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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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드디어 나왔다!
작년부터 나를 달뜨게 만든 '테메레르 시리즈'의 4권 「상아의 제국」이 드디어 출간됐다!

사실 나는 작년에 뜻밖의 실수를 저질렀다. 그건 바로 <테메레르>를 읽어버린 것! 실수라고 할 만큼 그책이 그렇게 재미가 없었느냐고? 천만의 말씀! 오히려 너무 눈물나게 재미있어서 후회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냐하면, 사실 나는 출간중인 시리즈물은 웬만해선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다. 감질맛나게 끝나는 책을 덮고서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 사람들은 그 고통을 알리라.

처음 <테메레르>를 읽을 때는 아무 의심없이 한 권으로 이야기가 끝나는줄 알았다. 제목에 '1'도 없었고, 500쪽이 넘는 두툼한 두께도 나의 순진한 믿음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런데 신나게 책장을 넘기다 마지막 장에 이르렀는데 뭔가 이상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일단락이 됐으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테메레르>는 6권 완간 예정으로 막 출간중인 시리즈물이었다! 아, 속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음 책을 기다리는 게 오히려 즐겁다. 다음 책이 나올 때마다 부쩍 성장한 테메레르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고, 로렌스와 테메레르가 세계를 누비며 펼쳐보일 모험들도 궁금하다.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 시리즈 각 권마다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사건 전개, 빠른 호흡, 생생한 캐릭터, 방대한 이야기로 나를 매료시킨다. 그러니 그 기다림 또한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에 출간된 <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은 그런 작가의 글솜씨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한편으론 역사속의 문제(노예무역)를 끌어들이고, 다른 한 편으론 상상으로 역사를 재창조(아프리카 역사)해 독자들에게 판타지의 묘미를 한껏 선사한다. '테메레르' 패밀리답게 역시나 500쪽을 훌쩍 넘기는 두툼한 두께와 세련된 표지의 외모를 갖춘 4권은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로 그간의 기다림을 단번에 보상해준다.

중국과 이스탄불을 거쳐 4권 「상아의 제국」에서는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테메레르의 모험이 그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프러시아 군인들을 잔뜩 태운 채 영국에 도착한 테메레르는 영국의 다른 용들이 원인 모를 전염병에 걸려 치료법조차 찾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상심한다. 그러나 우연히 테메레르가 그병의 항체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고, 테메레르는 예전에 그병을 치료해주었던 음식을 떠올린다.

전염병에 걸린 용들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비롯한 한 무리의 용들은 다시 아프리카로 향하는 모험을 시작하고, 아프리카에 도착해 천신만고 끝에 치료제를 찾아내지만, 더 많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다 예기치못한 위험에 빠져든다. 그와 함께 포로로 잡힌 로렌스 일행은 아프리카 내륙으로 끌려가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있던 아프리카 내륙의 부족들과 그곳을 다스리는 용들의 모습이 실체를 엿보게 된다. 


「테메레르」 시리즈의 앞선 이야기들이 시대적 배경과 인물, 테메레르의 혈통과 출신, 주변국과 그들 용에 대한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면 4권에서는 전편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본격적인 모험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상아의 제국」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영국에서의 노예무역폐지 논쟁을, 2부에서는 본격적인 아프리카 대륙의 모험을, 3부에서는 프랑스로 날아온 로렌스와 테메레르에게 펼쳐질 또다른 험난한 여정의 물꼬를 틔우는 사건이 등장한다. 

아프리카가 중심무대로 등장하면서 그동안 조금씩 언급되던 노예무역의 문제가 4권에서는 전면에 부각되고, 그와 관련된 윌버포스 의원, 닐슨 경, 에라스무스 목사 부부 등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된다. 또한 테메레르가 노예무역 폐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관련인물들이 이야기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노예무역 문제는 앞으로의 사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임을 암시한다.

4권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해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재창조한다. 유럽의 침공에 비참하게 패배했던 아프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을 몰아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트라팔가 전투에서 전사한 넬슨 경을 다시 살려내 노예무역 논쟁의 중심인물로 내세운다. 또한 유럽 전역을 떨게 한 나폴레옹은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도량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용이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던 중국에서 더욱 발전해 아프리카에서는 용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발상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문명이 가장 발달했다는 유럽의 용이 군기 정도의 취급을 받는데 비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용의 권리가 한층 높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이런 설정은 용권신장을 추진하고 있는 테메레르에게 적지 않은 영향으로 작용할 듯 하다.


용들의 전염병으로 시작된 4권은 그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병이 번지면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난항에 빠지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드디어 결심을 굳힌 그들, 5권에서 그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결정될까?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그 난관을 거쳐 5권과 6권까지 무사히 비행할 수 있을까? 4권 말미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나폴레옹은 5권에선 어떤 활약을 펼칠까? 

이제 「테메레르」 시리즈도 전체 이야기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쯤되면 앞으로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도 있으련만, 여전히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작가 나오미 노빅.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이 이제 얼마남지 않은 테메레르의 모험을 어떻게 꾸려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5권이여, 어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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