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 번째 이야기
박원순.장영희.신희섭.김주하 외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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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때때로 너무 힘이 들 때가 있다.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들로 쓰러질 것 같거나 모든 걸 놓아버리고 주저앉고 싶을 만큼 벅차서 정말 아무나 붙잡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 때 나를 붙잡아주는 것은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이며, 주절주절 읊어대는 하소연을 조용히 귀담아 들어주는 친구이고, 또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불쑥 위로의 말을 건네는 책이다. 지인의 말 한 마디가 들썩이던 내 어깨를 가라앉게 해주며, 우연히 만난 책 속 한 구절이 풍전등화 같았던 마음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걸 보면 '한 마디의 말'이 얼마나 큰 힘을 품고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나, 앞으론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원론적인 고민과 내 삶에 대한 한심함이 겹쳐져 한창 마음이 심란한 요즘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을 만났다. 그렇게 견디지 않아도 된다고, 힘들면 조금 쉬어도 된다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세상에 흔들리지 말고 네가 생각한 길을 가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책, '나를 움직인 한 마디'의 두 번째 이야기인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가 바로 그것이다.



삶을 변화시킨 여러 감동적인 말들이 많았는데 그중 책의 첫 글인 장영희 님의 『괜찮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뛰어놀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다른 방법으로 함께 놀아준 어린날의 골목길 친구들의 배려가 따뜻했고, 대문 앞에 목발과 함께 앉아있는 소녀에게 조용히 깨엿을 건네주던 엿장수 아저씨의 괜찮아,라는 말 한 마디가 눈가를 시큰하게 만들었다. 남들과 조금 다를 뿐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그들처럼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골목길 친구들의 배려와 깨엿장수 아저씨의 말 한 마디가 알려준 것이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그동안 무심코 뱉었던 많은 말들을 반성하게 됐다.

- 괜찮아, 난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 (중략) '그만하면 참 잘 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참으로 신기하게도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난 내 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듣는다. 오래전 따뜻한 추억속 골목길 안에서 들은 말,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아, 그래서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17~18쪽)

또한 얼마전 타계하신 백남준 님과의 일화를 담은 김석철 님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건강이 악화되어 걷지도 못하는 상태임에도 휠체어에 앉아 비디오 작업을 하셨다는 백남준 님은 저자를 향해 '작가는 매일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나는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다시 시작하잖아. (중략) 매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해. 하루하루가 얼마나 좋은 날이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그 한 마디에 백남준 님에 대한 존경이 되살아나고, 천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다.


이책의 제목과 가장 비슷한 황경신 님의 『견디지 않아도 좋아』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 마흔에 실연을 하고 그 상처로 아파할 때, 지인이 보여준 정현종 님의 시 「견딜 수 없네」. 그 시를 통해 큰 위로를 받고 아픔을 털어낼 수 있었다는 그녀의 글은 삶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자신을 자책하던 내게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황경신 님은 정현종 님의 시를 통해 위로를 받았고, 나는 그녀의 글 - 그래, 괜찮아. (중략) 잠시 주저앉아 울고,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니까. (136쪽) - 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은 셈이다. 그래서 좋은 말 한 마디가 순환하면서 주는 연쇄 작용은 참 행복하다.

-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책하고, 상실감으로 인해 내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아픔과 상처와 세상을 견뎌내야 할 나이에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135~6쪽)

-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 내 마음 더 여러어져 /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 9월도 시월도 / 견딜 수 없네. / 홀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135쪽, 정현종 님의 「견딜 수 없네」)

마지막으로 김중미 님의 내 인생의 한 마디도 내 가슴에 파란을 일으켰다. 재미있게 읽었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이자 인천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는 김중미 님은 아무리 마음을 주고 노력을 해도 삐뚤어진 길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 때 한 알콜 중독자의 수기에서 본 짧은 기도문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으셨단다. 마음을 닫아버린 채 방황하는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보다 약을 바르는 데 급급했다는 그녀는 그 기도문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었다고. 그녀를 울게 했던 그 기도문이 지금의 내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이 짧은 기도문을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까지 내가 내려놓지 못하고 안달을 부리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였다. (185쪽)



꼭 닫았던 마음마저도 무장해제시키는 따뜻한 제목의 이책은 장영희, 황주리, 최인호, 황경신, 박원순 등 사회 각계각층의 명사들 49명에게 큰 의미가 되어주었던 인생의 한 마디와 그에 얽힌 사연을 담아놓은 에세이집이다. 마흔아홉 명의 마흔아홉 가지 이야기가 한 권에 담기다 보니 그 길이가 두 장을 넘기지 않는 짤막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이들의 삶을 감동시킨 다양한 한 마디를 듣는 것도 재미있고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도 있지만, 글이 너무 짧아 깊이있는 이야기를 이야기를 듣기 힘들었고 때때로 너무 추상적이거나 간략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기에 앞으로의 인생길에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책에서 만난 인생의 선배들이 들려준 감동의 한 마디 한 마디들을 떠올리며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물리는 개가 아닌 무는 개가 되고, 을이 아닌 갑의 인생을 살며, 후회하지 않고, 매일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지금의 나처럼 방황하며 휘청거린다면 이번엔 내가 그들에게 이책을 통해 받은 위로를 건네야겠다. 꼭 견디지 않아도 괜찮다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이책을 통해 내 삶을 지지해 줄 아군을 하나 더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진다. 

어쩌면 지금 당신 곁의 누군가가 힘이 되어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지 않는가. 위로의 말 한 마디, 칭찬의 말 한 마디, 감사의 말 한 마디에 조금 더 넉넉한 우리가 되어보자. 무심코 건넨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 속에 들어있는 기프트팩.
예쁜 선물봉투에 넣은 이책을 누구에게 선물할까 즐거운 고민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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