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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생이 다 하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날 "wonderful" 이라는 말을 남긴 사람이 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대체 얼마나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길래 이런 말을 할수 있었을까. 아마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고 남은 여생을 평안하게 살다 잠든 듯이 눈을 감은 사람만이 이런 말을 할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말을 남긴채 세상을 떠난 사람은 1년여 동안 루게릭 병이라는 불치병을 앓았던 스웨덴의 유명 앵커 울라 카린 이었다.
아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의 마지막 1년을 병이 주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고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움직일수도, 밥을 먹을수도 없는 무기력한 루게릭 환자의 마지막 말이라고는 말이다. 하지만 책속의 그녀를 만나게 되면 그녀가 남긴 "wonderful" 이라는 말이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녀에겐 불치병 이라는 시련이 있었지만 그녀의 정신과 마음은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맑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렸다는걸 알게된다면 과연 그 기분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난 그동안 죽음을 내 인생에서 제외된 것 처럼 취급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죽음이 먼 훗날이 되기만을 기도할 뿐 내 인생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울라 카린 또한 자신에게 루게릭 병이 올줄은 상상할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에겐 자신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4자녀가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며 아직 죽기엔 너무 젊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빨래 집게를 눌러서 벌릴수가 없고 자꾸만 넘어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경미한 디스크 증상 일거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정밀 검사 뒤 나타난 병명은 루게릭 병이었고 혹시나 했던 병명이 의사의 입을 통해 선고가 되어지는데 하필 그날은 올라 카린의 50번째 생일이었다. 그날 저녁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복잡한 감정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온다.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어지는 병의 속도 만큼이나 그녀에게 남은 시간도 별로 없다는걸 그녀는 안다. 하지만 현명하고 강인한 그녀는 병이 주는 고통에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남은 시간동안 감사하고 삶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동안 너무나 바빠서 챙겨주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위안을 얻고 아름다운 자연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행복해 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는 이 모든것이 루게릭 병이 내게 준 축복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보면 그녀는 죽어가는 불치병 환자이지만 그녀는 지금처럼 행복하고 기뻤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죽는 순간까지 비통해 하는 것보단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을 살겠다 라고 말하는 그녀에겐 지금 현재 이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길 원하고 그 시간동안 웃으면서 기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 그녀였기에 죽는 순간까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슬픔 대신 기쁨과 희망을 남길수 있었다.
일초에 한번씩 살면 백만 번, 천만 번 더 살게 될거라고 말하는 아들의 말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와 울컥 눈물 짓게 만든다. 일초에 한번씩,모든 순간이 삶 이라는 말은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우린 더 알차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라 카린 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시련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않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대신 그 시간을 행복과 기쁨을 찾는데 쓸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떠나는 순간 "wonderful" 이라는 말을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