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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 지식의 단련법 | 다치바나 다카시 |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얼마전 선물받은 <청춘표류>를 통해 다치바나 다카시를 처음 알게 됐다. 알고보니 그는 인문, 사회, 과학 등 경계를 나누지 않는 전방위적 저서 활동을 통해 '지(知)의 거장'으로 불린다는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두번째로 만나는 그의 저서 <지식의 단련법>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가공ㆍ정리해 글쓰기에 활용하는 자신만의 총체적인 지식 활용법에 대한 책이다.
<지식의 단련법>은 크게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 '출력'하는 방법, 그리고 '입력에서 출력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듯 지식을 다루는 것 또한 제각각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기에 일반적인 이론으로 뭉뚱그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이책에 담긴 내용들 또한 절대적인 방법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 자신만의 방법임을 미리 밝혀둔다. 그리하여 정보를 관리하고 그것을 이용한 글쓰기를 함에 있어서도 타인의 방법론은 그저 참고만 할 뿐 그것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데 매진할 것을 권고한다.
- 책은 소모품임을 늘 염두에 두어 인색하게 굴지 말고 더럽히면서 읽어야 한다. (103쪽)
정보의 입력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문, 잡지, 도서관, 컴퓨터, 기타 자료의 검색 등을 통해 수집된 정보들은 저자는 스크랩북, 독서 카드 등을 통해 가공, 정리한다. 방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선별해서 수집하고 다시 필요에 따라 재분류 정리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그중에서도 정보를 찾기 위한 책을 고르는 법과 읽는 법, 기초 지식이 없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할 때 입문서에서 시작해 전문서로 나아가는 방법, 책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가짐 등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곱씹어 볼만 했다.
그러나 저자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는 스크랩북이나 독서 카드 같은 것들은 인터넷에 접속해 자판 몇 개만 두드리면 웬만한 정보들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같은 정보화 시대에 활용하기엔 너무나 고전적인 방법들이라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알고보니 이책은 일본에서 초판이 출간된지 거의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란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데, 이십 여년의 세월은 손수 신문을 잘라내어 스크랩북을 만들던 시대에서 검색 한 번으로 온갖 정보를 만날 수 있는 인터넷 시대로 변하기엔 충분한 시간인 셈이다. 그러나 비록 그 방법들은 구닥다리가 되었지만 정보를 선별하고 정리하는 근본적인 자세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배울 점이 있었다.
정보의 입력이 끝나면 그것들의 활용 단계인 정보의 출력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입력 부분의 내용이 너무 예스러워 흥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보의 출력은 궁극적으로 나의 관심사이기도 한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부분이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글을 쓰기 전에 글의 지도와 같은 콘티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나 직접적인 글쓰기 방법을 다루는 문장표현 기법 등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웠던 건 바로 입력과 출력으로 이어지는 과정 동안 일어나는 '사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준비된 재료가 술이 되기 위해서는 효모의 발효 과정을 거치듯 입력된 다양한 정보가 글쓰기라는 출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재조합하는 일련의 무의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한다. 지적 생산은 특히 이런 무의식의 과정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의식화하여 기술,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방법을 무작정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력과 출력 '사이'에 해당하는 이 무의식의 능력이 커질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다행스럽게도 노력 여부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양질의 정보 입력, 즉 좋은 문장을 많이 읽고 즐기기를 권한다.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다보면 그것이 무의식에 쌓이게 되고 과정화되어 자연히 좋은 글을 쓰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 아무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본다. 손을 보는 가운데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무엇이 좋을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쳐내는 방향으로 손을 댄다. 매꺼럽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긴 문장이다. 그러니 우선 수식어(수식어구)를 덜어내고 연문, 복문은 단문화 하여,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 본다. 그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문장구조를 바꿔본다. 구체적으로는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주어를 바꾸자마자 지금까지의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문장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일이 흔히 있다. (155쪽)
<지식의 단련법>에 소개된 정보의 수집, 정리, 활용 방법들은 얼핏보면 저자와 같은 저널리스트나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궁극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어떠한 형태로 접한 정보의 입력이 있기에 출력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책이 씌여졌던 시대와 소개된 지금 시대 간의 시간차가 적지 않아서 지금 바로 활용하기엔 적합치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정보를 대하고 단련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변함이 없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적절히 취사선택한다면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언젠가 자신의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면 다치바나 다카시식 정보 활용법을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 독서는 정신적 식사다. 자신이 읽을 책 정도는 스스로 골라 스스로 사고 늘 곁에 두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93쪽)
- 2009.03.29. 햇살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