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2 : 희망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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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 2 : 희망 |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7월 


일요일 오전에는 대부분 부담없이 늦잠을 즐기곤 한다. 어렴풋이 잠이 깨어 한참을 뒹굴다가 겨우 일어나면 문틈으로 부모님이 즐겨 보시는 퀴즈 프로그램 소리가 새어 들어온다. 그렇다면 대략 10시를 넘긴 시간인 셈이다. 그러니 일요일 오전 8시도 전에 전파를 타는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을 어찌 볼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저녁 시간대의 챙겨보는 몇몇 프로그램 외에는 티비를 거의 안 보고 사는지라 이런 멋진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책으로 출판된 뒤에야 뒤늦게 알았으니, 한마디로 완전 뒷북이시다.

『내 마음의 여행 : 희망』은 ‘주제가 있는 영상에세이’라는 부제를 내건 KBS 1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에서 방영되었던 것들 중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신 곳들을 두 번째로 엮은 책이다. 이책이 출간되기 반년 전쯤에 『내 마음의 여행 : 그리움』이란 제목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됐었다. 일요일 오전을 꿈나라에서 헤매던 내가 첫 책을 통해서 한 번 들어본 적도 없던 그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 책에 대한 훈훈한 입소문 덕분에 이책을 만나게 되었다. 참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다.

- 비틀거리는 그림자를 붙잡아 주는 건 뭔가가 자신에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입니다. (중략) 그동안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을 통해서 나눈 우리들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가요? 낯선 길 위에서, 처음 가 본 들판에서, 혼자 걸었던 해변 가에서, 나를 감싸던 청정계곡의 고요함 속에서, 주고 받았던 희망의 총량과 내용들을 다시 꺼내 담아봤습니다. (머리말 中)

첫 책의 주제 ‘그리움’을 이어받아 이번 책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줄 열여섯 곳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네 개의 꼭지에는 다시 네 개의 이야기들이 채워져 있다. 새파란 물결치는 사진을 보며 언젠가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청보리밭이 있는 고창의 봄에서부터 온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눈꽃을 피운 화절령의 겨울까지, 이책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또는 무심히 지나쳤었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면면들을 담아냈다. 아름다운 사진에 시적 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글이 촉촉함을 더한다.

책에 실린 사진과 글은 모두 방송에 나왔던 영상과 거기에 입혀졌던 내레이션이다. 그것들이 책으로 묶이면서 아름다운 영상들은 멋진 사진이 되었고, 감성적인 내레이션은 촉촉한 한 편의 시가 되었다. 마음이 따듯하고 아늑해진다. 각 글의 말미에 방송 날짜와 작가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처럼 실려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면 방송에 흐르던 음악에 대한 짧은 코멘트와 곡들을 소개해 주는 ‘손지명의 음악여행’과 연출가의 짧은 감상이 담긴 ‘Director's View’라는 짧은 코너가 마지막 아쉬움을 채워준다. 

처음에는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태로 이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방송을 챙겨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 이후에도 한 번도 그러질 못했다. 책을 읽은지 한참이 지난 얼마전에야 불현듯 생각이 나서 바로 방송국 홈페이지로 달려가 다시보기를 봤다. 책에서 따로 또 같이 하던 영상과 글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앙상블이, 오오, 감동이다. 왜 이제껏 이런 멋진 프로그램을 몰랐던가 크게 후회도 했다.

그런데 방송날짜가 좀 이상해 찾아보니 해당 프로그램은 이미 한참 전에 종영되고 지금은 더이상 방송을 하지 않는단다. 날짜를 찾아보니 대략 첫 번재 책이 나온 한달 뒤쯤이다. 그렇다면 이 두 번째 책은 프로그램이 종영되고 몇 달이 지났을 쯤 세상에 나온 셈이다. 우리 땅 곳곳의 소박한 아름다움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담아낸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이 보기 힘든 일요일 오전에 편성된 것도 안타까운데, 그나마도 시청률 부진 같은 이유로 밀리듯 종영되었다니 마음이 아팠다. 나부터도 본방송을 봐주지 못했으니 미안했다.

프로그램 종영의 미안함과 아쉬움을 다시 책으로 달랜다. 다소 급하게 읽어내려갔던 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사진 하나 글 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며 보고 있다. 덕분에 예전엔 몰랐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우리 땅에 새삼 애정이 솟아난다. 방송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둔 『내 마음의 여행 : 희망』은 방송을 본 독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충분히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직접 여행을 가진 못하지만, 책 속의 따듯한 사진과 글 들로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래본다.









마음 노니는 곳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소유와 집착을 풀어
넓어진 마음 한 자리
홀연히 깃든 삶을 위해 비워둔다.

- 서장석 PD (경남 창원 끝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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