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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박관용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님처럼 오로지 조국의 통일만이 유일한 소망은 아닐지라도 당연히 우리에겐 언젠가 통일조국을 맞을거란 막연한 바람이 있다. 냉전시대였던 어린날엔 뿔달린 돼지가 지배하는 곳이 북한이라는 말도 안되는 만화들을 학교와 티비에서 공공연히 보여줬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되뇌였다.
그런 북한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단연 DJ의 햇볕정책이었다. 퍼주기 외교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은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급격히 녹였고, 여러 방면으로 민간교류의 물꼬가 트이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원조에도 북한의 실상은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의 경제는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남한에서 실어나르는 식량원조에도 나날이 굶어죽어가는 북한주민이 증가하고, 그 굶주림에 못견뎌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동포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얼마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은 그동안 무덤덤했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햇볕정책 이후 낙관적으로만 생각했던 남북관계가 우리를 향해 쏘아올린 미사일로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과 미국의 밀고당기기로 6자회담은 여전히 지지부진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은 때를 만난 듯이 일제히 선제공격을 운운하며 들고 일어서고, 북한이 믿고 있던 중국 또한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북한의 편만 들고 있지는 않다. 고립된 북한과 그 사이에 끼인 남한. 다들 겉으론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실리를 찾기에 바쁜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의 장으로 변한 한반도에서 진정 이 땅의 주인인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건지..
이 책은 그런 고민들을 기본으로 현정권의 대북한정권과 대미정책에 대해 여러 비판들을 쏟아낸다. 햇볕정책의 온정적 퍼주기는 결국 막바지에 몰렸던 김정일 정권을 살려냈고 급기야 지금의 핵사태로까지 밀어부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전시작전통제권환수등 그간 미국과의 우호적 동맹관계을 끊고 친북반미의 길로 들어서 현재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한반도 핵사태에서 정작 주인이 아닌 객으로 전락한- 현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한다.
사실 나는 정치외교나 국제정세에 대핸 그다지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새삼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의 주변 강대국들과 북한 - 우리나라와의 대외적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항상 자신들의 이익추구를 앞세워 남의 나라에 간섭하는 주변나라 사이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과연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할런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그에 대한 나름의 비판도 하며 책장을 넘겼다.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우리의 통일이 갑작스레 실현될 거라 예측하고 있다. 그 방법으론 여러 가정 중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전쟁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이야기 하는데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전쟁이란 진정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전쟁이란 단어가 언급되다니;; 또한 ''통일''자체의 문제보다 통일이후의 문제해결을 보다 진지하게 꼽았는데 사후처리에 따라 통일민족으로 강력하게 국제사회에 두각을 나타내느냐, 아님 남한까지 싸잡아 낙후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는 주장과 함께 보다 구체적인 사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통일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지금의 국제정세와 현정권의 대응에 대한 비판과 저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도 함께 실려있다. 다만 이 책은 야당정치인의 시각으로 씌여진 터라 친미적 성향이 꽤나 강하게 보인다. 그동안 미국이 우리의 안보문제에 큰 역할을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너무 강조하는 모습은 편치 않다. 미군과의 공조가 끝나면 바로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은 생각은 너무 미국만을 믿고 의존하려 하는건 아닐런지. 현정권이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친미적 성향 또한 그리 달갑진 않다. 이러한 그의 글을 읽고나니 그가 비판하는 현정권의 입장에 서있는, 그와 반대되는 다른 정치인의 의견이 궁금해진다. 통일과 대북정책에 있어선 모범답안이 없는 사안이라 옳고 그름을 무 자르듯 결정할 수는 없기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건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부디 이 어려움을 현명하게 헤쳐나가길 바래본다.
통일은 언젠간 이루어질 거라 생각한다. 언젠가 다가올 그 날이 우리에게 재앙이 아니라 기쁨을 주는 날로 만드기 위해서 우리 모두 힘써야할 것이다. 왜냐면 통일은 바로 우리의 일이요, 우리 자손의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