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 - 아빠와 딸 세계로 가다
이희수 외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떠나지 못함을 책으로나마 풀어내려는 마음 때문인지, 아님 언젠간 떠날 그 날을 위해 미리 준비하려는 철저한 준비성 때문인지 요즘 유난히 여행서적에 눈길이 꽂혀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아기자기한 표지와 함께 멋진 제목으로 나를 사로잡은 책이 있었으니 바로 <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 독특하게도 역사학자인 아버지와 그 딸이 80일간 함께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며 기록한 결과물을 엮은 책이란다. (이왕이면 엄마도 끼워주시징~;; ㅎㅎ;;)

'세계 기행'도 아니고 '세계 문화 기행'이란 제목으로 급호감을 유발시키던 책이 도착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두껍고, 묵직해서 깜짝 놀랐다. 책값이 괜히 비싼 게 아니었군! 하며 내심 흐뭇한 마음에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니 책 구석구석에 각 나라의 멋진 사진들이 가득가득 채워져 있는 올컬러판이 아닌가! 와아~ 정말 신나겠는 걸! 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신나게 책장을 넘겨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곧 심드렁해진 나.. 아놔~ 이건 아니자나;;; ㅡ.ㅡ;;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느끼는 그들만의 감상이나 타국에서의 경험 등이 듬뿍 담긴 사랑스런 여행기일 거라 (혼자 멋대로) 생각했다. 특히 아버지와 딸이 함께 한 여행을 통해 나온 책인 만큼 부녀간의 좀 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80일 간의 세계 문화 기행>은 이러한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이다.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여행을 통한 감상'이 아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정보서적에 가깝다. 그것도 한 곳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가 아니라 '세계'라는 말에 걸맞게 넓고 얕은 지식들로 채워진 여행입문서. 


이 책엔 그들이 80일간 지나왔던 47개국에 대한 정보가 비슷한 비중으로 실려 있다. 그들의 여행 코스와 동선에 맞춰 대륙별로 지중해, 중동,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중앙아시아, 아메리카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카테고리는 그 대륙에 속한 나라들로 채워져 있다. 각 나라의 소개로 들어가면 그 나라에 대한 간략한 소개말과 지리적 위치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지도, 가볼만한 주요도시와 간략한 설명이 이어지고, 한쪽 귀퉁이엔 면적, 인구, 수도, 언어와 같은 그 나라의 대외적인 정보들도 자그만하게 실려있다.

하나의 나라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보고나면 이제 본격적인 세부 탐방으로 접어든다.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역사, 주요 도시, 자연, 사람들, 신화나 전설,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지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각각의 설명 옆에는 그와 관계되는 다양한 사진들을 첨부해 그 곳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 본문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간헐적으로 tip이란 꼭지를 마련해 그 나라 만의 매력을 좀 더 풀어놓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 한 권으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진자료들이 풍부한 점이 가장 맘에 든다. 여행 정보는 대륙별ㆍ나라별로 나뉘어져 있고, 다시 주제별로 각 나라의 정보를 분류해 놓아 내가 원하는 나라의 원하는 정보를 찾기에도 간편하다. 또한 책의 순서대로 다양한 나라를 여행할 수도 있지만, 특별히 관심 가는 나라들을 먼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책 한 권에 47개국의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고 하다보니 정보의 폭이 넓은 반면 그 깊이가 얕다. 그런 까닭에 대부분의 내용들이 굳이 이 책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 마디로 이 책만의 특화된 정보가 거의 없다. 객관적인 정보를 나누되 짧은 분량이라도 주관적인 감정이 담긴 에세이를 함께 첨부해줬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에세이가 아닌 점이 가장 아쉽지만 그건 기획부터가 다른 거니,, 쩝..


<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은 세계의 여러 나라에 대해 이제 막 관심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보기에 알맞은 세계문화 입문서다. 많은 나라들이 소개되어 있고, 다양하고 적당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며, 볼거리가 많아 아이들이 별다른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처럼 여행 에세이를 기대하시는 분이라면 절대 비추다. 여행자의 개인적인 감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취향이 확실한 편이라면 책의 제목에만 이끌려 결정하지 말고 직접 책을 펼쳐본 후 구입할 것을 권해본다. 중고등학생이 읽기엔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