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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神 ㅣ 공신 학습법 시리즈 3
손주현 외 지음 / 중앙M&B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말쯤 우연히 모방송국 채널에서 「공부의 제왕」이란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명문대 학생들이 모여 무료로 공부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공신닷컴'이란 사이트를 알게 됐다. 흔히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이기적이라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소위 수재라 불리는 이들이 후배들을 위해 그런 사이트를 열고 자신의 노하우를 무료로 선뜻 공개해 준다는 사실이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나눌 줄 아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공신닷컴의 '공신'들의 공부 노하우를 담은 책 <공부의 神>에 이어 이번엔 여러 과목 중에서도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어'를 집중공략한 <영어의 神>이 출간됐다. 이책에서는 '공신'들 중에서도 영어 실력이 가장 출중한 '영어 공신' 4명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책에서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영어 공부 비법을 풀어놓는데, 다른 듯 비슷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영어를 '즐긴다'라는 것이다. 시험을 위해 '해야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 그 자체나 또는 그것을 도와주는 방법으로서의 영어를 만난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이책의 영어 공신 뿐만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이책의 저자 영어 공신 4인은 책의 첫머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많은 시간과 노력에도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영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영어공부법을 잘못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제껏처럼 책속의 죽은 영어가 아닌 현실의 살아 숨쉬는 영어를 배워야 하고,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영어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해주고 나의 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즐기는 영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가 가지는 언어로서의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학 4년은 열외로 치더라도 중고등학교 최소 6년 동안 우리는 줄곧 영어를 대해왔다. 최근엔 초등학교에도 영어 수업이 생겼다니 영어를 접하는 기간이 예전보다 더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랜 시간동안 영어를 배웠음에도 영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심지어 외국인 앞에서 간단한 인사말조차 생각나지 않아 당황하기 일쑤다. 왜 그럴까. 그간 우리는 영어를 살아있는 언어라기 보다는 하나의 학문으로 문법, 독해, 듣기, 말하기로 쪼개어 제각각을 파고들기에 바쁜 공부를 해왔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듣기와 말하기, 글쓰기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영어 또한 일련의 과정들을 종합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왜냐하면 영어는 정리정돈된 학문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하는 살아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의 神>은 영어의 이런 언어적 특징을 살려 '살아있는 영어 공부'를 지향한다. 그래서 문법, 독해, 듣기, 말하기를 나누어 분석하기보다 그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방법으로 영화, 팝송, 게임, 영어 잡지, 영어 원서 등을 이용한 방법을 제시하고 교재로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시험을 간과할 수 없는 이땅의 수험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시험에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도 잊지 않았다. 최소한의 문법을 비롯해 단어와 독해를 공부하는 법과 영어 시험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신들의 알짜 시험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두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나 팝송, 게임, 영어 잡지 등을 통해 영어 그 자체를 「즐기며 공부하는 '개짱이' 영어공부법」, 필요한 최소한의 문법과 단어와 독해를 뚫는 방법을 다룬 「안되는 영어를 한방에 잡아라!」, reading listening writing을 정복하는 방법을 다룬 「읽기ㆍ듣기ㆍ쓰기 핵심노하우」, 마지막으로 수능 영어에 적용할 수 있는 그들의 노하우가 담긴 「노하우 수능영어 X파일」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단원과 각 단락의 끝머리엔 각각 'Essential Tip'과 '전격 공개! 공신 비법 노트'를 마련해두어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준다. 내용에 따라서는 참고할만한 교재들의 추천 목록을 소개하기도 한다.
영어 문법은 학교 수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신 영어에서는 그리 깊게 다루지 않는다. 겨우 이정도의 문법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단 말야?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책에서는 문법을 간략하게 다룬다. 시제, 수동태, 분사, 관계사, 가정법 등 최소한의 핵심 문법을 갖추었다면 나머지는 영어를 공부해가며 살을 붙여나가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법 설명 또한 기존의 틀에박힌 설명이 아니라 재치있는 해석과 설명으로 재미있게 듣고 즐겁게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영단어나 독해 또한 풍부한 예제를 통한 재미있는 설명으로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준다.
솔직히 <영어의 神>에 담겨있는 영어 노하우들은 그리 새로운 방법들은 아니다. 영어 학습법으로 각광받아왔던 팝송과 영화는 물론 영자신문, 원서, 영영사전, 원어민 테이프 등을 이용한 영어학습법은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방법들이고, 그외의 내용들도 완전히 독창적인 방법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책이 나름의 의미를 가진 것은 이런 보편적인 방법을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옆집 언니나 형이 옆에서 알려주듯 친근한 말투에 조목조목 짚어주는 내용 또한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여준다. 마지막 단락에서 영어 공신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수능시험 요령도 이책의 장점이다. 더불어 책의 수익금은 소외된 계층의 학생들을 위해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