배낭여행을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멋지게 차려입고 자동차 타며 호텔에서 묵고 백화점에 쇼핑하는 건 여행이 아니다. 그건 관광이다. 여행이랑 현지인들과 직접 부딪치며 그들과 소통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느껴보며 이해하는 것, 이 정도는 되어야 여행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기 전까지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EBS에서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 방영한 장기배낭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on the road>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이 다큐가 EBS에서 방영된 뒤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과 성원에 힘입어 나온 것이 이 책이라고 하니 '떠남'에 대한 사람들의 목마름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 다큐는 DVD로 만들어져 이책 구입시 함께 달려왔는데 조만간 DVD도 감상할 계획이다. 

<온 더 로드 - 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필름에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던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고 한다. 저자를 포함해 15명의 장기배낭여행자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데 한국인과 외국인이 적당량 섞여있다. '여행'에 대한 내외국인의 고른 시선이 담겨져 더 좋다. 모든 인터뷰어들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여행자는 학교를 자퇴한 17살 소녀와 50이 넘어 두 손 꼭 잡고 함께 여행하는 노부부였다. 노부부의 포스가 너무 강한 탓에 조금 바래긴 했지만 똑같이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에 나선 젊은 부부의 모습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 1,2년 늦게 대학 가는 게 뭐가 문제죠? 인생은 길게 봐야 해요. 중요한 건 햇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에요. (240쪽, 17세 소녀 이산하)

- 행복이라는 단어의 범위가 넓은데 나는 우리 마누라의 얼굴 표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가 있었어요. 만족해 하는 얼굴 표정, 별 거 별 거 다 보고, 별 거 별 거 다 타보고, 별 거 별 거 다 먹어보고 하면서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나는 정말 행복했어요. (190쪽, 김선우ㆍ서명희 부부)

- 무엇을 보자, 이런 것보다도 같이 손잡고 1년을 돌아다니자, 이런 생각이었어요. 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하고 싶은 거였으니까. (35쪽, 심재동ㆍ임정희 부부)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 굳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너무 많은 것에 매여있는건 아닌지. 여행가방을 챙길면 챙길수록 점점 가벼워진다는 조병준님의 말처럼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낭 하나에 들어갈 그 정도가 아닐런지. 가지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비움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 내가 나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또다른 세계다. 지금 마음을 정했는가? 그럼 망설이지 말고 배낭 하나 챙기자. 떠나는 당신에게 생기 넘치는 삶이 기다릴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 나도 당장 배낭 하나 짊어지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 사람들은 많은 걸 갖기만 하면 행복할 거라고 착각하잖아. 하지만 어떻게도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소유할 수는 없어.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고 우리가 갖고자 하는 모든 것도 사라지게 돼. 우리도 언젠가는 죽어서 사라질 거야. 그럼에도 왜 사람들의 소유욕은 끝이 없는 걸까? 그건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게 아니야.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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