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름이 다가온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여름,하면 여행,이 떠오른다. 정작 여름에 여행을 떠난 적은 별로 없음에도 말이다. 여름엔 오히려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도서관 구석에서 여행책을 뒤적이는 걸 더 좋아한다. 직접 가진 못하지만 작가들이 눈으로, 귀로, 감각으로 경험한 것들을 책을 통해 공유한다. 내가 그들처럼 그곳에 있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세상 곳곳을 맛보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크로아티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다. 생소한 국가 이름에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본선 3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첫출전의 결과물이었다니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뒤에 알았다. 크로아티아가 구 유고 슬라비아 연방국에서 독립한지 얼마 안 된 나라라는 걸. 이 작은 일들을 통해 나의 무관심과 무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행책을 좋아해서 그동안 적지 않은 여행관련 책들을 만났었는데 크로아티아를 다룬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나가는 길로 동유럽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때도 크로아티아는 없었다. 그런데 한 권의 책에서 온전히 크로아티아를 이야기한다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흰색과 빨간색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지는 유니폼을 입고 골대를 향해 달려가던 축구 선수들만 떠오르는 나라 크로아티아는 어떤 향기를 품은 나라일까. 낯선 곳으로 향할 때의 두근거림을 안고 책장을 넘겼다.

책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책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여행책의 경우 책의 겉모습에 현혹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 정말 예쁘다. 그리고 난 예쁜 책을 좋아한다. 빨간 지붕과 시원한 바다를 그린 일러스트 표지부터 눈길을 끌더니 매 페이지마다 펼쳐보이는 이국적인 풍광이 책장 넘기는 손길을 붙잡는다. 같은 풍경을 사진과 일러스트라는 다른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다소 중복되는 느낌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대기업을 다니다 책에 매료되어 출판사를 차려 책과 여행과 함께 하고 있다는 저자는 사진 솜씨 또한 작가 못지 않아 많은 책들의 사진 작업을 했단다. 그래서인지 이책에는 엽서 같은 풍경의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중에서도 그들(혹은 그 또는 그녀)을 크로아티아로 날아가게 했다는 한 장의 사진, 붉은 지붕이 펼쳐진 두브로브니크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그들만의 풍경이었다. 크로아티아만의 색감이라고나 할까. 이제 크로아티아,하면 월드컵과 함께 그 붉은 지붕의 향연이 떠오를 것 같다.

붉은 지붕 못지 않게 인상적인 곳은 자그레브 남쪽의 국립공원 플리트 비체였다. 여행 사진들을 보다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곳이 아닐 것 같은 장소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장 강렬했던 것이 비가 내린 후 세상을 그대로 비쳐 보이던 볼리비아의 유우니 소금사막이었다. 그런데 플리트 비체에 있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호수의 빛깔이 또 한 번 가슴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리트 비체 국립공원은 천연림으로 둘러싸인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비경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란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과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어서 사진을 넘기는 내내 정말 황홀했다. 자연만큼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는 모양이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두브로브니크와 플리트 비체가 너무 강렬해서 뒷부분에 포진해 있는 스플리트와 자그레브는 조금 무난했다. 분량이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어디든 사람 사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법, 중간중간 보이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 그래도 재미있었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는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찍은 사진을 중심에 둔 여행 사진책이다. 여행 에세이라고 부르기엔 중간중간의 글들이 너무 짧다. 분류야 어쨌든 간에 책장을 넘기며 따듯한 사진들을 보다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져 마음 한 켠이 따듯해진다. 사실 이책은 크로아티아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진 않는다. 저자들의 동선을 따라 네 곳을 중심으로 그곳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이야기들을 전하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적인 정보다. 이책을 덮은 후에도 나는 여전히 크로아티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에도 크로아티아가 행복한 나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아닐 것이다. 이책의 제목을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라고 정한 건 크로아티아가 마냥 행복한 나라라는 게 아니라 그곳을 대하는 저자들의 시선에서 행복이 묻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사진을 통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때론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때가 있다. 아마 이책 또한 그럴 것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소박한 사진들을 통해 크로아티아를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리고 그 행복이 내 마음에도 옅게나마 번지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