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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2 - Yes를 끌어내는 설득의 50가지 비밀 ㅣ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노아 J. 골드스타인 외 지음, 윤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만났다. 심리학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입소문이 꽤 좋아서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던지라 바로 집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더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 알쏭달쏭한 사람들의 심리를 엿보는 재미도 있고, 아주 작은 차이에도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행태나 나 또한 그런 일반적인 심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이 우습기도 했다.
그뒤 심리학이란 분야에 약간의 관심이 생겨 몇몇 대중심리학 책들을 찾아 읽었는데 대부분 <설득의 심리학>이 다루었던 내용을 넘어서질 못했다. 역시 <설득의 심리학>만한 책이 없군,이라는 생각이 다른 책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져 그 후 점점 관심이 옅어졌던지라 <설득의 심리학 2>가 나왔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전작에 대한 신뢰도가 컸기에 2권 또한 그에 따른 믿음과 기대감 만발, 이번엔 설득심리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하는 설렘으로 책장을 하나둘 넘기기 시작했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전작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이라는 '설득이론'에 대한 개념적인 설명을 들려주었다면, <설득의 심리학 2>에서는 그 이론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심리학 실험들을 통해 입증된 '실천적 설득전략'들을 풀어낸다. 한마디로 설득의 노하우에 집중한 '실천편'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다양한 실험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전작의 '6가지 불변의 법칙'을 '50개의 설득전략'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각종 사례와 실험결과, 통계들을 통해 이책에 제시된 설득전략들이 어떤 상황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독자들이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설명도 친절히 곁들여 놓았다.
그럼 전작과 이책의 밑바탕이 되는 6가지 불변의 법칙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6가지 법칙'이란, 다수의 행동이 '선(善)'이라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의는 호의를 부른다는 「상호성의 법칙」, 하나로 통하는 기대치를 만들라는 「일관성의 법칙」, 끌리는 사람을 따르고 싶은 이유를 밝히는 「호감의 법칙」, 부족하면 더 간절해지는 「희귀성의 법칙」, 전문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을 설명한 「권위의 법칙」을 말한다.
그럼 이 6가지 법칙들은 우리 생활속에서 어떻게 작용되고 있을까? 옵션이 많아질수록 의사결정률이 낮아지고(사회적 증거의 법칙), 기록할수록 약속이행률이 높아지며(일관성의 법칙), 작은 약점을 먼저 언급한 후에 큰 장점을 거론하면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쉬워지거나(호감의 법칙), 설득 전에 먼저 차를 대접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권위의 법칙)고 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제시된 과학적 사례들을 살피는 것은 또다른 맛이 있었다.
또한 원칙적인 설명은 힘들지만 우리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흥미로운 한 단면을 보여준 '뉴 코크'와 '오리지널 코크'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극렬한 반응은 사람들은 익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다'는 심리를 보여준 재미있는 사례였고(희귀성의 법칙), 어떤 부탁을 할 때 포스트잇 같은 작은 정성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거나(상호성의 법칙), 파괴적 메시지(돌을 가져가지 마시오)가 오히려 부정적인 사실(다른 사람들이 돌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해 더 나쁜 반응(돌을 가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사회적 증거의 법칙)는 사실은 뜻밖의 내용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과 비슷하거나 생일과 일치하는 숫자가 들어간 주나 도시로 이사하거나 성이나 이름이 비슷하게 들리는 사람들과 결혼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 이름의 첫 글자와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등 은연중에 자신의 이름과 연관성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심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통계자료를 보면서도 선뜻 믿기지 않는, 그러나 믿기지 않는 만큼 더 신기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보통 '설득'이라고 하면 사업상의 거래같은 거창한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설득의 연속아닌가. 물건을 하나 사거나, 부모님에게 용돈을 얻거나, 아이들에게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치우게 하거나, 친구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일 등 일상적인 일들 또한 설득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우리는 설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타인을 잘 설득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내게 가해지는 설득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책에 담긴 설득의 심리와 전략들은 무척 유용하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은 기술이 아닌 '과학'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설득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설득의 심리학을 이해하고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설득의 전략들을 잘만 사용하면 설득의 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설득의 심리학 2>는 풍부한 사례와 쉬운 설명으로 심리학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심리학 책이다. 또한 설득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설득전략들과 그것들을 우리의 실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팁들이 풍성한 책이기도 하다. 실천적인 설득의 노하우가 가득한 <설득의 심리학 2>, 전작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재밌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