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2005-09-14
그냥요. 새벽 세 시는 참으로 비행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저는 한 마리 날으는 방황소녀가 되어
헨델과 그레첼이 마녀를 죽인 과자의 집을 뜯어 먹고 싶어요.
일단 집에 있는 신 김치 한 접시를 옆에 두고,
콜라랑 에...맥주를 가져가설라무네,
저의 꼬봉이 될 게 분명한 헨군과 그양에게
'어이 가서 나쵸 좀 가져와' 하고 명령하는 겁니다.
나쵸가 배달되면,
'이 센스하고는! 살사소스는 어디다 놓고 온 거야!'
하고 큰 소리치는 거지요.
음, 상상만 해도 기분 좋군요. 마귀할멈이 진미오징어도 기둥에 좀
붙여놨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오...그러고보니 이 메뉴들은 모두, 제가 좋아하는 술집의 안주?!
아무튼 뭐, 각설하고,
저는 지금 무슨 영상을 볼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의 조직 폭력' 다큐가 될 듯 싶어요.
한국 조폭도 잘 모르는 제가 시칠리아 조폭을 한 번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졸지는 않을까 걱정되네요.
시칠리아 조폭이 대단하긴 한가봐요. 다큐멘터리까지 만드는 걸 보면..
하기야 한국 조폭에 당할 바는 안되지만..
우리야 뭐 가문의 영광부터 시작해 조폭 르네상스 시대까지 맞은 적이 있으니..오죽하면 조폭을 학교까지 보냈겠어요!
안성탕면이 예전 것보다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닝닝하던 국물이 이제 좀 얼큰한 맛이 나요. 덕분에 도대체 이 라면의 정체성은 어디있는 것일까, 이 라면이 타사 라면과 차별되는 특징은?! 하고 잠시 생각해봤지만 뭐 그런 거야 상관없죠.
다만 이런 생각을 할 땐 언제나 본의 아니게 오징어 짬뽕과 비교하게 되어버려서, 아,,,,하고는 금방 오징어 짬뽕의 그 뻘건 국물 속으로 마음이 녹아들어가요. 그런 뻘건 마음으로, 불어터진 라면을 먹는 겁니다. 맛있을 턱이 없죠.
실존하고 있는 안성탕면이 무형의 오징어 짬뽕에게마저 상대가 안 되는 건 슬픈 일이에요. 그러게, 라면 제조단계에서부터 '이 라면은 소주와 어울리는 것인가 이 라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안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라면이 과연 숙취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오징어 짬뽕만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오징어 짬뽕을 사랑하는 내가, 몇 달씩이나 오징어 짬뽕을 거른 거지?
파스타님 댁엔 있나요, 오징어 짬뽕?
참, 아직 어린 세혁이가 먹기엔 짬뽕이 너무 맵긴 하죠. 가끔 국물을 마시다 지금 내가 먹는 게 국물인지 콧물인지 헷갈릴 때가 있으니까요.
추신. 제가 지금 너무 긴 방명록을 남기고 있는 거죠? 허허참. 방명록에서 방황하고 있는 비행소녀라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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