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 하늘에 계신 아빠가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
롤라 제이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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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들려왔던 톱스타 최진실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트렸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팬이었고, 지금처럼 앞으로도 함께 나이들며 같은 시대를 공유해갈 배우라고 생각했기에 그녀의 죽음은 내게도 무척이나 큰 충격이었다. 믿기지 않는 비보를 전해듣고 멍한 가운데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그녀의 아이들이었다. 두 번 다시 사랑하는 엄마를 볼 수 없는 아이들이 떠올라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서른살에 죽음을 맞게 된 아빠가 다섯 살 딸에게 남긴 사랑의 메시지라는 <매뉴얼>의 책소개를 읽으며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이 떠올랐다면 너무 오버하는 걸까. 그런데 실제로 그랬다. 이책의 이야기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엄마를 보내야했던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다시 만나지 못할 곳에 부모님을 먼저 보냈던 내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 생각나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분명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들을 남기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들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함께 늙어가는 배우자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슬프게 할 것이다. 죽음을 앞둔 남편이 세상에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편지를 준비하는 영화 <편지>처럼, 이책에서 루이스의 아빠 케빈은 다섯 살 된 딸을 위해 매뉴얼을 남긴다. 딸과 함께 해주지 못하는 앞으로의 시간을 대신해 줄 인생 지침서를.

다섯 살 때 아빠를 잃은 루이스는 곧 있을 엄마의 재혼이 달갑지 않다. 그러나 마지못해 참석한 엄마의 결혼식에서 뜻밖에 필로미나 고모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매뉴얼'이란 제목을 단 아빠의 초록색 노트를 전해받는다. 루이스를 위해 적은 아빠의 노트를! 케빈의 초록색 노트 '매뉴얼'에는 사랑하는 딸에게 남기는 사랑이 담긴 아빠의 편지로 시작된다. 그리고 열두 살부터 서른 살까지 매해 그녀의 생일날에 보내는 아빠의 메시지가 절대 제 나이 전에 먼저 훔쳐보지 말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담겨있다. 더불어 '기타' 부분에 인생 전반에 대한 다양한 조언들은 실어두는 자상함도 보인다. 한마디로 아빠가 전해주는 백과사전식 인생 상담서라고나 할까.

아빠의 노트를 읽을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렌 열두 살 생일 이후 루이스는 매해 생일을 아빠의 메시지를 만나며 성장한다. 그동안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 친구와 고민거리로 수다를 떨며, 학업과 취업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잘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모험을 떠난다. 몇 명의 애인을 만나고, 일과 공부에 매진해 직장에서의 성공을 맛보지만 그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좌절감을 경험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그속에서 새로운 꿈을 발견하고 다시 나아간다. 이런 인생의 여러 길목에서 아빠의 매뉴얼은 늘 그녀와 함께 했다. 루이스는 삶의 고비마다 아빠의 매뉴얼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낸다. 그러나 매뉴얼의 마지막 장을 남겨둔 서른 살 생일날 루이스는 코리와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실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죽음을 앞둔 아빠가 남은 딸을 위해 인생의 매뉴얼을 남긴다는 소재는 독특하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영화 <편지>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이 죽은 후에도 매년 딸에게 건네줄 생일선물 봉투를 준비하는 시한부 아빠의 이야기를 이미 읽은 바 있기에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책이 참 좋았다.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한층 크게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매뉴얼>은 딸을 향한 아버지의 가슴 저릿한 감동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와 함께 쉽지 않았던 성장통을 견뎌내고 성숙해진 루이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힘겨웠던 성장기를 지나면서 좀 더 넓고 깊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루이스와 함께 독자들도 한 뼘 더 성장한다. 롤라 제이의 <매뉴얼>은 따뜻한 사람들이 엮어내는 '착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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