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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 - 평범한 직딩의 밥보다 좋은 여행 이야기
조은정 지음 / 팜파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처럼 쉽게 떠나질 못한다.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 등등 우리가 늘어놓는 변명은 매번 비슷하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의 저자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떠나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는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짬짬이'라는 표현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 책은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라는 제목을 통해 하고픈 말을 모두 드러내 보인다. 여행은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일을 접고 떠날 수도 없는 당신, 이제 '짬짬이' 여행을 즐겨보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시중에 쏟아지는 그냥 그런 여행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더구나 표지를 넘기자마자 줄줄이 늘어서 칭찬을 날려대는 추천사들을 내리 4개나 만나니 책을 읽기도 전에 힘이 빠졌다. 과한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법. 많은 추천사는 오히려 책의 완성도에 의심의 칼날을 품게 했다. 그러나 정작 본문에 한 발 들어서자 앞선 염려가 나의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큼직큼직한 글자와 곳곳에 곁들여주는 사진은 우선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주제별로 분류된 책의 내용 또한 상세하고 꼼꼼하다. 혼자하는 여행, 일행이 있는 여행, 패키지 여행의 장단점 등 여행 방법의 종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고 싶은 여행지를 정하고 동선 짜기, 숙박 예약, 경비 예산 짜기 등 여행을 계획하는 방법과 여행 떠나기 전에 챙겨야 할 준비물, 여행 가방 싸는 법, 환전 싸게하는 법, 꼭 가져가야 할 필수품 등의 실제적 준비과정으로 이어진다. 각 내용들은 그간의 여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친절하고 자세하다.
또한 여행책에서 빠지면 섭섭한 '베스트 여행지'도 취향과 형편에 따라 주말용, 일주일용, 가족용, 먹거리나 미술관ㆍ박물관 등 테마여행으로 분류하여 알맞은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또한 가난한 직장인을 위해 저비용으로 최고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알뜰 관광법과 자신이 직접 다녀왔던 여행 루트 등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잘만 찾아본다면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널려 있음에 적잖이 놀라며 즐거워 했다. 마지막으로 각 테마의 말미엔 쇼핑에 관한 방대한 정보나 실시간 여행 정보, 여행 중 자주 사용하는 영어 표현 등을 덤으로 선사하고 있다.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의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서로선 최고의 미덕을 갖춘 셈이다. 이 책은 나같은 초보라도 바로 여행을 떠날 준비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준비과정과 그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고 자세하다. 어느 책에나 흔히 있는 그런 정보들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아마 지난 10여년간 직접 발로 뛰며 쌓은 그의 여행 노하우일 것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로 인해 축적된 그녀의 노하우는 책 속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까닭에 여기에 실린 방법들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녀가 제시한 방법을 자신에게 맞춰가며 나만의 여행 노하우를 쌓아가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런 점은 어느 여행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책의 중간중간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이 눈에 밟혔다는 것. 내용도 좋지만 그걸 표현하는 문장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일하면서 짬짬이 떠나는 세계 여행>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빼곡한 가이드북도, 여행을 통한 여러 감상들을 엮은 기행문도 아니다. 떠나고 싶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는 일종의 '여행준비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행의 준비 방법부터 여행지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초보자도 거뜬히 다녀올 수 있는 여행방법을 알려주기에, 책을 읽다보면 마음 한 구석에선 벌써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이런 거라면 나도 떠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은, 최소한 내게는 통한 셈이다.
10여년의 직장생활 동안 짬나는 대로 틈틈이 세계 각곳을 누비고 다닌 저자 조은정은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시간이 아니라 '열정'이라고 말한다. 강렬한 열정이 있으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일로 바꾼다는 그녀의 말은 그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공감이 된다. 그간 여행을 가지 못하는 핑계를 대기에 급급했기에 내게 이 책은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왔다. <일하면서 짬짬이 떠나는 세계 여행>, 떠나고 싶고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실속만점의 실전 여행준비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