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용실을 다녀왔다!! 미용실 다녀온 게 뭐 그리 대수냐,라면 뭐, 그렇다. 그렇지만 머리 해야 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만을 외치기를 수 주일이 지나 드디어 더이상은 손질이 불가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간신히 미용실을 향한 나와 친구에게는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일을 해치웠다!는 뭔가 후련한 마음이 있다. 드디어 끝냈어! 불끈! 뭐 그런.. ㅎㅎ

안경을 끼는 내가 라식이나 렌즈의 필요성을 급격히, 몹시도 절실하게 느끼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미용실이다. 머리의 모냥새를 바꾸기 위해 향기롭지 않은 화학약품을 잔뜩 바른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거의 대부분인지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 눈은 항상 흐릿하다. 기다리는 동안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눈 앞에 바짝 들이대야 한다. 그러니 팔이 아픈 건 당연지사, 나쁜 눈 때문에 팔이 고생하는 셈이다.

가끔 아무런 준비없이 미용실을 가게 되면 무료한 시간 동안 친절한 직원님이 가져다 주신 패션 잡지들을 보곤 한다. 그런데 패션 잡지라는 것이 대개 광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책이라 실린 내용에 비해 엄청~ 두껍고, 게다가 종이질은 또 어찌나 좋은지 한 무게 한다. 고로 현란한 모델들의 포즈에 눈은 즐거우나 두껍고 무거워 바짝 치켜들고 보다보면 팔뚝에 알통 생기는 건 시간 문제다.

그래서 미용실을 가겠노라 마음을 먹은 날에는 필히!! 가장 가볍고 가능한 작은, 그래서 장시간 들고 있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책을 한 권 챙겨들고 간다. 그렇지만 가끔은 약간 두께있는 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매직펌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엔 얇은 책으로 그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해 마지막 책장을 덮고 후회의 한숨을 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두께 대비 가벼운 책을 선택한다. 더불어 주위가 시끄럽기 때문에 전개가 빠른 소설류가 제격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나! 정말 작고 아주 가벼우며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소설, 모리 에토의 신작 『다이브』 1권을 가져갔다.


겉옷과 가방을 건네고 폰과 책을 들고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다. 마주하고 있는 거울 속의 헤어드자이너~ 님이 내 머리를 한참 요리조리 보더니 뒷머리는 세팅펌을 하고 앞머리는 살짝쿵 펴서 가지런하게 자르잔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고속도로처럼 쭉쭉~ 뻗은 국수머리를 하고 싶었으나, 피부에 좋다고 시작한 '아침엔 검은콩'으로 그나마 얼마 남지도 않은 얼굴살이 급격히 빠져버린 탓에, 흑, 그리할 수가 없었다. 시원하게 뻗는 생머리는 송곳처럼 뾰족해진 내 얼굴을 더욱 여위어 보이게 만들기도 하고, 또 풍성한 머리숱의 축복을 누리지 못해 숱이 더 적어보일 우려도 있으니 말이다. 에휴~

세팅펌을 하다보면 미용실마다 이용하는 기기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외계인 교신용 같은 해괴한 거대 기계에 포로 붙잡듯 온 머리를 다 묶어버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곳은 묵직한 돌덩어리(?) 롤로 머리를 감아 목에 과부하를 주는 곳도 있다. 그 다음 신상 제품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난다. -_-; 여튼, 이곳은 전자, 즉 전형적인 외계인 교신기(?)형이었다. 바로 사진의 저것!

머리끝을 대충 정리한 뒤 매직펌처럼 파마약을 잔뜩 바른 채 한참을 내비두더니만 머리를 감고는 이 세팅기 아래에 앉혔다. 그리고는 기계의 집계들을 잡아당겨 내 머리의 끄트머리를 꾹! 잡는다. 커다란 기계에 머리채를 전부 묶인 채 앉아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완전 웃긴다. 무슨 영화 속 세뇌 장면도 아니고, 왜 있지 않은가, SF영화나 만화영화를 보면 UFO의 외계인들이 납치한 지구인을 기계에 가둬 세뇌하는 장면, 셋팅기 아래 앉아있는 내 모습이 딱 그렇다. 세팅기의 포로랄까. ㅎㅎ

사진의 오른쪽을 보면 또다른 세팅기에 묶인 포로의 뒷통수가 보인다. 바로 미용실을 함께 간 내 친구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슬쩍 보니, 명랑한 친구는 폰카로 셀카찍기에 여념이 없다. 예전에 몇 번 이 기계에 매달려 본 경험이 있는 나와는 달리 이런 요상한 기계에 머리채를 잡히긴 처음인 친구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닌 모양이다. 세팅기에 붙잡혀(?) 본 이들은 알겠지만, 저렇게 머리를 매달고 있으면 목 한 번 까딱~하지도 못한 채 긴긴 시간을 목에 깁스한 것처럼 꼿꼿하게 버텨야 하니 말이다. 한 번 잡히고 나면 목디스크의 초기 증상을 느낄 수 있을지도. 여튼 그 인고의 시간을 외계인 같은 몰골을 한 자신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진정 고통을 즐길 줄 아는 그녀다. 그나저나 나중에 그때 찍은 셀카 사진들을 봤는데, 헉, 왜 즐거운지 알았다. 사진 속 그녀는, 그야말로 딱~! 외계인이었다. 큭큭,


