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인간 1 - 북극성
조안 스파르 지음, 임미경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책표지를 장식하는 나무인간의 얼굴은 사실 좀 음침하다. 시커먼 구멍으로 이루어진 눈,코,입은 꽤나 비호감이라 그 밑에 입이 슬며시 미소짓고 있더라도 그닥 살가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책 속의 나무인간의 모습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이 나무인간이 얼마나 명랑하고 귀여운지 알게 되리라. 그렇게 첫인상부터 나의 편견을 나무라며 나무인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처럼 걸어다니고, 말도 하며, 음식을 먹고(그것도 고기까지 먹어치운다!), 기타를 치고, 취미로 가구를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기는 나무인간이라.. 주인공 나무인간의 탄생부터 작가의 상상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나무인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랑도 나누며 무려 3명의 아이까지 있다. 물론 같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 그는 단지 나무로 되었을 뿐 인간이 하는 일은 모두 할 수 있고 심지어 인간이 못하는 일도 한다.

 그에겐 두 명의 친구가 있는데 바로 인간인 엘리아우와 진흙인간 골렘이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골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전혀 닮지 않았지만 말이다; ^ ^;) 엘리아우가 창조한 진흙인간 골렘은 마치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 하지만, 자의식이 없고 성격이 순하며 덩치에 맞지 않게 싱긋~ 웃는 웃음이 매력적인 친구다. 평화롭게 지내는 이들에게 어느날 북극성의 알리트바라이 왕이 찾아와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이 제안으로 인해 세 친구는 사건에 휩싸이게 되고 뜻밖의 모험을 하게 된다. 


 나무인간과 그 친구들의 모험의 여정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나 상황들은 작가의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빛이 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할머니 요정들. 쭈글쭈글 늙은 몸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그 요정들의 등장이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나체로; ㅡㅡ;; 왜 젊고 멋진 남자요정은 등장하지 않는가 말이닷! ㅎㅎㅎ 그 밖의 캐릭터들도 모두 특이하긴 하지만 그런 괴물류들은 그닥 내 취향이 아니라서 패쓰;; 

 알리트바라이 왕은 자연과 더불어 함께 지내지 못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고, 아틀라스 떡갈나무의 재앙은 환경오염으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지구촌에 드리워진 자연재해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런지. '나무인간1 - 북극성'편은 단순히 북극성의 험난한 모험을 마친 나무인간 일행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엔 여러 함축적인 목소리가 담겨있다. 


 작가가 "그림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텍스트를 읽지 않고도 이야기를 거의 이해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이 책에 담겨진 작가의 독특한 그림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다만, 충실히 내용을 나타내주고 아주 독특하다 할 지라도.. 그 그림들은 너무 무섭다;; ㅡㅡ; 나무인간과 엘리아우, 골렘까지는 귀엽다치더라도 뒤에 나오는 온갖 캐릭터들과 상황을 말해주는 그림들은.. 밤에 이 책을 펴고 싶지 않게 한다;; (나만 그런건가? ㅡ.ㅡ;;) 그림과 함께 살짝 아쉬운 점은 모험을 하는 그들의 상황 전개가 조금은 느슨하여 긴박함을 느끼긴 힘들다는 것. 그렇지만 중간중간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재치들은 좋았다. 다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이나 캐릭터들이 좀 맘에 걸리지만 말이다.

북극성의 여행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쉬는 나무인간과 그 친구들.
2권에선 그런 그들에게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또 어떠한 기상천외한 캐릭터들과 상황전개들이 버티고 있을지 궁금하다. 개성 강한 그림체와 독특한 이야기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이 책이 한층 더 즐거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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