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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부모님과의 상상 속 전쟁에서 승리할 운명이었다. 해가 갈수록 내 독립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혼자 살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내(그리고 이후로도 쭉)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사랑해 줄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전쟁도 이기고 사랑도 잃지 않는다! 그레시 박사는 규정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으면서 (A)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 (B) 내가 영원히 부모님 밑에서 살지는 않을 것이며, (C) 부모님은 정말 중요한 여러 사안에서 나의 동맹이고, (D) 부모님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다. 부모님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세상에 나가면 필요하게 될 기술을 습득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 게이츠, 『소스 코드: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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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이름만 들어도 하나의 신화, 성공한 사업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흰 머리가 듬성듬성한 중장년의 빌 게이츠 말이다. (그리고 부자라는 것도😂) 사실 많은 덕(?)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에 크게 눈길을 돌린 적이 없다. 그래서 자서전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저 그의 만70세 기념으로 성공신화를 다룬 이야기인가 싶었다. 첫 자서전을 본인이 직접 썼다는 정보에 자화자찬인가 삐뚫어진 시선이 먼저 앞섰지만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히는 지점이 많아 놀라웠다.
그의 유년시절 및 청소년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전혀 상사하지 못한 빌 게이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폐 성향을 가진, 당시에는 다소 문제아로 보일 수 있었던 그의 곁을 지킨 부모님의 엄격한 양육방식과 태도, 외할머니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매개로든 양육자의 태도를 배우기 마련인데 자서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의 가족 이야기에 절로 집중이 됐다. 물론 심리치료사의 도움도 컸지만 본인 스스로 무엇에 집중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명료한 판단력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인생의 전환을 맞은 그의 이야기는 쭉쭉 뻗어나간다. 타고난 집중력으로 컴퓨터에 매달렸지만 프로그래밍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의 작업 방식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상호 작용하며 일을 추진하는 장면마다 MS 창업이 결코 운으로만 실현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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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나는 한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노턴은 재능과 전문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나는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갖지 못한 그의 강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20퍼센트 더 뛰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타고난 재능은 어느정도 작용하고 헌신적인 노력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전날보다 오늘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일 끊임없이 집중하고 고심하며 얼마나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야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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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은 나도 모르게 부자(!) 사업가의 빌 게이츠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빌 게이츠로 다가와 친밀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그럼에도 셀 수 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 앞에서 그의 열정은 감탄스러웠고 때로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의 업적이 여전히 거대하게 다가오지만 이 책의 표지가 유년시절의 얼굴을 내세운 만큼 얼마나 진솔함을 담고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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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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