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 지방
안병수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2005년 출간과 동시에 큰 파란을 일으켰던 책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과자의 유해성을 낱낱이 파헤쳤던 그책은, 오랜 세월 제과업계에 몸 담았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자가 왜 나쁜지, 아이들에게 왜 과자를 먹이면 안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준 책이었다. 더불어 가공음식으로 인해 건강을 잃을 뻔했다가 자연식을 통해 다시 건강을 되찾은 자신과 가족의 경험을 통해 음식이 우리의 삶의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실려있어 가공식품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각하게 해주었다.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추천!)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은 읽는 내내 놀라움과 충격과 분노와 흥미로움이 공존했던 책이었기에 이책의 후속편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자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만난 책이 바로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지방>. 전편의 과자에 이어 이번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트랜스지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과자를 비롯한 가공식품 전반에 기름이 쓰이지 않는 경우가 잘 없으니 전편에 비해 아우르는 영역이 더 넓어진 셈이다.



언제부턴가 트랜스지방산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잘 몰랐었다. 기껏해야 인위적인 방법으로 발생한 지방산이며, 보통의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까닭에 당연히 건강에 나쁘지만, 영양보다는 맛이나 모양 등 저비용 고효율을 선호하는 업계 측에선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도. 이책에 소개된 트랜스지방의 정의와 발생과정, 작용 등을 읽으며 비로소 트랜스지방에 대한 흐릿한 막이 걷히는 느낌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부의 상징이었던 뱃살은 이젠 퇴치해야 할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비만이 질병으로 간주되고, 각종 성인병(지금은 생활습관병,으로 변경)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현대인들을 찾아온다. 그런 까닭에 지방은 현대인들에게 있어 반갑기는 커녕 점점 거부해야 할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런 지방은 3대 영양소 중의 하나이며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자 우리 몸 곳곳의 핵심부분에 관여하는 필수 영양소다. 더구나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데 기름만한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럼 우리는 어떤 지방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책을 통해 알아보자.


체내에 합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인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기름이 가장 좋다. 그런데 불포화지방산은 말그대로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쉽게 파괴되거나 변질된다. 그래서 기름은 가급적 열을 가하지 않고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포화지방산에 열을 가하면 탄소의 이중결합이 깨져 오히려 몸에 나쁜 트랜스지방산이 생길 위험이 커지기 때문. 불포화지방산 중에서도 탄소의 이중결합 개수가 많을수록 불안정성이 커지는데, 그런 이유로 튀김을 할 때는 포도씨유(탄소의 이중결합 2개)보다 올리브유(탄소의 이중결합 1개)가 그나마 낫단다. (가급적 튀김요리를 안 먹는 게 가장 좋지만!)

불포화지방산은 '탄소의 이중결합'의 개수와 위치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그중 올레인산(이중결합 1개), 리놀산(2개), 리놀렌산(3개)은 따로 이름을 붙일 정도로 중요한 지방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리놀렌산인데, 리놀렌산은 다시 알파-리놀렌산, 감마-리놀렌산으로 나뉘어진다. 요즘 세간에 각광받고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바로 '알파-리놀렌산'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불포화지방산은 탄소의 이중결합 개수가 많을수록 파괴되거나 변질되기 쉽다. 그래서 업계에선 유통이 쉽고 변질되지 않으며 음식맛을 더 좋게 하는 기름을 고민한 결과 인위적으로 불포화지방산(액체)을 포화지방산(고체)으로 변형시킨다. 그러나 그 와중에 미처 포화지방산으로 바뀌지 못하고 이중결합의 수소 위치만 바뀐 불포화지방산이 발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트랜스지방산이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변형된 기름들로 조리된 가공식품을 통해 필수지방산 섭취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일이 아닐런지. 그러다보니 가공식품의 홍수에 사는 현대인들이 필수지방산, 특히 가장 불안정한 오메가-3 지방산의 결핍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요즘 오메가-3 지방산이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한 지방 전문가의 풍자가 생각나는군요. '식품 수명은 길게 해주고 소비자 수명은 짧게 해주는 것, 그 이름은 트랜스지방산'. 재미있는 문구죠? 재미있다고 마냥 웃어댈 수 없는 게 문제지만.
- 그 문구가 자연과 어떤 관계가 있는데요?
- 트랜스지방산이 식품의 변질을 막아준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 네. 들어봤어요. 쇼트닝이나 마가린으로 만든 빵은 더 오래간다면서요.
- 자연의 물질이 아니란 사실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되죠. 트랜스지방산은 사람에게만 낯선 게 아니거든요. 미생물에게도 낯선 물질이에요. 즉, 미생물의 먹이로도 적당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변할 이유가 없지요. 자연의 카리스마가 새삼 느껴지지 않습니까? (99~100쪽)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지방>은 위와같이 트랜스지방의 정의와 발생 등과 함께 그것의 실체와 나쁜 작용, 트랜스지방산 함량 표시제(우리나라에서 2007년 12월부터 시행 중)와 안전 섭취량의 숫자 뒤의 헛점들, 트랜스지방을 대신해 부상하고 있는 대체 경화유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더 나아가 삼겹살 속의 트랜스지방산 함유 여부란 쉬운 예시를 통해 생태계를 순환하는 트랜스지방산의 문제를 들춰내고, 불포화지방산을 가열할 때 발생하는 트랜스지방산의 위험 정도를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알려준다.

