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쉽게 하기 : 일러스트 드로잉 스케치 쉽게 하기 8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명랑 만화의 그림을 보며 쓱싹쓱싹 따라 그리기에 열중하곤 했다. 꽤나 단순하고 쉬워보이는 그림인데도 막상 따라 그리다보면 원래 그림의 느낌을 살려내는 게 왜 그렇게도 어렵던지. 아쉽게도 대부분의 그림들은 원본과는 확연히 다른 다른 나만의 어설픈 개성이 가득한 그림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그러나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어설프기 짝이없었던 나의 모사 실력도 점점 자리를 잡아갔고 나중엔 만화 속 그림과 제법 비슷한 그림들을 그려내곤 했었다. 그 그림들 중 몇 장은 아직도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때 즐겨봤던 만화 덕분에 일러스트는 항상 친근한 그림으로 남아있다. 명랑만화를 졸업하고 순정만화에 입문하면서 2등신이었던 주인공들이 8등신으로 변했고, 즐겨보던 만화 잡지에서는 그림그리는 강의까지 실리곤 해서 사람을 그릴 때 기본 뼈대를 잡는 법이나 얼굴 그리는 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따라 그리곤 했었다. 비록 의욕이 불타오르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손 때문에 좌절하곤 했지만 그래도 일러스트는 여전히 내게 가장 친근한 그림임에는 틀림없다.


작년부터 즐겨보던 미술 실용서인 김충원 님의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에서 이번에 '일러스트 드로잉'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일러스트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책의 출간이 반가웠다. 그동안 책과 만화, 패션잡지 등을 통해 다양한 일러스트와 관련지식을 간간이 접했었지만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이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이책을 통해 기초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이책을 펼쳤다.

- 일반 스케치가 '대상'을 그리는 그림이라면 일러스트는 '이야기'를 그리는 그림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듯, 재미있는 일러스트는 보는 이를 웃게 하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합니다. (작가의 말 中)

<스케치 쉽게 하기 - 일러스트 드로잉> 편은 일러스트의 상식과 기초, 사람 일러스트, 동물 일러스트,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일러스트의 상식과 기초'는 일러스트 그리기를 시작하는 자세와 방법 등과 함께 가장 기본되는 윤곽선 일러스트를 통한 선 긋기, 사물의 단순화와 강조와 변형 등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일러스트는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인 만큼 선의 굵기와 강약의 정도에 따라,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사람 일러스트'는 얼굴의 기본적인 작법과 다양한 각도와 표정을 표현하는 법과 몸을 그릴 때 기본적인 스케일과 뼈대 구성은 물론 몸의 비례와 각각의 특징을 이용해 남녀노소를 표현하는 방법, 사람 일러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소품 일러스트 등을 다룬다. '동물 일러스트'에서는 사람의 골격과는 다른 동물 뼈대 구성하는 법, 각자의 상징성을 이용한 단순화 기법,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의인화 그리기에 대해 알려주고, 마지막 '재밌는 일러스트'는 앞에서 배운 내용들을 응용한 다양한 일러스트들을 보여준다.


김충원 님의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서 연습할 수 있도록 난이도에 따른 다양한 예제와 쉬운 설명으로 채워져있다. 간혹 그 과정이 너무 단순화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착실하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붙게 된다.

또한 이 시리즈는 책과 함께 연습장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보았던 다양한 예제 그림들이 연습장에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책에서 소개한 에제들을 직접 따라그리며 그대로 연습해 볼 수 있다. 연습장의 밑그림 위에 바로 직접 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왕이면 그위에 비치는 종이를 대고 여러 번 반복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책을 펼쳐놓고 나도 열심히 따라 그려보았다. 연필을 들고 선 긋기 연습도 하고, 동그라미 위에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표정의 얼굴을 그려넣기도 했다. 선과 관절로만 연결된 뼈대들에 근육과 살을 붙여 사람의 모양으로 만들어가기도 했다. 자신이 없어 자그만하게 그리던 그림을 이책의 충고에 따라 자신있는 선으로 종이에 가득차게 채워나갔다. 삐뚤빼뚤 굵고 가늘고 제 멋대로 뻗어나가던 선들이 이어져 원본과 전혀 다른 그림들을 만들어 냈지만, 조금씩 자신감이 붙은 내 손은 그림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무언가를 그린다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김충원 님은 '낙서가 예술입니다'라는 말로 끝맺음을 해두었다. 세상에는 거장들의 큰 예술작품들이 수없이 많지만 나와 거리가 먼 그런 예술보다 오히려 일상에서 함께 숨쉬고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예술들이 진짜 예술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그렇다. 꼭 미술관에 가야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음을 위로해주고 그속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초딩 조카의 낙서같은 그림 또한 내게는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이면지 위에 나만의 예술을 단련한다. '생각나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쓱쓱 그릴 수 있는 즐거운 그림이 가장 좋은 그림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을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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