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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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 출신의 스타작가 오스카, 왕년의 톱배우 레베카, 페미니스트 블로거 조에. 과거에서부터 지독하게 얽히고설킨 세 사람이 주고 받은 이메일 형식의 소설이다. 연령대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이들의 메일 속에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현대사회에서 언제나 화두에 오르는 주제들을 신랄하고도 유머스럽게 주고 받는다. 서로 다른 견해로 바라보는 페미니즘, 미투운동, 마약 중독, 코로나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분노가 일렁이기도 한다. 이 모든 중심에는 한가지 키워드가 따라오는데 '혐오'이다. 그래서 세사람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하고 미워하는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생생하게 피부로 느껴질 소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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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영화 특별판)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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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청하오니, 부디 내 인도자가 되시어, 내 표가 반드시 교황이 되어야 할 분께 가도록 이끄소서."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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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교황을 뽑는 전 세계 추기경들의 모임. 교황이 사망하거나 물러나면 16~19일 사이에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예상은 적중했다. 신과 교회를 믿든 않든 『콘클라베』에 푹 빠져들 것이라고. 예기치 못한 교황의 죽음 이후 신임 교황 선출을 위해 전 세계 118명의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콘클라베 선거 관리 임무를 맡은 단장 로멜리 추기경을 중심으로 무려 여덟차례의 투표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력 후보들의 은밀한 암투가 긴장을 고조시킨다. 성스러운 장소에서 가감없이 드러나는 속내와 권력의 의지들. 극과 극의 대비만큼이나 재미 이상의 몰입도를 자랑하는 소설은 자연스레 최근에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의 기대감을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에서는 머리가 띵했다(?). 미묘한 심리 변화 흐름을 눈여겨 보면서 스릴러 소설로 추천한다.

-무신론자까지는 아니지만 딱히 한 종교에 치우치지도 않는 나는 종교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책속에서 로멜리 추기경의 연설문의 일부가 인상 깊어 옮겨본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 교회에 봉사하는 동안,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종국에는 확신을 두려워하시지 않았던가요? '주여,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십자가에서 9시간을 매달리신 후 고통 속에서 그렇게 외쳤죠. 우리 신앙이 살아 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P132

-책 읽는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원소식까지 접했다.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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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korea_books

#콘클라베 #로버트해리스 #RHK
#콘클라베원작소설 #올해의영화 #아카데미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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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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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세스페데스의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성년이 된 두 아이를 둔 43세의 발레리아가 반년동안 기록한 일기장 형식의 소설이다.

1950년대의 발레리아는 부유한 친구들의 동정의 눈길을 받는 직장인이었고 동시에 살림을 빈틈없이 해내고 있는 슈퍼맘이었다. 그런 그녀의 삶을 흔들만한 사건(?)이 생기는데 그녀가 충동적으로 일기장을 샀다는 것이다. 가계부라면 모를까, 당시 여성이 일기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사회나 가정에서 통용되는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일기장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쓰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발레리아는 일기를 쓰며 가족과 외부로만 향하던 시선이 점점 내면을 향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수록 일기장 밖의 그녀도 과감해지지만 해방감과 죄책감이 뒤얽힌 채로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감히 발레리아의 인생 통틀어 가장 진실된 순간이라고 느꼈다.

나는 16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취방을 여러번 옮기면서도, 결혼 후 잦은 이사를 하면서도 이고지고 다니던 일기장이 올해로 벌써 스물세권이 있고 스물네번째 일기장을 쓰고 있는 참이다. 어쩌다 한번씩 들춰보는 일기장은 아리송하다. 풀 수 없는 암호 같기도,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나는 내가 왜 두루뭉실한지 잘 안다. 발레리아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일에 대한 나의 반응을 세세히 기록하면서 매일 나의 깊은 내면을 알아간다. 자기 자신을 알면 알수록 발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반대로 나를 알면 알수록 혼란스러웠다. 사실 이토록 꾸준하고 냉혹한 분석 앞에 어떤 감정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불안에 취약한 나는 혼란스러움을 극도로 피한다. 그건 나의 감정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발레리아는 그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일기를 쓸 때면 점점 또렷이 자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므로 일기장 속에 진짜 발레리아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나는 어떤가. 내 스물세권의 일기장 속에는 내가 있던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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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모임에서는 '일기와 나', '엄마 발레리아', '여자 발레리아'를 소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1세기의 우리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쓰는지, 일기를 쓸 때면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발레리아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발레리아에게 일기장이 갖는 의미, 남편과 귀도/아들과 며느리, 딸과의 관계를 살피며 발레리아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나눌수록 서글퍼지기도 짠하기도 했다(때때로 발레리아가 무섭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쓰는 존재는 멈추지 않는다고, 쓸수록 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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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이며, 엄마이기 때문일까. 모든 관계에서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화끈거리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걸려 넘어지는 문장들 앞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감정이 어쩌면 보편적인 걸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어떤 말보다도 진한 위로가 되는 부분이었는데 혼자 전전긍긍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자고,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해지로 다짐했다.

