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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다른 이유 다 제쳐 두고 그 유명한 'sex and the city'의 작가라는 이유 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마 이 책에 눈길을 잡힌 많은 분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 ^ 실은 난 아직 'sex and the city'의 원작 소설 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안 봤다. 그런데 무슨? 그래도 눈과 귀는 있어서 그 작품의 명성과 내용과 메시지는 대략 알고 있다는 거~! ㅎㅎ 사실 워낙 유명해서 보고는 싶으나 드라마라는 것이 원체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지라(더구나 미국 드라마는 시즌별로 엄청나다!) 도저히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글두 그 언젠가 꼭 보리라는 희망(?)은 품고 있다. ^ ^;;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립스틱 정글>을 먼저 집어 들었고, 이 책은 캔디 부쉬넬과 만나는 첫 번째 책이다. ^ ^
독특한 제목이 아주 흥미롭다. 립스틱과 정글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두 단어는 신기하게도 나란히 있으니 뭔가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느낌이다. 헬기를 타고 뉴욕을 내려다 보던 니코가 마치 립스틱이 숲을 이룬 것 같다고 표현했 듯이 이 책의 제목 '립스틱 정글'은 바로 뉴욕시를 지칭하는 말인 듯 하다. 립스틱을 바른 그녀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도시, 뉴욕. 적자생존이라는 생존법칙이 여전히 유효한 이 거대한 도시는 또 하나의 정글일 테니까 말이다.
- 헬리콥터가 순간 하강을 하면서 립스틱들이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드높은 빌딩들이 지나갔다. 니코는 성적 흥분과 비슷한 떨림을 느꼈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 눈에 익은 풍경을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이었다. 뉴욕 시는 아직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 같은 여자들이 살아 남고 지배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곳이라는 곳도 분명하다. 헬리콥터가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위를 낮게 날 때, 그녀는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는 내 거야." 아니라면, 어쨌든 내 것으로 만들 거야. 그것도 곧. (59 쪽)
제목에서 알 수 있 듯이 <립스틱 정글>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대부분의 권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을 비집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에 이른 세 명의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 책은, 세 명 모두 '성공'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지만 각자의 삶은 꽤나 다르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미혼의 패션 디자이너 빅토리 포드는 기존과 다른 색다른 패션을 시도했다가 경영의 위기를 맞고, 매년 수많은 히트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의 사장인 웬디 힐리는 전업주부인 남편과도 문제가 발생하며, CEO의 야망을 품고 있는 잡지사 편집장 니코 오닐리는 가부장적 권위로 자신을 짓밟으려는 남자들에게 맞서 매일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는 화려한 캐릭터들이지만, 그들이 겪는 위기와 고민들은 '여자'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사회적'인 면으로만 성공을 평가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는 '사회적'인 면과 동시에 '가정에서의 여자 역할'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둘 중의 하나라도 만족되지 않으면 쉽사리 성공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이 사회가 사회활동 유무를 떠나 가사노동은 여자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즈 펄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127~8쪽의 글에서 비슷한 언급이 나온다;;) 자신의 일에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가정으로 돌아오면 늘 뭔가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웬디에게서 이런 문제를 발견할 수가 있다.
- 대부분의 여성들은 '법칙'이란 자신을 제자리에 놓기 위한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친절하다'는 건 사회가 여성들에게 너희가 그 안에 있으면 (그 '친절'이란 상자에서 나와 방황하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위안을 주는 아늑한 상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전이란,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거짓말이다. 진짜 법칙은 권력과 관계되어 있다.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칙. 그리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건 자기가 권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269~270 쪽)
능력있는 그녀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성공을 향한 야망, 그리고 사랑과 배신을 적절히 요리하며 주인공들을 통해 다양한 삶을 담아내는 이 책은, 세 명이 각자 그려내는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적절하게 교차점을 만들어 줌으로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 준다. 사업에 위기와 동시에 백만장자와 사랑에 빠진 빅토르, 살벌한 조직에서는 냉철함을 잃지 않지만 매력적인 청년과의 불륜엔 정신없이 빠져드는 니코, 사랑하지만 지쳐가는 남편과의 트러블에 설상가상으로 전력투구하던 영화촬영까지 문제가 생겨 진퇴양난에 빠진 웬디. 작가는 그녀들의 삶을 통해 40대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감정과 고민들을 보여준다.
1권에서는 사건이 한창 벌어져 진행중인 채로 끝났는데 2권에서는 그녀들 주변엔 맴도는 남자들이 혹시 음모를 품고 그녀들에게 접근한 것은 아닌지, 언제 배신이라는 카드를 내미는 것은 아닌 지 궁금하다. 또한 빅토르는 다가오는 가을 컬렉션을 성공시킬 수 있을 지, 니코는 매력적인 청년과의 관계를 들키지 않을 지, 웬디의 영화는 성공적일 지도 함께.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어서 2권을 사야겠다. ^ ^
- 비즈니스에서 이것만은 꼭 기억해. 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반드시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해. 물론, 자신의 행동 중에 무엇을 용납하고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 지를 아는 게 그 비결이지. (166 쪽)
- 네가 실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진정한 시험이란다. (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