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 88만원 세대에게 전하는 한기호의 자기 생존 솔루션
한기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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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 한기호 │ 다산초당 │ 2009.10월 


처음엔 제목만 보고 자기계발서인줄 알았다. 아니면 글쓰기의 컨셉을 잘 잡는 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관련책이거나.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말하자면 인문학적 글쓰기 자기계발서라고나 할까. 그러나 책 속에서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다양하고도 폭넓고 풍성한 책이야기들은 접하다 보면 마치 인문학 산책을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책의 저자 한기호는 출판평론가다. 출판사에서 15년을 일했고 그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출판전문 격주간지 '기획회의'를 발행하고 동시에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오랜기간 출판 관련 일들을 해온 저자는 소위 출판과 출판 마케팅의 '타짜'라고. 오랜 기간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타짜답게 이책에서는 그는 책과 출판계의 흐름을 통한 날카로운 세상 읽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책표지를 넘기면 가장 먼저 『88만원의 세대』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의 추천글을 만나게 된다. 사실 조금은 의아했다. 책으로 바라보는 세상이야기, 20대에게 책을 통한 자신만의 컨셉을 가질 것을 강조하는 이책에 뜬금없이 왜 '88만원 세대'의 거론과 우석훈의 추천사가 등장하는 걸까. 그런데 본격적인 책읽기에 들어가면 그 궁금증은 바로 풀린다. 한기호가 이책에서 '컨셉'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에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보다 더 명확한 건 없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3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컨셉력으로 세상을 읽고 분석하라'에서는 20대를 88만원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다. 졸업만 하면 정규직으로 취직해 평생 직장을 보장받던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신 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체제로 숨가쁘게 넘어가면서 이젠 아무리 화려하고 높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비정규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저자는 20대를 이런 절망적인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으로 '컨셉력'을 제시한다.

2부 '컨셉력으로 생존의 솔루션을 찾아라'는 1부에서 언급한 신 자유주의가 장악한 시대의 생존 솔루션으로서의 컨셉력에 대해 말한다. 학문의 금자탑을 쌓는 곳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대학과 최고의 직업으로 각광받던 일부 직종들의 붕괴 등을 예로 들며 새로운 시대에는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선입견과는 다른 자신만의 시선과 해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이들이 제시하는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자기만의 컨셉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저자가 이렇게 강조하는 '컨셉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3부 '지독하게 컨셉력을 갈고 닦아라'에서 저자는 컨셉력을 간단히 말해 '편집을 잘 하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아마나시 히로카즈의 글을 인용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일정한 방향하에서 정보와 다양한 소재를 모으고 정보와 정보, 물건과 물건의 관계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짜 맞춤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작업'으로,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서 각각의 소재의 가치를 끌어내면서 그 조합을 통해 더욱 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140쪽)'이라고 설명한다.

1,2부에서는 전반적인 사회의 상황과 흐름을 언급하며 왜 자신만의 컨셉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거론했다면, 3부에서는 출판업계에서 일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모아 책을 내며 또다른 삶의 길을 개척해낸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그런 컨셉력을 기르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책읽기와 글쓰기로 귀결된다. 책읽기도 글쓰기도 많이 할 수록 좋다.

저자는 1,2부에서 말한 불안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컨셉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책을 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책들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편집하고 재창조함으로써 자신의 컨셉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책에서는 이제 곧 사회와 맞닥뜨려야 하는 20대를 겨냥해 대학시절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읽기를 권한다. 철학, 역사, 심리학, 인류학 등의 인문학 서적 100권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엿볼 수 있는 고전문학작품 100권, 이렇게 2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면 인간을 이해하는 기반지식을 갖춤은 물론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갈 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글쓰기를 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려라, 글을 쓸 때 책을 펴낸다는 각오로 써라, 모든 책의 컨셉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는 습관을 가져라,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보편적인 감성을 울리는 컨셉을 찾아야 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다각도의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을 노하우를 제시한다.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생기고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이 가능해진다는 저자의 말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책에서 저자는 출판계와 책읽기, 글쓰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처럼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이책에서 알려주는 것들은 불확실한 이 시대에 자신만의 길을, 방향을, 삶의 컨셉을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이기에 충분히 흥미로웠다. 더불어 이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제목만 들어본 다양한 책들의 존재와 내용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다. 평소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들마저 이책을 읽고나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본문에 앞서 프롤로그에 저자가 미리 양해를 구했듯이, 이책에는 우리나라보다 일본 출판계나 서점의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의 책이나 저자, 출판 사례 등이 자주 거론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보다, 출판계와 서점의 흐름을 통해 출판계의 미래는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에 지배된 대형 서점의 판매대와 인터넷 서점의 과도한 경쟁 흐름 등 때문에 쉽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서 묻어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프롤로그가 끝난 책의 말미에는 찾아보기,를 마련해 두어 책속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두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어느새 우리에게 친숙해진 검색형 독서를 책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고나 할까. 덕분에 미처 표시해 두지 못했던 책 속에 인용된 책의 제목이나 작가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초판이라 그런지 단순 오타가 종종 눈에 띄었다. 책상에 앉아서 읽은 게 아니라 일일이 찾아서 표시를 해두진 못했지만 다음 쇄에서는 모두 수정되기를 바라본다.


저자는 이책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을 통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드는 20대에게 말한다. 세상의 기준에 휩쓸려 토익 점수나 각종 스펙을 채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는 컨셉력에 목숨 걸라고,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컨셉력을 키우기 위해 가능한 많은 책을 읽고 그것들을 요약하고 변형시켜 확실한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슬픈 초상인 88만원 비정규직 세대에 편승하지 않고, 조금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컨셉이 있는 삶의 방향을 찾기를 권유한다. 그 모든 것은 책과 그것이 주는 상상력에 있다는 말과 함께.


- 자, 내 생각은 이렇다. 누구나 가는 길을 추구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10차선 도로를 달리면 가장 빨리 목적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모두가 그 길을 달린다면 곧 도로는 막힐 수도 있을 것이고, 남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아는 오솔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경쟁 없이도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세분 시장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나만이 당당하게 걸으면서 나만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은 진정으로 자신이 걷고 싶은 기리면서 자신만이 가장 잘 아는 길어어야 한다. (15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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