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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 루이스 캐럴 글, 존 테니얼 그림 │ 시공주니어 │ 2001.4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고전동화답게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버전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원작에 충실한 완역본부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의역본, 책 내용보다 몇 배 많은 주석을 품고 있는 주석본, 2차원의 책에서 3차원의 모습을 구현해내는 팝업북, 그리고 원작에 있는 존 테니엘의 삽화 대신 인기 그림책 작가의 그림으로 새롭게 꾸민 일러스트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마니아들이 종류별로 소장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하면서 서점가의 이런 '앨리스들'이 한층 분주해졌다. 영화 매체의 파급력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읽어온 고전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화 개봉에 맞춰 집중 마케팅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들은 각양각색의 앨리스들 중 취향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를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다. 나 역시 이번 기회에 앨리스를 종류별로 여럿 데려왔으니 말이다.
얼마전에 평소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이 삽화를 그렸다는 소식에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살림어린이,2009)를 장만했다. 앨리스 이야기를 제대로 읽기는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의역본이다 보니 재미는 있으나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작에 충실한 완역본이 읽고 싶어졌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도 너무 좋았지만, 책이 출간될 때 함께 실렸던 존 테니엘의 원작 그림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래서 여러 앨리스들 중에 고른 책이 바로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시공주니어,2001)다. 이미 네버랜드 클래식에서 나온 고전동화들을 차근차근 모으고 있던 중이라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작가 루이스 캐럴이 몸담고 있는 대학 학장의 딸이자 자신의 꼬마 친구인 '앨리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앨리스를 만날 때마다 진짜 앨리스는 어떤 아이일까 궁금했었는데, 이책의 가장 앞장에는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까만 단발머리 소녀의 사진이 실려있다. 그녀가 바로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였던 것이다! 그동안 그림이나 만화, 영화 등에서 보아왔던 앨리스와는 꽤 다른 이미지라 조금 놀랐는데, 원작의 그림을 그린 존 테니얼은 캐럴의 친구 앨리스가 아닌 다른 소녀를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렸단다. 어쨌든 궁금했던 그녀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도때도 없이 이상하고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모험소설이다. 그런 '이상함' 자체가 이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장난기 가득한 말장난은 또다른 재미다. 책을 읽다보면 앨리스가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발음이 비슷하나 뜻은 다른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루이스 캐럴의 언어유희라 하겠다. 원어민이 아닌지라 그 재미를 원어 그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네버랜드 클래식의 충실하고 친절한 번역 덕분에 그런 소소한 것들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앨리스에는 여러 노래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오랫동안 영국 어린이들이 불러오던 것들이라고. 그것들을 그대로 살리기도 했고 때로는 중간중간을 바꾸어 재미를 주고 있단다. 자신이 알던 노래들을 살짝 비틀어 놓은 걸 읽으면서 박장대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충 상상이 된다. 나의 경우엔 일러스트로 노래의 상황을 함께 보여주던 '윌리엄 신부님, 신부님은 늙으셨고'가 가장 재미있었다. 또한 루이스 캐럴은 이책에서 당시 사회, 특히 지배계층의 모습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해 놓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온 것도 그 때문이란다. 단순히 앨리스의 신기한 모험을 담은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여러 면면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라니 새삼 달리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앨리스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신기한 나라 원더랜드와 거기서 벌어지는 온갖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호기심 충만한 소녀 앨리스가 아닐까 싶다. 앨리스는 작은 것도 아는 척하길 좋아하고 끝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평범한 소녀지만, 원더랜드의 황당한 상황에서도 울면서 후회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받아들여 즐기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한다. 그런 엉뚱함과 당당함이 앨리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독립적이고 모험심 강한 앨리스의 모습은 아이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물론 새로운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사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그냥 이야기 자체로만 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상을 벗어나 원더랜드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만나는 일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즐겁다. 고전이 달리 고전이 아니라는 것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몸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고전 동화의 완역본을 선보이고 있는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에서 나온 가장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나니아 나라 이야기』 시리즈가 그 다음을 잇고 있다.
▲ 네버랜드 클래식의 '앨리스' 세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함께 묶였다.
+ 오탈자 (초판 35쇄)
- 51쪽 13번째 줄 : 맨날 → 만날
- 74쪽 밑에서 2번째 줄 : 왼손 버섯 → 오른손 버섯
☞ 70쪽에는 오른손 버섯을 먹으니 몸이 커지고 왼쪽 버섯을 먹으니 몸이 작아진다는 내용을 볼 때 74쪽이 잘못된 듯. :)
- 20쪽 : 호기심꾸러기 → 호기심(이) 많은
☞ '호기심꾸러기'라는 말이 낯설어 찾아봤더니 현재 국어국립원의 우리말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 단어라고 나온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으나 '호기심꾸러기' 대신 '호기심(이) 많은' 정도로 고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