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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2 - 변화의 힘 ㅣ 마시멜로 이야기 2
호아킴 데 포사다.엘렌 싱어 지음, 공경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시멜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높이던 때 그책을 만났다. 사실 그때까지 자기계발서는 딱딱하고 뻔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은 지루한 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던 터라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내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 때 누군가 그책을 권했다. 자기는 꽤 괜찮게 읽었다면서(그렇다고 사주진 않더라;ㅎㅎ). 그래~ 속는 셈치고 한 번 읽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샀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솔직히 워낙 화제가 되던 책이라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책도 얇은데 글자도 크다. 그림도 적지 않다. 뭐야, 애들 책이야?하며 시큰둥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재미있다. 미심쩍은 눈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책 속으로 푹 빠져든다. 하루하루 허송세월하며 보내는 찰리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일까.
첫인상처럼 책의 이야기도 참 단순하다. 그런데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잘난척하며 구구절절 어려운 말만 읊어대던 기존의 책들에 비해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한순간의 달콤함을 위해 오늘이라는 마시멜로를 먹어치우지 말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나만의 마시멜로를 모으라는 이책의 주제는, 사실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사실을 호아킴 데 포사다는 독자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풀어놓았다. 찰리의 변화를 통해 마치 나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 거란 자기최면을 건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최면이 나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다시 작지만 큰 용기를 움켜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시멜로 이야기>는 내게 나름의 의미를 지닌 책으로 남았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은지 일년 반이 지난 얼마전 그 속편 출간소식을 들었다. 제목 정말 심플하다,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나온 호아킴 데 포사다의 <피라니아 이야기>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내심 '마시멜로 이야기'의 속편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도 했고, 새책에서 조금 더 성장했을 찰리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 예약판매 때 주문해 책을 받했다. 예쁜 선물상자에 <마시멜로 이야기> 오디오북 시디와 함께 담겨온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는 여전히 얇고, 큰 글자에, 그림도 많다. 그래서 이번에도 책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전편과 비슷한 구조로 진행된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조나단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그에게서 '마시멜로 법칙'을 전해들은 찰리는 눈 앞의 유혹을 참고 마시멜로를 모아 '대학'이라는 자신의 목표에 다다른다. 그리고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는 '마시멜로 맨'으로서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마친 찰리가 졸업을 앞두고 근사한 직장에 취직하면서 시작된다. 대학 졸업과 취업이란 눈 앞의 작은 성과를 맛보는데 여념이 없던 찰리는 첫 월급도 타기 전에 돈을 쓰고 결국 경제적 위기에 처한다. 자신만만했던 직장생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거기에 회사 사장 아들인 브라이언의 진로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
'마시멜로 법칙'을 알고 실천한 이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찰리는 '직장'이란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서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때 뒤죽박죽이 된 찰리의 삶에 구원의 손길이 등장하니, 바로 찰리의 멘토인 조나단과 이책에서 새롭게 등장한 제니퍼다. 하루하루 의미없는 삶을 살던 찰리에게 '마시멜로 법칙'을 들려줌으로써 삶의 목표를 제시해줬던 조나단은 변화 앞에서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찰리에게 '성공퀴즈'라는 6개의 문제를 줌으로써 그 스스로 길을 찾게 도와준다. 또한 찰리가 전해준 마시멜로 법칙으로 제 2의 찰리가 되려고 노력하던 제니퍼는 방황하는 찰리에게 직접적으로 충고하며 그가 다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이끌어준다. 그리고 '마시멜로 법칙'을 함께 실천해가는 동료이자 동반자가 된다.
조나단의 운전기사로 일할 때 세웠던 '대학'이란 목표에 성공적으로 다다른 찰리는 '직장'이란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서 거기에 맞는 또다른 목표를 세우기에 앞서 눈 앞의 성공을 즐기며 그 상황에 안주한 까닭에 잠시 목표를 잃고 주춤한다. 그러나 조나단과 제니퍼의 도움으로 다시 '마시멜로 법칙'을 기억해낸 찰리는 조나단이 내준 성공퀴즈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에서 마시멜로 법칙의 '구체적인 실천방법'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6개의 실천방법들이 바로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의 핵심이다.
