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개월에 12kg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
정주영 지음, 채기원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3월
절판

솔직히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진 다이어트가 그다지 절실하게 필요하진 않은 체형이다. 물론 살만 안 쪘을 뿐 그다지 탄력적인 몸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이어트가 별로 시급하지 않은 내가 이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언니 때문이다. 자매 중 가장 살이 잘 찌는 편인 언니는 육식을 좋아하는 형부와 결혼 후 식성도 바뀌었고, 야식을 겸한 친구들과의 술자리까지 잦아지면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게다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변비까지 심해지면서 몸이 붓기 시작했다. 아직 고도비만을 걱정해야 할 만큼은 아니지만 붓기도 살도 빠지지 않는 언니를 보며 조금씩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이다. 방법 또한 무수히 많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해야 할 그 수많은 이유와 방법 중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건강'이다. 그래서 무조건 굶어서 살을 빼는 건 그래서 가장 무식하고 위험한 방법이다. 그렇게 뺀 살은 다시 찌기도 쉬울 뿐더러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분은 고도비만이었던 체중을 독한 마음으로 거의 굶다시피해서 40kg 정도 감량에 성공했다. 지금은 비교적 건장한 체격이지만, 겉모습과 달리 다이어트 기간 동안 무리하게 굶으면서 내장기관에 탈이 나 지금까지도 약간의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완전히 굶진 않더라도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또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다이어트의 정석은 바로 적절한 식이요법과 적당한 운동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적당한 운동'을 귀차니즘을 이기고 꾸준히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적절한 식이요법'이다. 식욕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만큼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굳게 다이어트를 결심한 많은 이들이 중간에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이 찐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달고 기름진 중독성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배고프지 않게 제대로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면? 귀가 솔깃해진다. 그런 다이어트가 어디 있냐고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살을 뺀 사람이 있다. 바로 『3개월에 12kg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의 저자 정주영 씨다. 한때 105kg에 육박했던 저자는 우연히 접한 '검은콩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4개월 만에 무려 50kg 정도가 빠져 54kg이 되었단다. 살이 너무 빠져서 옷을 새로 사야 하는 건 물론이고,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어머니가 얼마간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앞서 말한 '배고프지 않게 제대로 먹는' 음식은 평소에 즐겨 먹던 것이 아닌 '검은콩과 두부, GI 지수가 낮은 음식'을 말한다. 이 기준에만 맞다면 양껏 먹어도 좋다. 배고픔을 억지로 참을 필요도, 한 가지 음식에 질릴 염려도 없다.
온가족이 과체중으로 어렸을 때부터 비만이었던 저자는 달고 기름진 인스턴트 음식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공복감을 극복하지 못했고, 번번이 이어지는 실패로 깊어지는 자괴감과 될 대로 돼라는 자포자기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멈추지 않는 식욕에 늘어나는 몸무게만으로도 괴로운데 어느날 솟아나기 시작한 여드름은 얼굴을 뒤덮자 심각한 위기를 느낀 저자는 여드름 관련책을 찾다가 검은콩의 효능을 접했단다. 비만으로 생겨난 여드름을 치료하고자 시작했던 검은콩 다이어트가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그의 다이어트를 가뿐하게 성공시켰다. 그것도 건강한 몸으로의 변화와 함께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검은콩 다이어트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아침에는 찐 검은콩과 두부으로 배를 채우고, 점심에는 GI지수(음식을 먹은 뒤 혈당치가 올라가는 속도를 나타낸 수치)가 낮은 음식을 선택하고,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해주는 것이 방법의 전부다.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을 많이 들어왔던지라 순간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과연 살이 빠질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살이 빠진단다. 그것도 아주 많이, 몸에 무리도 주지 않고 말이다. 이책의 저자 정주영 씨를 비롯해 그의 블로그를 통해 검은콩 다이어트를 접하고 직접 경험한 많은 누리꾼들이 입을 모은다.
그 간단한 방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우선 아침에는 찐 검은콩과 두부를 먹는다.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한다. 검은콩과 두부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먹든 상관없다. 즐겁게 음식을 음미하며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게 중요하다. 이때 양념이나 조미료 등은 일체 넣지 않아야 한다. 찐 검은콩과 두부 그 자체의 맛으로 먹는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데, 천천히 꼭꼭 씹다보면 검은콩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두부도 마찬가지고. 만약 두 가지를 함께 먹기가 부담스럽다면 둘 중 하나만 먹어도 된다고 한다. 양념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되 개인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두부김치나 검은콩우유 등으로 약간의 응용은 가능하다.
점심식사는 GI지수가 낮은 음식을 선택한다. '검은콩 다이어트'는 보통의 다이어트와 달리 '칼로리'보다 'GI지수'를 신경쓴다. 칼로리가 다소 높더라도 GI지수가 낮은 음식이라면 점심에 한해 먹어도 좋다. GI란 글루세민 인텍스(Glycemic Index)의 약자로, 음식을 먹은 뒤 혈당치가 올라가는 속도를 식품별로 나타난 수치다. 즉, GI지수가 높으면 혈당치가 빨리 올라가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는 반면, GI지수가 낮으면 혈당치가 천천히 올라가 인슐린이 적게 분비된다. 이때 인슐린은 체내의 당을 지방세포로 쌓아 살이 찌게 한다. 또한 GI지수가 낮은 음식은 공복감을 덜어줘 오래동안 허기를 덜 느끼게 해주어 자연스레 음식 섭취량을 줄여준다.