긴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책을 절반도 읽지 못했는데 세팅펌 시술이 끝났다. 헤어 드자이너 님이 머리 손질 못하겠다는 나의 질문에 요래요래~ 하면 된다고 일러주는 시범을 유심히 살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경을 낀 후 거울 속 내 모습은, 흠냐, 음. . . ! 머리에 바른 돈이 얼마고, 굳어오는 목과 허리의 고통을 견딘 게 얼만데, 그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곱슬곱슬한 펌을 안은 까만 머리는 여전히 부스스한 그대로다. 흑,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면 앞으로 가지런히 낸 앞머리인데, 그 앞머리의 모냥새가 제대로 나오려면 따로 펌을 해야 한다길래 기꺼이 추가비용까지 감수했는데, 아아, 모든 걸 끝낸 후에도 나의 앞머리는 여전히 힘없이 살짝 무너지고 적당히 굽슬거린다. 결정적으로!! 피 같은 돈을 앞머리에 바른 나나, 그냥 내비둔 친구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 오히려 친구 머리가 더 윤기가 나다뉘, 우씨, 뭐냐 이거! OTL

머리를 다 하고 일어서려는데, 헤어 디자이너 님이 친구를 가리키며 가족이세요?,하고 묻는다. 아뇨, 친군데요,라며 대답하니 두 분이 워낙 닮으셔서,란다. 맹과 닮았다는 얘기는 처음인뒈~하며 뒤를 돌아보니, 헉! 중간 웨이브 세팅펌에 가지런한 앞머리까지, 나와 친구의 머리 모양이 똑.같.았.다!! -_-; 볼살의 급가출로 동그랗던 내 얼굴이 점점 뾰족해져 이젠 친구의 얼굴형과 비슷해졌다. 볼살 가출형 얼굴에 검은 안경, 이젠 머리 모양까지 똑같아져 친구와 나는 어느새 '닮은꼴'이 되었다.

오래 함께 한 부부가 서로 닮는다는 얘기가 있듯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끼리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닮아가나 보다. 초딩 친구인 쏭과는 어렸을 때부터 닮았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키도 비슷, 체격도 비슷, 둘 다 안경잡이에 얼굴도 (그때는) 동글, 코도 동글. 자매냐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던 우리는, 서로 조금씩 변한 지금도 종종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마도 꼭 얼굴이 닮아서라기 보다는 그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로 닮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함께 한 세월로 서로의 유전자를 바꿔가는 것이니 말이다.


세팅기에 매달린 내 모습을 찍은 폰사진 두 장과 함께, 내 꼴이 마치 외계인과 교신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는데, 구구절절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다. 미용실에 가기 싫다는 얘기법, 거대 세팅기에 머리를 매달린 모습, 그리고 똑같은 머리 모양에 닮은 꼴이 되어버린 나와 친구의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왔다리갔다리 하느라 처음 적었던 제목과는 별 상관없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더불어 'KT 멤버쉽 카드 30% 할인'에 낚여 들어갔는데, '오픈 기념 할인 중이라 더이상 할인은 안 된다'며 할인 못 받아 조금 억울했노라고, 그래도 가격 자체는 크게 비싸지 않아 노여움을 참았다는 이야기는 결국 하지 못한 채로 마무리를 짓는구나. 켁,

아침에 본 내 머리는, 그러니깐, 집으로 돌아온 이후 내 앞머리는 시간이 갈수록 헤어 드자이너~의 이야기와 달리 제 갈길로 꿋꿋하게 가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대략난감 상태로,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한 뒷머리와 함께 총체적 난국이고, 거울 속에는 얼굴과 머리가 따로 노는 낯선 얼굴이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 다시는!! 앞머리 내라는 말에 넘어가나 봐라!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그나저나 이꼴로 어딜 다니냐고. 주말에 서울 가려고 했는데. 아, 뭐냐고!

마지막 문장까지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는 나의 글이란! 뭐, 이런 게 내 글의 매력이라고 믿어볼란다. 누구 맘대로? 내맘대로!! 흐흐. 그나저나 글 다 올리고 보니 잡담글 길이가, 헉, 긴긴 책 리뷰 길이 만큼이나 된다. 이거 쓰느라 걸린 시간도! 헉. 밀린 리뷰도 산더미인데, 이 시간에 리뷰를 한 편 더 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3초간 후회했다. 그래도 이미 다 쓴 걸 어쩌겠는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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