찰리가 조나단의 성공퀴즈를 하나씩 풀 때마다 나도 내 자신에게 하나씩 질문을 했다. 나라면 세상을 바꾸는 걸 선택할까, 아님 나 자신을 바꾸는 걸 선택할까? 신념이 중요할까, 행동이 중요할까? 조나단의 질문을 볼 때마다 나만의 답을 생각해보고, 그 답을 찰리의 답안지와 비교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공개된 퀴즈 답안을 보며 내 답안지를 평가하고 나의 생각을 다시 세워본다. 6가지의 성공퀴즈 중에 가장 가슴에 박힌 것은 바로 신념과 행동에 대한 질문이었다. 신념이 중요할까, 행동이 중요할까. 머리속으로 세우는 결심이 중요할까, 직접 실천하는 행동이 중요할까. 나는 찰리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왜 이제껏 오답을 행하며 살아왔던가. 하나하나 반성해본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목표없이 사는 찰리를 통해 '마시멜로 법칙'에 대해 들려주었다면,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는 잠시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찰리를 통해 마시멜로 법칙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정한 뒤 그것을 이루어가는 각 단계마다 중간 목표들을 설정한다. 그리고 작은 목표에 다다를 때마다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며 그것을 바탕삼아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목표의 성취감에 빠져 그곳에 안주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인생이라는 큰 목표에서 하나의 작은 목표에 불과한 대학 졸업을 성취한 뒤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유혹에 빠져든 찰리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찰리는 방황을 접고 다시 일어났다. 멘토인 조나단과 동반자인 제니퍼의 도움이 컸지만, 대학진학 문제로 불화를 겪던 브라이언과 그의 어머니인 슬로우 부인을 설득하는 쉽지 않은 과정에서 얻은 교훈 또한 찰리를 성장하게 했다. 그들을 대하며 찰리는 성공퀴즈의 답을 찾아갈 수 있었고, 마시멜로의 법칙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조나단이 마련한 만찬에서 다같이 자리한 그들은 제시한 목표들은 모두 예상 밖이었지만 또한 모두 아름다웠다. 잊고 있었던 나의 꿈들이 그들의 다짐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마시멜로 이야기>가 그랬던 것처럼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또한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스토리가 조금 허술하긴 하지만 자기계발서의 스토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부수적인 장치에 불과하기에 그리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속편의 운명이 그러하듯 전작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와 변형한 까닭에 참신함은 전작보다 떨어지고, 책 속의 예시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접했던 내용이 적지 않았다(특히 공항의 쿠키 이야기). 그가 제시한 실천전략 또한 <피라니아 이야기> 만큼 실망스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전작만큼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아마도 <마시멜로 이야기> 이후 워낙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졌고 그것들을 많이 접한 까닭에 이책의 감동이 덜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자기계발서가 담고 있는 내용들의 핵심은 대부분 비슷하며 대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렇기에 당연한 사실들을 어떻게 요리해 독자들로 하여금 감흥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그책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그책을 읽는 사람이 현재 어떤 심정이고, 어떤 자세인지에 따라서도. 때마침 새해를 맞아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던 내게 이책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목표를 잃고 헤매는 찰리가 이번에도 나와 겹쳐져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는 그를 통해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이책의 단순한 구조와 저자가 전하는 너무도 당연한 메시지는 '찰리'라는 캐릭터를 거침으로 나를 동하게 만든다. 그게 이책의 매력인가보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찰리를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다만 형만한 아우 없다고(물론 실제로 형보다 나은 아우도 많지만!), 속편에 대한 기대치를 한 풀 꺾고 읽는다면 훨씬 즐거운 책읽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 우리도 함께 풀어보자, 조나단의 성공퀴즈~!
1) 세상을 바꾸는 방법과 자기 자신을 바꾸는 방법이 잇다면, 둘 중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2) 삶에서 멋진 일이 생긴다면 먼저 누구에게 전화하겠는가? 나쁜 일이 생길 경우에는?
3) 여행할 때 머릿속에 있는 한 군데 목적지가 중요할까, 트렁크에 든 백 장의 지도가 중요할까?
4) 숲에서 '큰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 두 가지를 동시에 만났는데 하나만 죽일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죽일 것인가?
5) 신념과 행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6) 찰리가 마시멜로의 길에서 방향을 바꾸었다면,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
** 구시렁구시렁~!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 생겼다. 제니퍼의 목표만 '레스토랑 사업'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으로 바뀌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물론 그 어느 것보다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것이지만, 그것은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닐까. 조나단과의 만찬자리에서 '남자'인 찰리나 미구엘이 자신의 꿈을 계획하고 확장시켜가는 반면, '여자'인 제니퍼는 자신의 꿈에서 '사랑'으로 회귀한다. 이야기의 흐름상의 제니퍼와 찰리를 엮기위한 매개가 필요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작가가 제니퍼의 꿈을 '사랑'으로 묶어버리는 걸 보고 그의 태도에 못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