이 책을 연초에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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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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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부모님과의 상상 속 전쟁에서 승리할 운명이었다. 해가 갈수록 내 독립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혼자 살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내(그리고 이후로도 쭉)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사랑해 줄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전쟁도 이기고 사랑도 잃지 않는다! 그레시 박사는 규정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으면서 (A)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 (B) 내가 영원히 부모님 밑에서 살지는 않을 것이며, (C) 부모님은 정말 중요한 여러 사안에서 나의 동맹이고, (D) 부모님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다. 부모님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세상에 나가면 필요하게 될 기술을 습득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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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이름만 들어도 하나의 신화, 성공한 사업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흰 머리가 듬성듬성한 중장년의 빌 게이츠 말이다. (그리고 부자라는 것도😂) 사실 많은 덕(?)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에 크게 눈길을 돌린 적이 없다. 그래서 자서전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저 그의 만70세 기념으로 성공신화를 다룬 이야기인가 싶었다. 첫 자서전을 본인이 직접 썼다는 정보에 자화자찬인가 삐뚫어진 시선이 먼저 앞섰지만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히는 지점이 많아 놀라웠다.

그의 유년시절 및 청소년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전혀 상사하지 못한 빌 게이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폐 성향을 가진, 당시에는 다소 문제아로 보일 수 있었던 그의 곁을 지킨 부모님의 엄격한 양육방식과 태도, 외할머니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매개로든 양육자의 태도를 배우기 마련인데 자서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의 가족 이야기에 절로 집중이 됐다. 물론 심리치료사의 도움도 컸지만 본인 스스로 무엇에 집중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명료한 판단력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인생의 전환을 맞은 그의 이야기는 쭉쭉 뻗어나간다. 타고난 집중력으로 컴퓨터에 매달렸지만 프로그래밍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의 작업 방식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상호 작용하며 일을 추진하는 장면마다 MS 창업이 결코 운으로만 실현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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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나는 한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노턴은 재능과 전문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나는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갖지 못한 그의 강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20퍼센트 더 뛰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타고난 재능은 어느정도 작용하고 헌신적인 노력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전날보다 오늘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일 끊임없이 집중하고 고심하며 얼마나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야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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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은 나도 모르게 부자(!) 사업가의 빌 게이츠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빌 게이츠로 다가와 친밀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그럼에도 셀 수 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 앞에서 그의 열정은 감탄스러웠고 때로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의 업적이 여전히 거대하게 다가오지만 이 책의 표지가 유년시절의 얼굴을 내세운 만큼 얼마나 진솔함을 담고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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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openbooks21
#빌게이츠 #소스코드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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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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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한 말: <사랑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늘 두 사람이 서로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원하게 되기 때문이지.> 이 말의 의미는 경험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시그리드 누네즈, 『그해 봄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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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세계인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코로나 시기, 봉쇄 조치로 인적이 드문 뉴욕의 맨하탄 배경으로 지인의 반려 앵무새를 돌보는 중년의 소설가인 화자와 대학생 베치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해 봄의 불확실성』 타인의 대한 불신과 불안함이 만연하던 때에 이들의 동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매우 불쾌해 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나이도, 삶의 방식도, 공감대라곤 하나 없는 와중에 모두가 날이 선 시국까지 더해지지만 이들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진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빗장이 풀리고 작은 배려로 시작된 행동은 친밀감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순수한 행복을 선사하는 앵무새 유레카가 있다.

마치 산문처럼 읽히는 소설은 지난 팬데믹 시기에 우리의 모습을 회상하듯이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곳에 내가 있었고 나를 바라본 타인이 있었고 물론 당신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를 지나오면서 우리에게 절실하고도 필요한 메세지를 상기시켜준다.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 그리고 공포. 이를 지혜롭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든 타인에게 건넬 수 있는 안부와 같다.그래서 늘 곁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필요한 존재로써 읽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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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에 이어 세번째 만남인 시그리드 누네즈. 건조한 문체 속에 스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문장을 알고서부터 나는 종종 타인의 안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그리고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같은 문장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게 만드는 주문에 가깝다. 그러므로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내게 또다른 사랑을 가르친 이 작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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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사랑보다 왜곡되기 쉬운 서사는 없다.

🔖불면증은 망각 불능에서 온다는 말도 있는데,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요즘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떠날 때 꼭, 반드시 작별 인사를 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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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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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jin_bookangel


#그해봄의불확실성
#시그리드누네즈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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