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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ㅣ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찰스 디킨스는 몰라도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구두쇠 스크루지는 어렸을 땐 크리스마스만 되면 티비에 등장하는 단골 만화영화로, 학창시절에는 교과서에서 각색된 희곡의 일부로 만날 수 있었다(내 기억으론 '희곡'이었던 것 같은데 확신하진 못하겠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이렇게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스크루지를 만났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기 시작한 「펭귄 클래식」으로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지만 정작 원작은 읽어보지 못했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만났다. 이책에는 디킨스의 대표작인 중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해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 「가난한 일곱 여행자」 등 7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처음엔 7편 모두 소설인 줄 알았던 터라 크리스마스를 맞은 사람들의 행복한 풍경을 늘어놓는 네 장 남짓한 이책의 첫 이야기 『크리스마스 축제』에서 다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뭣이여?하며 앞의 서문을 다시 들춰보니(「펭귄 클래식」의 서문은 책속의 내용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길이 또한 적지 않고, 또한 작품도 읽기 전에 서문에 지쳐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나는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서문을 읽으며 새로운 해석을 저하고 책의 내용을 정리한다), 대표작인 「크리스마스 캐럴」 외에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 단편소설과 소품글들을 함께 실어놓은 거란다.
오랜 세월 알고있었던 이야기지만 원작으로 다시 보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또다른 맛이 있었다. 세 명의 유령을 통한 스크루지의 변화 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평범하지만 사랑스런 사람들의 모습은 이책의 또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진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감사할 줄 아는 소시민들의 모습은 냉소적인 스크루지 뿐만 아니라 세상사에 시달려온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전반적으로 '교훈적'인 면모가 강하긴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와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은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또한 냉소적인 교회지기 가브리엘이 크리스마스 전날 고블린에게 지하세계로 끌려가 일련의 영상을 보고 삶의 자세를 바꾼다는 내용의 단편소설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는 읽는 내내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상됐는데, 역시나 「크리스마스 캐럴」의 원형이 된 단편이란다. 또다른 단편 「'험프리 님의 시계'에 실린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크리스마스에 선술집에 쓸쓸히 앉아있던 귀머거리 신사에게 온정을 베푸는 험프리 씨의 이야기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자선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준다. 그외 소품들도 '크리스마스'의 여러가지 모습과 의미에 대해 들려준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인색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철저히 혼자였던 스크루지는 과거ㆍ현재ㆍ미래를 보여주는 세 명의 유령을 통해 삶의 새로운 가치를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을 적극적으로 맞이한다. 찰스 디킨스는 스크루지나 가브리엘, 험프리 씨 등 <크리스마스 캐럴>속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크리스마스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통해 나눔과 베품의 미덕을 보여준다.
그의 말처럼 1년 365일이 모두 크리스마스라면 이 세상은 행복으로 넘칠 것이다. 안타깝게도 크리스마스가 내내 계속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일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행복하게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행복하기에도 짧은 인생 아닌가. 크리스마스 전의 스크루지로 남느냐, 아니면 크리스마스 이후의 스크루지로 변하느냐는 온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