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첫 정은 정말 무서운 건가 보다.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로 홀딱 반해서 빠져들었던 오쿠다 히데오였지만 최근 몇몇 작품으로 적잖은 실망감을 맛봤음에도 여전히 그의 이름을 들먹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머문다. 이번에도 그랬다.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소설이라는 것과 그 유명한 팝스타 '존 레논'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되 심각한 상황에서도 익살을 떠는 오쿠다 히데오답게 존 레논을 변비환자로 만들었다는 점이 또 한 번 나를 유혹했다. 그리하여 나는 어느새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라는 수상한 제목의 책을 또다시 넘기고 있었다.

세계를 뒤흔든 유명한 팝스타인 존은 일본인 아내 게이코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자 지난 4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가족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여름이면 아내를 따라 일본으로 휴가를 왔다. 그해 여름에도 역시 존은 일본의 가루이지와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다. 평화로운 휴가를 보내던 어느날 존은 빵집에서 자신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란다. 그것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목소리 뿐만 아니라 뒷모습까지 자신의 어머니와 너무나 흡사한 백인 여성을 뒤쫓아 니테 다리까지 갔던 존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와는 다른 얼굴을 가진 평범한 백인 여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니테 다리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존에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계기가 되었고, 거기에 방황하던 젊은 날의 잘못들까지 겹쳐져 존은 매일밤 악몽에 시달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복부의 격렬한 통증과 잠들 때마다 찾아오는 악몽, 뒤따르는 호흡곤란에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존에게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약간의 약과 주사를 처방해준다. 그러나 하복부의 통증은 멈출 줄을 모르고 급기야 변비로 발전하고 전전긍긍하던 존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내 게이코가 알려준 아네모네 병원을 찾는다. 그 수상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존은 그동안 자신이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과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긴 어머니를 다시 만나면서 몸을 괴롭히던 변비는 물론 마음을 괴롭히던 상처까지 치유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존 레논은 아들이 태어난 이후 다음 앨범(아쉽게도 그것은 존의 마지막 앨범이 되었지만;)까지 4년간의 공백기가 있었고, 거기에 대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고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존 레논의 은둔생활에 호기심을 품었고, 그 기간동안 그의 마음을 치유해줄 만한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존 레논에 대한 이런 의문과 호기심이 오쿠다 히데오의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상상력과 만났고 이책이 나왔다.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인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의 가장 큰 매력은 '죄책감에 대한 속죄와 상처의 치유'라는 진지한 주제를 팝스타의 은둔생활과 변비라는 다소 엉뚱한 소재와 연결해 유쾌하게 풀어가는 그의 익살스러움일 것이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존의 에피소드들을 능수능란하게 각색하고 죽은 사람들이 돌아온다는 일본의 명절인 오봉절과의 절묘한 연결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공중그네>처럼 요절복통은 아니지만 변비환자에 대해 민망할 정도의 리얼한 묘사 등은 피식 웃음이 나게 하고, 가볍고 유쾌한 웃음 가운데 인간 내면의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전개감이나 배가 아플 정도의 웃음은 없지만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큰 기대없이 가볍게 부담없이 읽는다면 존의 고통과 환희를 즐겁게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화장실에 오래 머물러야 할 변비환자들이 화장실에서 이책을 읽는다면 존의 리얼한 배변 고통에 대한 묘사에 깊은 공감을 표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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