그럼 이책에서는 구구절절 트랜스지방산의 문제점 같은 우울한 이야기만 하느냐. 천만의 말씀! 세상이 아무리 암울해도 희망은 있는 법, 마지막 단락에서는 이제까지 밝혀왔던 트랜스지방산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트랜스지방산은 안 먹는 게 가장 최선이지만, 알게 모르게 섭취한 것들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물론 그것들이 몸 속에서 음모를 꾸미지 못하게 우리 몸을 지켜줄 아군을 튼튼히 해야한다.

그런 구원병이 바로 '운동''섬유질, 미네랄, 항산화제'다. 운동은 트랜스지방산의 반감기를 높여주어 몸 밖 배출을 도와주고, 섬유질과 미네랄, 항산화제는 트랜스지방산의 몸 속 유해성을 줄이고 그것이 일으키는 각종 문제를 완화시켜 준다. 트랜스지방산의 해결 역시 슬로푸드(자연식)와 운동이다. 이부분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오만과 자만이 빚어낸 병들을 치유하는 것은 결국 자연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 그것이 최고의 건강법인 셈이다. 아참, 마지막으로 그간 누명으로 억울하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던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도 함께 실려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지방>은 전작인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 비해 독자들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여러 부분에서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정보 전달에 주력했던 전작에 비해 이책은 대화 형식으로 구성해 우선 독자와의 거리감을 많이 좁히고 친근감을 부여했다. 또한 저자와 함께 등장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P씨'를 독자의 입장에 배치하여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대신 질문해 주고, 저자가 설명해주는 중요한 내용이나 전문용어 등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시 한 번 요약ㆍ정리해 줌으로써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다른 전문서적들과 달리 일반인들이 어려워할 각종 전문용어의 남발을 자제한 것도 기특한 점이다.

이책을 통해 트랜스지방이란 문제의 인공물질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트랜스지방이란 얼핏 보면 그저 작은 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그 점으로 얼룩지고 병들어가는 우리의 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을 통해 알게된 트랜스지방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디 하루빨리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길 바랄 뿐이다. 더불어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조금 번거롭고 조금 귀찮더라도 우리의 식탁이 자연을 따른다면 우리 몸도 기꺼이 그 노력에 보답할 것이다.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 이것만은 기억하자!  (요점정리? ㅎㅎ)

1) 기름은 가급적 가열하지 않고 먹자(즉,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을 자제하란 말씀;). 기름은 열을 싫어한다. 특히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기름일수록 열 받으면(?) 트랜스지방산으로 변하기 쉽다. 그러니 불포화지방산들이 열받게 하지 말자. 트랜스지방산은 악당이다. 악당은 아예 발을 못 붙이게 조심하자.
- 참고로 오메가-3 지방산 함유율은 '들기름'이 최고봉이다! 그것도 생들기름! (오메가-3 지방산 약 사먹느니 생들기름 짜서 퍼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많이 먹으면 좀 느끼하겠지만; ㅎㅎ)

2) 최대한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자연식으로 식탁을 채우자. 건강식탁 3총사인 '섬유질, 미네랄, 항산화제'가 풍부한 축복받은 식품으론 사과, 토마토, 브로콜리, 마늘, 버섯, 고구마, 들깨 등이 있다. 얘들 열심히 먹자. 더불어 건강을 이야기 하는 데 운동이 빠질쏘냐. 운동하자, 운동!










 * 까칠한 시선,

- 75쪽) 뒤늦게나마 이 사실을 추궁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 영양학회장인 매리 에닉 박사죠. 여성 학자예요. 여성이지만 연구에 대해서만은 집요하고 강직해서 이른바 '대쪽박사'로 통하는 인물이었죠. 식품업계로부터 연구비를 일절 지원받지 않았다고 해요.

☞ 동물성 지방은 모두 나쁘고 식물성 지방은 괜찮다고 믿던 1950년대에 마가린이나 쇼트닝같은 식물성 유지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안셀 키즈'의 이론을 처음으로 증명한 여성 학자 매리 에닉에 대한 설명. 이부분에서 살짝 눈에 거슬리는 표현, 그녀에 대한 설명 옆에 덧붙인 '여성이지만'.

여성 학자로서 그녀의 강직하고 집요한 성품을 설명하는 데 있어 꼭 '여성이지만'이란 표현이 필요했을까. 여성이지만 연구에 대해서만은 집요하고 강직했다고? 보통의 여성들과 달리 그녀면 유독 그랬다는 뜻일까? 궁금한 건,, 만약 그 대상이 남성 학자였다면 저자는 과연 '남성이지만'이란 말을 했을까. 십중팔구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학자 앞에 '남성'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을 테지.

물론 저자가 큰 의미없이 저런 표현을 썼을 수도 있다. 그랬을 거라 생각하고, 또 그랬으리라 믿고 싶다. 그렇지만 이런 사소한 표현 하나에도 여성 학자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화된 편견이 묻어있는 것 같아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너무 과민 반응 아니냐고? 흥분하지 마시라. 그러니 꼭지 이름이 '까칠한 시선'이지. ㅎㅎ

책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는데, 이 표현 하나 아쉬움이 남았다.
부디 다음 쇄에선 저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근데 출판사에서 이글을 보실런지;)

→ 참고로 '1판 1쇄'본입니다. 가끔 나중에 나온 책을 보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말이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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