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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
이경윤 엮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성경이라고 한다. 지구촌의 수많은 크리스찬들이 최소한 한 권의 성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성경을 완독한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깨알같은 글자가 빼곡하게 박힌 엄청난 두께가 주는 압박 때문에? 물론 무시 못할 요인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천지창조에서 시작된 구약시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로 이루어진 신약시대에 이르기까지 성경에 담긴 방대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기적들, 비유와 상징으로 채워져 좀처럼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예언서들의 난해함 등이 좀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한 성서가 여러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본래의 의도와 달리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경이 번역되던 시기와 현재에 사용되는 언어 간의 적지 않은 차이가 성경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장해물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을 해결하고자 '현대어 성경'처럼 요즘말로 번역되어 읽거나 이해하기가 쉬운 성경이 있긴 하지만, 대중화의 길은 쉽지 않다. 한글성경보다 영어성경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쉽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때면 성경의 우리말 번역 부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교회를 다닌 적도 없고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을지라도 하나님의 천지 창조, 다윗과 골리앗, 지혜의 왕 솔로몬, 홍해를 가른 모세의 기적,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 십자가에서 못박히셨지만 사흘만에 다시 부활하신 예수님 등 성경 속 이야기들을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에 호기심을 품고 성경을 펼쳐봤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중도하차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 하다. 성경 속의 이야기는 궁금하지만 성경을 읽기는 힘든 사람들, <상식으로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제목 속의 '상식'이란 단어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는 신앙서적이 아니다. 이책은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경이 담고 있는 방대한 이야기들 속에서 '가장 핵심되는 사건, 즉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엮어놓은 인문서적, 또는 종교서적이다. 그래서 이책의 저자는 신앙인의 시선이 아닌 중립적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성경 속 사건들을 해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점으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나뉘어져 있다. 구약이 하나님의 천지 창조, 아담과 하와로 대표되는 최초의 인류 탄생과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그리고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이 하나님과 이어가는 이야기라면, 신약은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부활 등으로 이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책 또한 성서 속의 시대와 사건을 주도한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책의 편집 중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성경 속 각각의 이야기마다 그와 관련된 명화들을 대거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많은 명화들이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볼 때 둘의 만남은 아주 적절하다. 책이 전하는 성서 이야기와 그것을 바탕으로 그려진 명화들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성서 속 장면들을 쉽게 납득할 수 있고, 또한 성서의 이해를 통해 명화를 좀 더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기도 했다. 또한 각각의 명화에는 간략하게나마 부연설명도 잊지 않아 책장 넘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더불어 이책의 또다른 특징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신앙인의 시선이 아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성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천이 아닌 일반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성서속 내용에 대해서는 '성서만화경'이란 별도의 코너를 두어 학계의 이론이나 주장, 다른 민족에게서 발견되는 여러 신화와 전설, 기존의 성경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외경 등 성서 외의 자료들을 덧붙여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생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는 책이다. 성경 속 여러 인물들과 다양한 사건ㆍ사고 등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모습들을 엿볼 수 있으며, 그들의 지혜 등을 통해 우리 삶의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성경은 세계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상식 수준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성경에 담겨있는 역사 이야기를 살펴보고 있다. 성서를 쉽게 읽히고 싶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책의 내용도 깊이 보다는 넓고 얕음을 택한다. 그래서 성경을 자주 접하는 크리스천이나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성경을 가까이하는 독자들에겐 이책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듯 하다. 반면 성경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알고는 싶지만 그 방대함과 난해함에 선뜻 다가서지 못한 일반 독자들은 쉽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용이나 편집에 공들인 책에서 만나는 오탈자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이책 또한 그러했는데, 171쪽에서 시작된 예언자들의 활약에서 선지자 엘리야는 '엘리[아]'와 '엘리[야]'라는 표기가 그 부분이 끝날 때까지 계속 함께 사용되고 있다. 소제목 또한 예외가 아니니, 같은 인물을 이렇게 두 개의 표기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또한 185쪽의 4째줄에는 한글 [은] 대신에 [dms]라는 영어 오탈자가 그대로 인쇄되어 있는 어처구니 없는 글을 볼 수 있다. 이제껏 한글 오탈자는 많이 봤어도 한글 대신에 그 자리에 영어 오탈자가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1판 1쇄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지. 출판전에 좀 더 세심한 교정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185쪽 4째줄 - 여호와김왕의 이 판단dms 결국 유다 왕국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