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희망을 찾아주는 심부름집 이야기인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처음으로 만나는 미우라 시온의 작품이다. 처음 듣는 생소한 작가의 이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책표지에 자랑스레 적혀있는 '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란 글귀였다. <공중그네>에 반한 이후 은근히 나오키상 수상작을 편애중인 나였기에 이 작품 또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든 건 계속 내 귀를 간지럽히는 귀가 솔깃한 입소문들이었다. 웃기다, 재밌다란 말보다 더 강도 높은 '훈훈하다'라는 감상평. 아~ 정말이지 안 읽을 수가 없지 않은가.


도쿄 근처에 있는 인구 30만 명의 마호로 시. 마호로 역 근처에는 주인공 다다가 운영하는 '다다 심부름집'이 있다. 들어오는 의뢰는 무조건 받아들이고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깔끔하게 일처리를 마무리하는 것을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는 다다 심부름집은 자칭 '지역 밀착형 심부름센터'다. 아들 대신에 부모님 병문안 가기, 창고에 있는 짐 꺼내주기, 정원 청소하기, 주인이 집 비운 사이 고양이 밥 주기, 옷장 안에 빠진 봉 달아주기, 초등학생 하굣길 태워주기, 버스 운행시간 체크하기 등 주변의 온갖 잡다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 줌으로써 다다의 심부름집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의뢰인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행복을 전해준다.

아들 대신 병문안을 간 다다에게 소네다 할머니는 내년부터 무척 바빠질 거라는 알송달쏭한 예언을 하고, 그 말을 증명하려는 듯 새해 초부터 여러 당황스런 일들이 벌어진다. 험난한 일년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은 바로 괴짜 고교 동창 교텐과의 우연한 만남. 갈 곳이 없다는 교텐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 다다는 얼떨결에 그와의 불만스런 동거를 시작한다. 신중하고 소심한 다다와 달리 일단 행동으로 밀어부치는 교텐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점점 익숙해져 간다.


'심부름집'의 특성상 다다는 항상 누군가를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크고 작은 문제에 개입하게 된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이런 심부름 센터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잡다한 일들을 의뢰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줄기로 엮어낸다. 잠시 맡아둔 개에서 버림받은 개로 전락(?)한 치와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콜롬비아 창녀 루루, 초등학생 유라, 루루의 룸메이트 히아시, 여고생 기요미, 기무라 부부와 기타무라 등등의 의뢰인들을 거쳐 다시 다다와 교텐에게로 이어진다. 

또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심부름집이란 공간을 통해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다 심부름집에 들어오는 일들처럼 대부분 평범하고 사회적으로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운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맡긴 일상적인 일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계기를 통해 일상적이지 못한 사건으로 이어지고, 거기에 휘말린 다다와 교텐이 그 소동들을 해결하면서 사건은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일단락된다. 다다 심부름집은 의뢰인들의 의뢰에 항상 임무 완수로 답한다. 그와 함께 그동안 그들이 잠시 놓고 있었던 '행복'을 다시 찾아준다. 또한 그런 주변 인물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봉인한 채 숨겨두었던 다다와 교텐이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며 조심스레 새로운 행복을 꿈꾸는 과정이 전체에 걸쳐 보여진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의뢰받은 일을 해결해주는 심부름 센터를 통해 사건을 던져주고 실마리를 찾는 미스터리적 요소와 엉뚱하고 특이하지만 촌철살인의 말과 행동을 선보이며 꼬여가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매력적인 캐릭터, 일상의 문제에서 찾아내는 이야기, 적당한 가벼움의 외피를 뚫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사회적 문제의 메시지, 그리고 그것들을 아우르는 웃음과 감동의 적절한 조합해 두었다. 미우라 시온이란 작가를 처음 알았지만 이 작품은 그의 솜씨가 녹록치 않다는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가볍지만 진지하게, 무겁지만 웃음으로'를 고수하는 최근 일본소설의 비슷비슷한 경향에서 벗어나는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소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그들의 행복찾기에 함께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  






-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105쪽, 교텐)

- 하루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됐어요. 애정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을 상대한테서 받는다는 걸요. (191~2쪽)

- 이제야 다다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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