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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 - 맨날맨날 틀리는 그 영어만 고치면 영어가 된다!
Chris Woo.Soo Kim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애인을 영어로 하면 lover일까? 루즈(rouge)와 립스틱(lipstick)의 차이는? 뒷산에 올라가는 정도의 등산은 climbing일까, hiking일까? 나를 소개할 때 solo라고 해야 하나, single이라고 해야 하나? '말하다'란 뜻을 가진 동사 speak/talk/tell/say의 차이는 대체 뭘까? 각종 광고에 나오는 대기업의 슬로건인 bravo your life!, digital exciting은 과연 올바른 영어 표현일까? 미국에서도 선배, 동기, 후배라는 표현이 있을까? 핫도그(hot dog)는 정말 '뜨거운 개(-.-)'일까? salayman, sportman은 미국에서도 통용될까?
예전에 재밌는 라디오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펜팔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미국인 펜팔친구에게 'ㅇㅇ villa'라고 주소를 적어 보냈더니 자신을 엄청난 부자로 오해하더라는 내용이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에선 아파트보다 작은 규모의 다세대 주택을 '빌라'나 '맨션'으로 지칭하는 반면, 미국의 'villa'나 'mansion'은 잡지에 등장하는 헐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의 집처럼 아주 호화로운 대저택을 의미한다고. 그러니 그 미국인 펜팔친구가 놀랄만도 하다. 사실은 나도 무척 놀랐으니까. ^ ^;
위에서 언급한 궁금증들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 중 몇 개만 간단히 살펴보자.
'사랑'을 뜻하는 'love' 뒤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 '사랑하는 사람 = lover'라는 해석은 아주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lover'를 단순한 애인이 아닌, 육체적 관계를 맺은 애인이나 외도의 대상을 뜻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애인'은 영어로 'boy friend'나 'girl friend'로 쓰는 게 옳은 표현이며, 친구는 남자든 여자든 그냥 'friend'를 쓰면 된다.
또한 우리가 흔히 쓰는 루즈/립스틱은 또 어떠한가. rouge는 프랑스어로 빨강, 붉다란 뜻을 가진 단어다. 몇 년 전 호평받았던 니콜 키드먼 주연의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Moulin Rouge: 빨간풍차)를 떠올려보라. 영화 속에 빨간 풍차가 괜히 나왔던 게 아니었다. ^^ 고로 영어로 말할 땐 rouge가 아니라 lipstick써야 옳다. 덤으로 하나 더 찾아보자면, 우리가 보통 '스킨'이라고 부르는 기초 화장품은 영어로 skin이 아니라 toner가 바른 표현이다. skin은 익히 알다시피 살갗, 피부를 뜻하는 단어니까.
전세계에서 빛을 발하는 우리의 대기업의 슬로건에서도 잘못된 영어를 찾을 수 있는데, 그 한 예로 bravo your life와 digital exciting을 들 수 있다. bravo는 동사가 아닌 감탄사이므로 bravo your life란 문장 자체가 성립이 안 될 뿐더러, digital이나 exciting 또한 모두 형용사이므로 digital excitement라고 고쳐야 한다. 초일류기업으로 지칭되는 대기업에는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도 엄청 많을 텐데 어찌하여 이런 얼토당토 않은 슬로건을 그대로 쓰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광고 카피나 슬로건, 영화제목 같은 경우 문법상 틀려도 어감을 중시해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salayman과 sportman. 이 단어들이 과연 미국에서도 먹힐까? '~man'이란 표현은 요즘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spiderman처럼 만화 영웅들에게 주로 쓰는 표현이란다. 그래서 salayman, sportman이라고 쓰면 '~맨 시리즈'의 터줏대감 superman, batman, X-man처럼 superhero처럼 들린다고. 재미있으면서도 참으로 당황스런 예 중의 하나였다.
나라간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다양한 언어들이 유입되고 새로운 언어환경에서 선택받거나 사라진다. 생존한 외래어들은 본래의 뜻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의미나 발음에서 약간 변형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콩글리시'가 오랜 시간동안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까닭에 잘못쓰이는 의미를 한순간에 바로 잡는 것은 녹록찮은 일이다. 특히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이미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진 단어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잘못된 의미로 쓰이는 콩글리시들은 원어민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애초에 의도하는 바와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영어표현의 마무리를 위한 콩글리시의 교정은 분명 필요하다. 완벽을 향한 마지막 2%라고나 할까. 위의 'lover'나 'villa'의 예만 보더라도 그 필요성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 폭넓게 자리잡은 콩글리시를 찾아내어 올바르게 교정해주는 영어책인 <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는 여러 영역에 걸쳐 잘못 쓰이는 단어들, 영어가 아닌 영어들, 잘못 쓰는 문법, 그리고 미국 현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재기발랄한 말투는 독자에게 친근함을 주고, 책의 곳곳에 담겨있는 재미있는 삽화와 컬러풀한 색상의 구성은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평소에 궁금했던 콩글리시에 대한 해결책을 시원스레 제시해주어 아주 맘에 든다. 그런 까닭에 조금씩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영어에 대한 지식이 시나브로 쌓이게 된다.
내 안에 쌓여있던 콩글리시를 타파할 수 있는,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전해주는 영어책 <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
영어라면 질색인 당신마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며 살포시 추천해 본다. ^ ^
+ 딴지, 하나 - 책표지 왼쪽 위에 자리잡은 말풍선에 담겨있는 '맨날'은 '만날'로 고쳐야 한다. '만날'이 표준어다. 표지 뿐만 아니라 책 속에도 계속 잘못된 표기가 나온다. 흔히들 '맨날'이라고 잘못 쓰고 있고 그 말이 대중에게 친숙하다고 할지라도 다른 것도 아닌 '책'에서는 올바른 표기법을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잘못된 영어는 바로 잡으면서 정작 우리말에는 소홀한 태도가 두고두고 아쉽다. (출판사측에서 늦게라도 고쳐주길 바랄 따름이다;)
+ 딴지, 둘 -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언어들이 유입되고 정착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들어와 굳어진 외래어들이 영어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들을 콩글리시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분명 영어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유입되어 굳어진 말들이 숱하게 있지 않은가. 물론 독자에게 그런 단어의 영어식 표현을 알려주기 위해 그것들을 언급했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그러나 영어든 독일어든 프랑스어든 우리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모두 외국어다. 우리집에 놀러온 손님인 것이다. 그중 우리집에 눌러앉아 가족처럼 친해진 손님은 외래어가 된다. 다양한 외래어 중 미국(영국)산이 아닌 것을 콩글리시로 치부하는 저자의 태도는, 손님인 영어가 주인행세를 하는 것 같아 영 불편하다. 어쩜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