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 War of fl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김세영 작가와 허영만 화백이 함께 탄생시킨 걸작 <타짜>. 수많은 걸작을 원작으로 두는 영화의 운명이 그렇듯 <타짜> 또한 영화화가 결정된 이후 수많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우려보다 기대의 비중이 더 높았던 것은 반짝반짝 빛을 내는 탐나는 배우들이 모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각종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싹쓸이했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다는 기대치 때문일 것이다.

그런 별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꽃들의 전쟁 <타짜>, 그 종합선물세트의 뚜껑이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열렸다. 18세 등급가의 불리함과 어두운 이야기가 흥행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타짜>는 몇 년 째 이어진 '추석 = 코미디'라는 공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 추석의 흥행 왕으로 우뚝 솟았다! 벌써 전국 400만을 넘었다고 하니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의 입소문, 그리고 흥행성적에 힘입어 한동안의 거칠 것 없는 흥행질주가 이어질 듯 하다.


어느새 명절이면 가족끼리 모여앉아 즐기는 놀이로 친숙해져버린 동양화 감상, 화투. 그 소박했던 화투장이 영화속 타짜들에 의해 꽃들의 전쟁으로 변신한다. 전문도박꾼을 일컫는 '타짜'를 제목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의 주배경과 이야기는 도박판을 중심으로 엮어진다. 명절에 접하는 우리네의 소박한 화투판과는 격이 다른 거대한 '꾼'들의 도박판이 펼쳐지고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온갖 속임수와 음모, 배신과 욕망이 쏟아져 내린다. 그리하여 도박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세계이며 전쟁터가 된다.

<우행시>와는 달리 <타짜>는 다행히도(?)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로 접했다. 그랬기에 온전히 영화에 몰입하며 그 스릴과 아찔함을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원작을 본 동생의 아쉬움을 나는 느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재탄생시킨 영화의 탄탄한 얼개는 기본이고, 보는 내내 속도감있는 빠른 호흡으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 또한 훌륭하다. 더불어 최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처럼 속도감있는 편집을 선보여 눈을 즐겁게 하는 <타짜>의 편집 또한 멋지다. 역시나 등장하는 다중의 화면분할도 도박판에 우글거리는 여러 인물들의 다채로운 표정들을 한 화면에 담아내며 생동감을 놓치지 않는다.

<타짜>가 완전 액션영화가 되었다는 동생의 작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액션씬들은 생동감있는 연출로 보는 이의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계속 화투만 치는 것보단 가끔 뛰어주고 싸워주는 걸 더 좋아라하는 관객의 마음을 헤아린 제작진의 성의가 아닐까 한다.


감독의 재능과 함께 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건 당근~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타짜>는 참으로 축복받은 영화일런지도 모른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백윤식과 김혜수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지구를 지켜라>,<범죄의 재구성> 이후 충무로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제시하며 관록의 연기를 몸소 보여주시고 계신 백선생, 백윤식. 역시나 <타짜>에서도 전설의 타짜 평경장을 맡아 멋진 연기를 펼치신다. 그가 아닌 평경장을 어찌 상상할 것인가! 이젠 그가 나오는 영화라면 우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아역배우로 출발해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배우'라는 이름 붙이기가 조금은 껄끄러웠던 김혜수. 그러나 이 영화 <타짜>를 본 뒤, 이젠 더이상 그렇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배우'라고 불릴 만한 내공을 소유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 팜프파탈로 남성중심의 영화에서 보기만 좋은 들러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캐릭터 정마담을, 기존의 어떤 연기보다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으로 당당히 들여놓는다. <타짜>는 이제껏 본 그녀의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한다. 이젠 세월을 비켜가는 듯한 그녀의 외모 뿐만 아니라 더욱 풍부하고 깊어진 그녀의 연기가 한층 아름답다. 


주인공 고니를 연기한 조승우의 연기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배역을 소화하고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하나 영화 전체에서 조승우의 연기가 강인하게 각인되진 않는다. 그러나 혼자만 튀려고 하는 연기가 아니라 전체에 어우러짐으로 빛을 발하기에 그의 연기는 여전히 아름답다.

수다쟁이 서민형 타짜 고광렬로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건네주는 유해진의 연기는 여전히 익살스럽고 유쾌하며, 요즘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귀'역의 김윤석 또한 기존의 인상좋은 아저씨를 걷어내고 악마적 매력을 뿜어내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보인다.

참! 깜짝 선물로 허영만 화백이 까메오 출연도 했다. 한 컷 큼지막~하게 잡힌 후 서서히 배경으로 물려지는 터라 허 화백의 얼굴을 놓칠 수 없으리라~ (오늘 보니 영화 '식객'에도 까메오 출연을 하셨다고. ㅎㅎ)


<타짜>의 성공으로 속편제작 논의가 활발하단다. (속편은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한다) 줄곧 부정적 반응을 보이던 허 화백도 긍정적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하니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영화화가 된다면 타짜 4부가 가장 알맞다고 허화백이 추천했다고. 전편의 배우들이 모두 모인다면 기꺼이 출연하고 싶다는 배우들의 의견처럼 <타짜>의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뭉친다면 나도 속편을 목 빼고 기다릴 의사가 있다! <타짜>, 잘 만든 영화라 행복한 영화였다.






 2006/10/11, 햇살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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