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이해 편 EBS 지식채널 건강 1
지식채널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 EBS 지식채널 건강 01 몸의 이해 편 │ 지식채널 │ 2009년 3월


살면서 가장 흔히 걸리는 질병 중 하나가 감기다. 동네 병원이라도 찾으면 의사는 상투적인 질문 몇 가지 던지고는 주사와 약을 처방해 준다. 약국에서 받아온 감기약을 꺼내보면 뭐가 이렇게도 많은지, 적게는 서너 개에서 많게는 예닐곱 개를 훌쩍 넘기도 한다. 병원 처방대로 받아온 약들을 볼 때마다 과연 이 약들을 다 먹어도 괜찮은지, 이것들을 다 먹어야 감기가 낫는 건지, 효과는 있는 건지, 감기 나으려다 애꿎은 위장병 얻는 건 아닌지 다양한 의문들이 떠올라 고민이 깊어진다. 그래도 감기로 고생할 때면 약 먹으면 빨리 낫는다는 고정관념에 감기약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처럼 단순한 감기 환자에게 이렇게나 많은 약을, 그것도 항생제를 섞어서 처방해주는 나라는 거의 없단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의 병원에서 모의실험을 한 결과 그들은 감기 환자에게 약과 주사는커녕 그저 담배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비타민을 복용하라는 처방만 내릴 뿐이다. 왜 약을 처방하지 않느냐는 환자의 질문에 바이러스 염증인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병인데 뭐하러 효과도 없는 약을 복용하느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한국의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외국 의료진에게 보이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 병이라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감기약 중 어느 것도 효과가 증명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감기약에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항생제는 감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증인데 반해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감기처럼 기초적인 질병에 항생제를 남용하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고 치명적인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마디로 감기약은 효과도 없고 부작용만 심각하다는 말이다.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감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다. 소위 불치병인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식을 취하면서 며칠 앓다보면 저절로 낫는 병이기도 하다. 또한 감기를 앓는 동안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통해 한층 강해지고, 피로가 누적된 부분에 쌓여있던 노폐물들이 빠져나가면서 몸의 구석구석은 다시 탄력을 되찾아 상쾌한 상태로 돌아간다. 말하자면 감기는 건강해지려는 우리 몸이 보이는 하나의 현상인 동시에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백신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시중에는 수많은 감기약이 나와있다. '확실한 치료법이 없으면 수백 가지의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다'는 의학자 에릭 카셀의 말은 이런 감기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우리는 감기는 초기에 잡아야 한다며, 조그만 증상만 보여도 바로 병원을 찾고 약을 먹는다.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바로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산업'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병원 및 제약회사들의 그릇된 광고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매해 감기 환자에 들어가는 돈이 암 환자의 것을 훌쩍 뛰어넘고 감기 환자의 외래 진료 건수는 최고 비율을 자랑한다. 소위 돈 되는 장사, 그것도 비용 대비 엄청 남는 장사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자연 치유가 가능한 감기에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죽이는 것은 물론 약물 오남용의 발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소아의 경우 잘못된 약물 사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이가 아플 때 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약으로 빨리 낫게 하려는 부모의 잘못된 사고와 의사들의 무성의한 처방이 매해 적지 않은 아이들을 약물 과다복용이나 오남용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감기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읽으며 순간 소름이 끼쳤다. 질병이 돈이 되고, 그 돈을 위해 사람들을 약물에 중독되게 내몰고 있는 우리의 의료 현실이 참으로 답답했다.


앞서 말한 감기에 대한 내용은 EBS 다큐 프라임에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감기>의 내용을 토대로 구성한 부분이다. 책 전체를 봤을 때 많은 분량을 차지하진 않지만 우리의 의료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가장 충격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 그에 대한 언급이 길어졌다. <EBS 지식채널 건강 01 몸의 이해 편>은 제목처럼 우리 몸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잘못 알았던 건강 상식과 의학 정보들을 되짚어 보고, 알았던 지식들은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새로운 내용들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은 크게 5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의 전체 내용을 아우르며 몸의 건강과 자연치유력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는 「몸이 변했다」, 감기와 의료 현실과 제도 등을 다룬 「몸은 모른다」, 몸을 이루는 각 장기에 대한 내용을 다룬 「몸을 말한다」, 몸을 괴롭히는 각종 질병들을 다룬 「몸이 뿔났다」, 그리고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적어둔 「몸이 살아난다」가 그것이다. 또한 단락마다 실어둔 체크리스트는 내 몸의 건강상태에 대해 좀 더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건강 상식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정작 그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몸이 조금만 아파도 약에 찾기 보다는 내 몸이 가진 자연치유력을 믿고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해보자. 올바른 습관과 운동,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몸에 좋다는 온갖 건강보조제를 먹기에 급급하지 말고 제철에 나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 등을 먹는 습관을 가져보자. 몸이 좋아하는,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책이 하고자 하는 말은 책의 서론에 등장했던 '병을 낫게 하는 것은 결국 '자연'이다'로 함축되지 않을까 싶다. 조화가 깨어져 생긴 질병은 다시 자연의 조화로 치유될 수 있다. 그러니 섣부르게 약물에 의존하려고 하기보다 우리 몸이 가진 자연치유력을 믿고 되살려 스스로 질병을 극복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또한 통증을 무조건 약으로 없애려고 하지말고, 몸의 이상을 전해주는 몸의 신호로 여겨 몸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몸이 말하는 소리를 무시하지말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곧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