저녁은 가볍게 먹도록 한다. 아침에 찐 검은콩과 두부를, 점심에는 GI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었다면 허기가 크지 않아 자연스레 저녁 식사량이 줄어들게 된다고. 더불어 저녁은 먹는 시간도 중요하다. 살을 빼려고 한다면 저녁 8시 이후에는 물 이외는 가급적 아무것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체가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과 달리 휴식 상태에 접어드는 저녁에는 먹는 것의 대부분이 지방으로 축적되어 살로 간다. 특히 야식은 금물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회식이나 모임 등의 술자리는 가능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위와 같은 식단과 함께 검은콩 다이어트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계는 바로 운동 -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30분 걷기'다. 그러나 쉽지만 꾸준히 하기가 힘든 것이 또한 운동이다. 귀차니즘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저자는 몰워킹(mall walking)을 제안한다. 몰워킹이란 쇼핑몰에서 쇼핑하듯 즐겁게 걸으며 운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화려한 상가들을 보며 걷다 보면 눈이 즐거워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저자가 따로 언급하진 않지만 대형 쇼핑몰의 경우 넓지만 오래 밀폐된 공간이라 실내 공기가 좋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저자는 몰워킹을 추천하고 있지만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근처 공원이나 산책로 같은 고전적인 장소에서의 걷기를 택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면 된다.
검은콩 다이어트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저자는 위의 방법 외에 두 가지가 더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물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그만큼 식사량이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이는 세포 재생이 원활한 시간대에 충분한 수면을 취함으로써 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 원래의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몸이 피곤할수록 지방을 축적시키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살이 찌게 된다고 하니, 양질의 수면 또한 다이어트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책의 앞부분이 저자의 다이어트 경험과 검은콩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면, 뒷부분에서는 검은콩 다이어트의 특징과 효능 등에 대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중간중간 검은콩 다이어트를 직접 경험한 누리꾼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다이어트 일정, Q&A와 그외 기타 궁금증이나 정보 등도 함께 수록해 놓았다. 검은콩 다이어트에 대해 열거된 수많은 장점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독소 제거로 인한 피부 트러블 개선이었다. 얼마전 체내 독소에 관련된 책을 읽기도 했었고, 아직도 성인 여드름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검은콩 다이어트로 성인 여드름을 치료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가 번쩍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은콩을 포함한 블랙푸드는 독소 제거 효과가 있다. 검은콩에 함유된 풍부한 섬유질은 배변 작용을 원활하게 해어 변비를 없애주고, 장내에서 미생물에 의해 유해독소를 만들어내는 숙변까지 제거해 준다. 처음 검은콩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냄새가 고약한 방귀와 변을 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장내에 있던 숙변들이 배출된 거란다. 이렇게 숙변이 제거되고 독소가 사라지면 몸 속의 장기들이 건강해지고, 동시에 얼굴 여기저기에 치솟던 성인 여드름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체내 독소를 제거함으로써 성인 여드름의 원인을 없애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셈이다.
다만 검은콩 다이어트를 방법이 몇 장의 분량으로 끝날 만큼 워낙 쉽고 간단한 까닭에 그 내용만으로 한 권의 책을 메우는 것이 조금 버거운듯 보인다. 검은콩 다이어트에 대한 방법 외에도 저자의 오랜 다이어트 실패 경험, 검은콩의 효능, 다이어트의 원리와 효과적인 활용팁, 검은콩 다이어트를 경험한 누리꾼들의 이야기, Q&A 등 여러 내용들을 함께 실어두었지만 개인의 경험과 그에 따른 지식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깊이가 깊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검은콩 다이어트의 간단한 방법과 높은 효능에 대한 내용은 마음에 들지만, 책의 내용이나 분량에 비해 책값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긴 다른 다이어트 책들도 비슷하긴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편집이나 내용 부분에 있어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보였다. 각 꼭지가 끝날 때마다 본문 내용을 간추린 요약 노트를 남겨주면 독자들이 핵심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을 듯하다. 또한 검은콩 다이어트를 할 때 약콩인 서리태 검은콩의 모습이라던가, 검은콩과 두부를 먹는 응용법 등의 다양한 사진을 첨부해 글로만 풀어낸 글에 시각적 정보도 함께 제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더불어 불린 검은콩을 밥솥에 찔 때 솥의 종류나 물조절 같은 사소한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싶었다. 검은콩을 찌는 것 정도는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간단한 것조차 처음 해보는 독자라면 헤맬 수도 있기 때문이다.
3개월에 12kg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에서 소개하는 '검은콩 다이어트'는 앞서 말했듯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그 방법이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재료 또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자연식이라 부작용도 없단다. 책에 수록된 모든 과정과 효과가 저자 자신의 체험에서 나왔다는 것에 눈길이 간다. 무엇보다 검은콩 다이어트의 가장 빛나는 장점은, 책의 내용에 따르면, 살을 빼면서 동시에 건강도 지키는 웰빙 다이어트라는 점이다. 몸속 독소를 제거하고 체질을 개선해 우리 몸이 스스로 건강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살이 빠지고 내장기관이 회복되며 피부가 좋아진다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언니의 다이어트를 염려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나 또한 이내 검은콩의 건강한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원래 콩류를 좋아해 즐겨 먹는 터라 검은콩에 대한 친근감이 더욱 커졌다. 나처럼 살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지만 검은콩을 통해 몸 속의 독소가 제거되고 피부가 개선된다면 한 번 시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계획하려는 분들에게는 물론이다. 간단하고 몸에도 좋고 효과까지 빠른 검은콩 다이어트, 이제 직접 경험해 볼 일만 남았다. 언니에게도 얼른 가르쳐 주어야겠다. (오늘 삶은 검은콩으로 아침을 먹었다. 고소한 맛에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었더니 배가 엄청 부르다. 너무 많이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