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님과의 첫만남이었다. 책이랑 별로 친하지 않던 시절 내 주위에 그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았건만 나는 이제서야 그를 만났다. 이책 <청구회 추억>으로. 그러고보니 신영복 님을 기억하는 건 그의 저서보다 [처음처럼]으로 대표되는 서체인 것 같다. 술을 마시지 않지만 소주병에 적힌 신영복님의 서체를 보면서 언젠가는 그분의 책을 읽어봐야지,하는 이상한 연결고리의 다짐을 하곤 했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간된지 벌써 2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 기념으로 그책에 수록된 내용 중 하나인 <청구회 추억>을 영어로 번역해 함께 싣고 김세현 님의 맛깔스런 그림과 함께 새로 펴낸 책이 이책이라고. 책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마치 그림책처럼 예쁘다. 김세현 님의 그림은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해내 글의 맛을 더한다. 영어 번역본은 영어 울렁증이 있는 탓에 일단 외면했지만, 언젠가는 읽어볼 날이 오지 않을까도 싶다. 영어 번역본과 재미있는 그림도 좋지만 이책의 진짜 매력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듯) 바로 신영복 님의 글이다. 가난한 시절 만난 청구회 꼬마들과의 만남과 우정, 쌓아온 추억들들은 훈훈한 동화 한 편 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별은 그렇지 않다. 신영복 님이 수감되고 그 이후 흐지부지 흩어져버린 청구회 꼬마들의 소식도 그렇지만, 소년들과의 순수한 우정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자신들의 목적에 끼워맞춰 이용하는 모습이 담긴 뒷부분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청구회 소식의 이야기가 끝나고 뒷부분에 덧붙어 있는 청구회 추억 그 이후의 소식은 가슴이 짠해졌다. 이책을 읽은 후 신영복 님의 책이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래토록 바라만 보았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바로 구입했다. 신영복 님을 만나게 해 준 책, 그리고 그분의 글에 빠지게 해 준 책 <청구회 추억>. 예쁜 책 안에 우리의 안타까운 현주소가 스며있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릿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