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평소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건강이나 요리 관련 책들은 기회가 닿는대로 비교적 다양하게 찾아보는 편이다. 특히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책을 읽게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마크로비오틱'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앞의 '자연을 통째로 먹는'이라는 카피가 눈길을 붙잡았다. 우리 땅의 제철음식들을 먹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요리법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책이 추구하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은 일본의 건강장수법에서 유래된 웰빙, 슬로우푸드, 로하스, 오가닉 등을 이은 세계적인 건강 트렌드로 'macro(큰, 위대한)'+'bio(생명)' 그리고 tic(방법, 기술)'의 합성어란다. 이책의 저자 이와사키 유카는 미국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마크로비오틱 요리 강사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이란다. 그간 여러 프로그램에서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소개해왔고,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는 드라마 <스타일>의 주인공 서우진 역을 맡은 류시원의 요리자문을 맡았단다. 드라마에서 서우진은 마크로비오틱 요리사로 등장한다. 국내에 최근 마크로비오틱이 유명세를 띠게 된 건, 드라마를 안 봐서 난 모르겠지만, 드라마 <스타일> 영향이 크단다.

마크로비오틱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식품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요리법인데, 그래야만 식물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Energy)=기(氣)'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한 무엇을 먹느냐는 자신의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가급적 인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식품을 먹을 것을 권한다.

요리법에 앞서 우선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마크로비오틱에는 음양조화, 신토불이, 일물전체, 자연생활 같은 4대 원칙이 있다. 음식을 할 때 음양의 조화에 힘쓰고(음양조화), 제 땅에서 자라난 제철 식물을 재료로 삼아 먹고(신토불이), 하나의 식품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일물전체), 인공적이고 화학적인 것은 피하고 자연의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자연생활)이 바로 그것이다. 이 4대 원칙만 보더라도 마크로비오틱이 추구하는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 4대 원리 각각에 대한 간략한 설명 다음에는 조리기구나 조미료 소개, 눈대중이나 손대중 계량법, 그리고 마크로비오틱의 가장 기본인 현미밥 짓는 방법 등의 마크로비오틱 쿠킹 노하우가 이어진다. 마크로비오틱이 식물을 통째로 먹는 요리법인 만큼 마크로비오틱 재료 손질법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음양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는 요리법인지라 재료 손질이 중요한데, 평소 먹지 않는 파뿌리나 양파 꼭지 등까지 어떻게 손질하는지 자세하게 소개한다. 재료를 써는 방향 하나에도 음양의 이치가 있다는 게 참 재밌기도 하고 일일이 그런 걸 생각하고 재료를 다듬어야 한다니 조금 머리가 아플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된 앎의 즐거움이 더 크긴 했지만 말이다.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요리에 들어간다. 저자는 이책에서 주식, 국, 일품요리, 반찬, 디저트, 치유식로 크게 6개의 꼭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책을 펼쳐보면 다른 요리책과 마찬가지로 왼쪽에는 요리 사진이, 오른쪽에는 레시피와 요리과정, 요리팁 등이 첨부되어 있다. 왼쪽 상단에는 그 요리에 사용되는 주재료의 성질(음양)과 효과나 작용, 일반적인 조리팁 등이 간략히 담겨 있다.

그러나 보통의 다른 요리책과 달리 이책은 요리 레시피나 요리과정, 요리사진 들보다 이 요리에 대한 저자의 글이 지면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요리나 거기에 사용된 식재료에 대한 사연이나 한일 식문화의 차이, 그외 소소한 이야기나 지식 등이 소개된다. 요리책 각 메뉴마다 이렇게 짧은 에세이 같은 글들이 담겨있는 걸 보는 건 처음인지라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글들을 읽으며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저자와 조금은 친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 요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몇 장의 작은 사진과 몇 줄의 설명으로 끝나는 레시피를 보자니 설명 부분이 너무 간략하게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들었다. 해당 메뉴에 대한 저자의 에세이 글의 공간을 조금만 더 줄이고 요리 과정의 사진들을 조금 더 크고 자세하게 실어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물론 벌써 주부 몇 년차가 된 언니의 말로는 레시피 몇 줄만 있으면 요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나같은 초보는 설명이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더 좋다. 사진은 물론이고. 요리책으로서는 나름 파격적인 구성에 장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책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저자가 이책을 얼마나 공들여 썼는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책에는 책표지에 등장한 너무 예쁜 두부소보로덮밥을 비롯해 다양한 메뉴들이 등장한다. 평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들을 재료로 삼아 만든 음식인 만큼 등장하는 요리들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요리의 재료 선정과 손질 방법이 마크로비오틱의 4대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분명 다르다. 칼질 방향 하나, 같이 넣는 양념 하나에도 음양의 조화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늘 보던 밥상의 음식들이 새삼 심오하게 다가왔다. 

몸이 찬 편이라 내장 기능저하로 고생을 좀 한 까닭에 나는 음식의 음양 여부나 그것을 조화시키는 방법 등에도 관심이 많다. 음양조화가 마크로비오틱의 기본 원리인 만큼 이책에는 각 재료가 음성 식품인지 양성 식품인지는 물론 그것들을 음과 양이 완벽하게 조화된 상태인 '중용'으로 만들기 위해서 함께 하면 좋은 식품들을 소개해준다. 각각의 식재료에 대한 이런 음양의 조화에 대한 설명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나오는데, 덕분에 평소 궁금했던 여러 지식들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다른 요리책과 별다른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새로운 건강 요리법을 만나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예전에는 당연히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식물의 뿌리와 껍질에 자연의 기와 음양조화의 원리가 담겨 있다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었다. 더불어 전통 한의학에서 자주 거론하는 음식의 음양 조화를 하나하나 따져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인공적인 것을 덜어내고 자연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한 건강 요리법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책을 덮었으면 이제 마크로비오틱을 조금씩이나마 생활 속에 실천할 차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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