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영문법 백과사전]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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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영문법 백과사전 - 영어 학습자가 알아야 할 영문법의 모든 것
최인철 지음 / 사람in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서평단 서평도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가장 기피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영어다. 중딩 때 영어 선생님에 대한 반감으로 흥미를 잃은 이후 영어는 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느껴졌다. 수학과 함께 일주일에 6시간씩 배정되어 있던 고등학교 시간표를 벗어나던 날, 아! 드디어 지긋지긋한 영어로부터 해방이로구나!하며 두 팔 번쩍들고 '만세 만세 만만세'를 외치고 싶었지만, 요즘 세상이 어디 그런가. 중고딩시절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치부되던 쌍두마차 수학과 영어. 관련학과가 아닌 이상 일상 생활에서 미적분에, 행렬, 수열을 계산할 일은 거의 없기에 수학은 졸업과 함께 바이바이~를 외치는 게 가능하지만, 영어는 원서로 되어 있는 대학교재로부터 토익ㆍ토플 등 취업전선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같은 심각한 영어울렁증 환자는 아직까지도 영어로 인해 괴로움에 몸부림치곤 한다.
그렇다고 영어를 공교육으로 표방하겠다는 요즘, 영어울렁증을 핑계로 완전히 담을 쌓을 수는 없는 법.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머리에도 안 들어오는 영어책을 붙들고 있기 마련이다. 영어에 관한 한 듣기(아예 안 들림)는 물론 말하기(발음 구림), 독해(대충 감으로?), 영작(비문 남발) 등 어느 것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게 있을까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건 뭐니뭐니해도 문법이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기초만 잘 닦아두면 오히려 힘들지 않을 수 있다는 문법이건만, 기존의 잘못된 주입식ㆍ암기식 교육의 병폐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는 꼭지 또한 문법이다.
영어시험에 답을 찾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던 시절, 그 유명한 맨투맨 영어, 성문영어 등등 유명 문법책을 숱하게 스쳐왔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문법 설명과 예문들을 (시험을 위해)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다. 문법책들은 제목이 다르고 저자가 달라도 대부분 문법설명은 정형화되어 있었고, 소개되는 예문들 또한 틀에 박힌 듯 비슷비슷했다. 그런데 그 시절 시험문제의 답을 위해 열심히 외웠던 그 문법과 예문들, 과연 실제로 영어 회화를 할 때 얼마나 쓰일 수 있을까?
현대 영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문법이나 설명을 위해 억지로 만든 예문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싣고 있는 기존의 영문법 책들에 대해 반기를 든 책이 나왔다. '실용'이란 글자를 앞머리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 책 <실용 영문법 백과사전>이 바로 그것. 이책의 저자는 기존의 책들이 실용 영어를 고려하지 않고 이미 사장됐거나 어색한 표현들이 난무하는 죽은 예문들을 구태의연하게 계속 인용해 영어를 가르치는 까닭에 문법이 실제 영어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제대로 향상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기존의 영문법 책들과는 차별화된, 실제 회화에서 많이 쓰이는 '살아있는 영어 표현과 구문'들을 중심으로 '실용 영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영어 문법 설명을 시도한다.
책은 크게 구문/품사/EFL 이중언어 모델/어휘/발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문법 책인 만큼 구문/품사가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문법 못지않게 실용영어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어휘/발음에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구문은 품사를 뺀 나머지 영문법으로 '구문+품사=영어문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구문의 첫장은 '부정문/의문문을 만드는 방법' 등 중학교 1학년 영어책에나 나올 법한 아주 기초적인 내용들이 실려있어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실용영어에서 주의해야 할 점, 틀리기 쉬운 부분을 조목조목 정리해둔 것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제대로' 시작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어휘와 발음 부분도 실제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책의 특징은 문법에 대한 장황한 설명보다는 최소한의 설명과 살아있는 영어표현을 쓴 다양한 예문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문법은 물론 다른 꼭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책은 실제 영어회화에 필요한 문법, 구문, 발음, 관용표현과 단어들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나간다. 책 전체를 '실용'이란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셈이다.
그중 'EFL(English a Foreign Language) 이중언어 모델'은 기존의 문법책에선 볼 수 없었던 좀 생소한 꼭지였다. EFL 이중언어 모델이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경우 모국어가 영어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단정지었던 지금까지의 견해와 달리 학습 초기단계에서 모국어를 적절히 활용하면 영어습득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견해다. 그래서 이 꼭지에서는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모국어 표현들을 가장 적절한 영어표현으로 옮겨두었다. 평소 '이걸 영어로 뭐라고 하지?'하며 답답했던 경험이 있는 학습자라면 이 꼭지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실용 영문법 백과사전>은 제목처럼 '실용 영어'에 충실한 영문법책이다. 실제로 써먹지도 못하는 문법이나 예문들을 줄줄이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책의 예문을 외워서 바로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살아있는 영어 표현을 지향하는 책이다. 그야말로 실용서다. 또한 이책의 문법 설명에는 우리가 이제껏 흔히 봐왔던, 공식처럼 외웠던 규칙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살아있는 영어 학습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문법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고 예문이 풍성한 까닭에 영문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미약한 학습자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책제목에서 책의 성격이 워낙 잘 드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시험 영어'를 위한 영문법 책을 찾은 학습자라면 조금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어 책이긴 하지만 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적잖게 보였다. 영어 문법책의 한글을 일일이 걸고 넘어지면 너무 까달스럽게 보일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영어와 함께 우리말도 매끄러운 책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