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방랑자들의 여행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델리 스파이스와 스위트피의 건조하면서도 잔잔한 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책이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델리 스파이스, 스위트 피, 이한철, 재주소년 등의 음반이 나온 인디레이블 '문 라이즈'(델리의 김민규가 꾸리고 있다)에서 일했고, 그들의 노래 몇 곡에 가사를 입혔으며, FM 라디오 음악작가로도 일했던 김동영이 자동차로 미국을 횡단하며 쓴 여행서,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음악작가라는 전직답게 책의 제목도, 내용도, 사진도 감성적이다. (다만 책표지는 그리 감성적이지 못하다;)

보통과 다를 것 없던 어느날 그는 방송국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더이상 나올 필요가 없다는 그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온전한 자신을 찾고 싶어 여행을 결심했다. 사회인이란 테두리 안에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훌쩍 낯선 땅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그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겨울, 봄, 그리고 여름으로 변해가는 미국에서 보낸 230일 동안 그는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았고, 황홀한 풍경을 만났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책에는 그런 그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그렇게 떠돌며 여행을 했던 시간이 자기 인생 최고의 시간이자 최고의 영광이고 또한 최고의 낭비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가 부럽다. 최고의 영광이든 최고의 낭비든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저지를 수 있는 용기와 그것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세를 지녔다는 것만으로 그는 이미 부자가 아니던가. 더 많은 사회적 사슬들에 얽매이기 전에 젊음의 특권을 마음껏 불사른 그의 용기가 정말 부럽다. 조금만 늦어도 도태되어 버릴 것 같은 바쁜 세상이지만 주변을 사랑하며 조금은 느리게 가는 게 어쩌면 더 앞서 나가는 게 아닐까, 그 최고의 낭비가 최고의 재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낯선 땅을 들려주는 여행서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실질적인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실용서가 있고, 여행의 감상에 좀 더 중점을 두는 여행에세이가 있다. 먼저 일러두자면 이책은 후자쪽이다. 그것도 아주 개인적인 느낌이 강한 일기같은 글이 주를 이룬다. 물론 낯선 땅에서 만난 풍광과 사람들과 여러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멋진 사진도 점점이 박혀있어 눈을 황홀하게 한다. 그럼에도 문라이즈 레이블의 음악들처럼 건조하고 잔잔한 감성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난 사람답게 그의 글은 많은 부분에서 자기 자신에게 몰두한다. 서른의 생일을 눈 앞에 두고 전재산을 털어 낯선 땅을 방황하는 자의 몰두, 흥미롭다.


캘리포니아에서 산 중고차를 타고 지금은 버려지다시피한, 그러나 그에겐 많은 의미를 지닌 66번 도로 위를 달리며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는 동안 그는 많은 곳을 지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생각에 잠겼다. 그중 차라곤 지나가지 않는 애리조나 사막 한 가운데서 퍼져버린 차를 옆에 두고 막막하게 구조차를 기다렸다던 에피소드가 해고 통지를 받고 모든 것을 남긴 채 미국으로 떠나온 그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 참 우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온통 사막 뿐인 그곳에도 구조 차량은 도착했고 무사히 사막을 빠져나온 것처럼, 그는 홀연히 미국으로 날아와 66번 도로로 따라 미국을 횡단했고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여행은 그의 삶을 그대로 담아놓은 게 아닐런지.

여행길엔 낯선 장소와 그것을 대하는 자신의 느낌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있다. 여행길은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다. 그의 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갖가지 모습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한때 자신이 여행자였기에 누구보다 여행자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던 유타주의 호스텔 주인인, 아픈 그를 정성껏 간호해 주고도 오히려 여비를 보태며 음식을 잘 챙겨 먹으라고 이야기하던 그녀. 그 마음 씀씀이의 넉넉함이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시카고에 도착해 들른 레코드 가게에서 흐르던 『Chicago』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 오랫만에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레코드 가게의 그녀. 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만났던, 알고보니 게이였던 그의 이야기는 조금 슬펐다. 그래서 두 명의 그녀와 함께 기억에 남는다.


삶의 회의가 생겼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때론 그런 용기를 낼 필요도 있다. 그가 그랬다. 서른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그는 떠났다. 왜 하필 미국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이유를 당당하게 들려주며, 낯선 이국 땅에서 긴 시간을 길과 마주하면서 그렇게 자기찾기를 멈추지 않은 그. 그는 이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라고. 너도 떠나보면 나의 마음과 느낌과 깨달음을 알게 될 거라고.

-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본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노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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