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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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삶이 없다고?”
“도둑들이 빼앗아갔어요." p45

-신시아 오직, 『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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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오직의 대표작 「숄」 그리고 3년 후 발표된 속편 「로사」. 두 단편이 함께 실려 있다. 총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짧은 이야기들은 홀로코스트 문학에서 필독서로 다뤄지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젊은 로사는 소리가 없는 마그다를 숄로 두루고 수용소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살았다. 마그다에게 숄이 갖는 의미란, 엄마의 젖이었고 추위를 막아주며 잠을 청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생존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로사의 조카, 스텔라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숄을 가져간 사이 마그다는 막사 밖으로 나가 발각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읽는 내내 뼈마디가 시렸던 「숄」과 달리 「로사」는 이글이글 타는 듯한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다. 모든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로사와 그 모든게 부질없다는 듯이 잊고 사는 스텔라. 둘의 사이에서 튀는 스파크만큼 로사는 매사 감정적으로 날이 서있다. 마그다가 살아있다는 환상을 품고 과거에 머물면서. 보는 이가 불편한 정도였던 「로사」편은 로사의 말에서 홀로코스트의 공포와 무게를 감히 짐작하게 만들곤 한다.

🔖"다 지난 일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스텔라가 신경 쓰는 건 그것뿐이에요. 하지만 나한테는 오직 하나의 시간뿐이에요. 그 이후 같은 건 없어요." p92
(중략)
"그 이전은 꿈이에요. 그 이후는 농담이고. 오직 진행 중인 것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걸 삶이라 부르는 건 거짓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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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작가가 홀로코스트를 직접 겪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강렬하고 생생한 나머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멋대로 해석했다가 옮긴이의 말에서 아니란 사실을 알고 멈칫했다. "창작이 기록 못지않은 진실성과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p113)이라는 말이 바로 납득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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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moonji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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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상응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수윤 옮김 / 읻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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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국내 첫 번역 서한집:)

편지 쓰기를 좋아하면서도 빈 종이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넉넉치 못한
마음때문이다.
이 말을 써도 될까부터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말인지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데
이렇게 재고 저렇게 따지다 보면 어느새
옹졸한 마음들이 꾸린 글자들로 채워진다.
당연히 그게 퍽 마음에 들리는 없다.

다자이의 서한집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머뭇거림의 해방이었다.
당사자의 고민이 없진 않았겠으나
상대에게 전할 말 앞에서는 거리낌없이
진솔하게 나아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때때로 꺼내기 어려운 말도,
축하와 기쁨이 넘치는 말도,
절망과 고뇌가 가득한 말들도.

당시의 수신인들의 감정을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서한집을 읽으면 다자이가 수신인들에게
갖는 신뢰의 마음은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말도 꺼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몹시 부러우면서도 애틋함이 동시에 일렁였다.

한가지 더,
꼭 소설처럼 요조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분명 읽었으나 들렸다는 것은 꽤나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꾸 다자이와 요조의 경계가 희미해지는데
그만큼 두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질과 양으로
좋아한다고ㅜㅜ 말해주고 싶다.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한다면 가까이 두고
종종 꺼내보길 추천🥹

🎈연도별로 정리가 잘 되어있다:)

🎈이미지 수록으로 더욱 풍성하게 즐기는 서한집!

🎈읻다출판사의 서한집 시리즈 '상응'
모조리 소장하고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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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itta_publishing

#다자이오사무서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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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박연준 외 지음 / 읻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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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 테마소설"
이쯤되면 테마소설집 맛집으로 인정하는 읻다 출판사. MBTI 테마 소설집에 이어 계절에 딱맞는 옷을 입은 겨울 간식 테마 소설집이 출간됐다.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작가와 함께.

작가들이 소재로 쓴 겨울 간식으로는 뱅쇼/귤/타코야키/만두/호떡/유자차 가 있다. 간식들은 단지 일회성 소품처럼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곱씹을 만큼 비중이는 역할을 해낸다. 특히 좋았던 것은 뱅쇼가 나오는 박연준 작가의 「한두 벌의 다른 옷」

🔖혼자 돌아오는 기차에서 나는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들, 가벼운 한숨과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생각했다. 그런 건 아무 때고 이유도 없이 휘발된다. 가까이에서 서로의 삶을 보살피는 사이, 관계가 붉게 엉키는 순간부터 사라진다. 저녁이 되어 빛이 사라지듯이. p35

여름과 영혜의 관계의 시작부터, 엉키다가 어느 한쪽이 달아나는 지점까지 붉은 빛을 띤 이야기 자체가 마치 뱅쇼를 만드는 과정처럼 진행되는 것 같았다. 달큰하고 깔끔한 맛이 좋아 뱅쇼를 매료되었던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씁쓸한 맛도 알게 되었다까.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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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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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지만 여전히 먼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당장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생존이 달린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자 최평순이 묻는 질문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대답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우리는 왜 지구의 위기를 외면할까?❞
❝인간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다소 비관적으로 들리는 이 말에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수 있지만 정말 기후위기는 언제나 일상보다 빠른 속도로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지구적 재난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어 있고, 심리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재난 현실을 외면하며 살기 쉬운 조건이"더라도 계속 고민하고 공유하고 외면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저자 최평순은 환경·생태 전문 PD로 「하나뿐인 지구」,「이것이 야생이다」시리즈, 다큐 프라임 「긴팔 인간」,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을 연출했다. 그의 글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낸 결과라기 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감각을 옮긴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가독성은 물론 다각도로 현재의 상황을 되짚어 보는 계기와 지속적인 고민을 유도하며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좀더 욕심을 내보자면 고민을 넘어 함께 이야기하고 알리고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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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henamu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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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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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의식은 여전히 차고 넘치는 것 같으나 어째서 주는 이렇게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래서 소설속의 사람들을 보면 집이 안식처라는 말이 너무 옛날 이야기 같다. 지키려 할수록 멀어지는 절망감에도, 떠나려 할수록 발목 잡히는 당혹감에도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이해와 충돌이 일상에 짙게 깔리고 실체없는 희망사이로 그저 둥둥 뜬 마음들만 있다. 나는 그 마음들 속에서 오래 서성였다. 나 역시 근래 머릿속을 점령한 생각이 '집'이었기 때문이고 그건 어디서 어떻게 사는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도대체 집이 뭐길래,라는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소설을 읽었지만 마음이 기우는 건 집이 아니라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내 불행이 타인의 것보다 더 크다고 말하고, 신기루 같은 미래에 기대는 것이 미련하다해도 나는 소설속의 그 누구도 이기적이라거나 한숨을 쉬지 않았다. 그저 이모든 선택과 개인이 처한 입장이 얽히고설킨 채 결국 살아내고야 마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이다. 그건 나에게도 닿는 이야기였고 어쩌면 내 질문의 뿌리가 이런 마음에서 기인한 걸수도 있겠단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김혜진 작가와는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불과 나의 자서전』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만났다. 나열하다 보니 모두 집과 연관된 소설들인데 항상 묵직함을 선사하는 탓에 쉽게 잊히지 않아서 믿고 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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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청 을 안(못) 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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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비는마음 #김혜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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