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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 너의 손길이 필요해 ㅣ 너의 손길이 필요해
예영 지음, 황유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5월
평점 :
생명은 소중하고 최소한의 인권을 유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꿈을 저당잡히고 기본적인 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돈이 없어서, 전통 때문에, 원하지 않던 환경 제앙으로 삶을 위태롭게 보내야만 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비만 아동이 늘어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선 옥수수죽 조차제대로 먹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가 있다는건 기막히고 서글픈 일 이다. 한 사람의 작은 도움이 모인다면 충분히 예방할수 있고 사라지게 만들수 있는 슬픈 일들을 모른척 방치한다면 그것만큼 비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할수 없다면 모를까, 다른 나라 아이들을 도울수 있는건 누구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 '착한 소비' 라는게 있다. '공정무역 아름다운 커피'에선 커피와 초콜릿 등을 파는데 생산자들에게 합당한 임금을 주고 소비자는 윤리적 소비를 할수 있게 해준다. 제 3세계의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적은 임금을 주면 그들은 힘들게 일하고도 가난을 대물림 할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약자이기 때문에 제대로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고, 소비자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비싼 값에 사고 있다. 하지만 착한 소비는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주며 그들의 미래를 변화시킬수 있고, 다소 비싼 값이지만 소비자는 자신의 돈이 아름답게 쓰여졌다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이런 착한 소비가 많은 사람들에게 실천된다면 카카오 농장에서 빵 한조각 먹으며 힘들게 일하는 마리암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마리암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이들은 어른들도 하기 힘든 노동을 하루 종일 하고 있다. 한창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아이들은 초콜릿 한번 먹어보지 못한채 갖은 학대를 참아가며 일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사먹는 초콜릿을 만들면서도 먹어보지도 못하며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 유년시절을 저당잡히고 있다. 유명 기업에서 만드는 축구공을 아이들이 수작업으로 힘들게 만든다는 보도가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아동 노동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나라 전체가 바다에 잠길지도 모르는 투발루의 사연은 우리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 투발루 뿐 아니라 인접한 국가들은 이런 위험에 노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일구던 논과 집이 바다에 잠겨 한순간에 재산을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이들이 비단 여기 뿐일까. 더 화가나는건 이런 일을 겪은게 투발루 국민들 때문이 아니라는데 있다. 오히려 차 없이는 못 살고 경제발전을 위한답시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을 가동하고 에어컨등을 사용하는 나라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런 나라들이 자원을 쉴새없이 쓰는것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투발루와 같은 나라들에게 갔던 것이다.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여자 아이들에게 할례를 강요하는 소말리아에 사는 아르다의 사연은 같은 여자로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만 들어도 고통스러운데 그걸 온전히 감당해야 하며 고통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어떤 심정일까.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도 할례는 근절되지 않는다. 지켜야 할 아름다운 전통이 있지만, 할례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반복적인 교육과 설득만이 방법일 듯 한데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지구촌의 물부족은 이제 하나의 당면과제가 됐지만 아프리카의 사정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정도로 위급했다. 얼마전 본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다큐에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났는데 동물과 인간이 함께 흙탕물을 먹고 있었다. 먹으면 죽는다는걸 알면서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각종 찌꺼기와 세균이 들어있는 물을 그들은 마실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가뭄이 들어 메마르면 마실수 없으니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는 생수를 돈주고 사 먹으며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데(외국 생수를 비싼값에 팔고 소비자들은 사 마시고 있다.) 그게 얼마나 큰 사치인지 싶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물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위협받는 아프리카 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가.
어른들의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소년병이 된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를 앗아간 이들을 원망하게 된다. 연필을 쥐어야 할 손에 총자루를 움켜쥐고, 낯선 이들과 친구가 되며 어울려야 할 나이에 적으로 간주해 총을 난사하게 만든 어른들. 또 간단한 약이 없어 목숨을 위협받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만 잘 사는것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전세계의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기구들이 애쓰고 있지만 다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식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 값으로 누군가를 도와줄수 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실천이 다른 아이의 집을 물 속에 잠기지 않게 할수 있다. 나의 관심과 작은 성의가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수 있다면 그것보다 보람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