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마지막 입맞춤 - 슬픔의 색깔로 그린 그림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황근하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2월에 들어서면서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과 
복잡하게 엉켜버린 머릿속 때문에
무엇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손에 잡은 책은 2주가 넘도록
겨우 3분의 1을 읽었고,
그마저도 더는 눈에 안들어와
같은 페이지에서만 며칠을 머물렀다. 

그러던 중,
대니의 새 책이 발간되었음을 안 나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주문했다. 

부인이 죽은 후 1년간
그림으로 그녀를 추억하고, 정리하고, 보낸 대니...
다시금 그림의 힘을 느낀다. 

1시간도 채 안되어 다 읽어버릴 정도로
글밥이 적은 그림책이지만
그 그림만큼은, 색채만큼은
책을 덮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릴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하다. 
이 잔상으로 며칠은 버틸 수 있겠구나. 

그림 그리고 싶다. 
일상의 모든 것을 그리고 싶다.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을 그리고 싶고,
내가 가 본 모든 곳들을 그리고 싶다. 
내가 먹어본 모든 것들을 그리고 싶고,
내가 속한 모든 시간을 그려놓고 싶다. 

어느 순간에도 그림을 놓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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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로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우리 부모님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와 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 식의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다. "


긴 문장으로 시작된 이 소설....
읽는 내내 주인공인 홀든에게 짜증이 났다. 
아무리 사춘기 소년이라지만
세상 모든것에 불만과 불평, 짜증을 내는 그가
참 어리석고, 안타깝고, 맘에 안들었다. 
세상 모든 부조리와 위선, 
그것에 맞설 힘도 없으면서 속으로만 헛구역질 해대는 그가 
과연 그가 비난하는 그 속물들과 다른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며
홀든에게서 내가 보였다. 
왜 저들은 나와 같지 않은가?
왜 저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가?
왜 저들은 자기 세계에 빠져 그것만이 옳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그르다고만 하는가?
왜 저들은?
왜? 저들은....?

나 역시 홀든처럼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머리론 끝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위선을 증오하고,
속물근성을 씹어대면서
정작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사는지에 대해 
물어볼 용기조차 없다. 
그렇게 싫으면 관계를 끊으면 되는데
그조차도 할 용기도 없으면서
홀든을 욕하고 있었다. 

아니다. 
나도, 홀든도 우리가 욕하는 다른 사람들과
사실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내가 홀든을 보면 짜증이 났던 것 처럼
누군가는 나를 보며 
밀려오는 짜증을 누르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세상 모든 이들 하나하나가 
서로에 대한 짜증을 억누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우리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알고보면 인간은
수없이 많은 짜증과 싫음을 견디고 참아내며
결국엔 어떻게든 좋은 관계로 어울려 살아가는 
대단한 경지의 수도자들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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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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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 잘생긴 프랑스 작가는 
어쩜 이리 파삭한 말투로 
덤덤하고 간결하게 우리 모두를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리는가...!!

화려하게 장식한 말투 하나 없이
너무나도 담백하게 이야기를 구워내
질리지 않고 퍼석한 글들을 꼭꼭 씹어삼켰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관계를 맺어가고,
그 관계가 가지처럼 얽히고 섥혀 
커다란 공동체처럼 엮여있지만
따지고보면 그들 모두 완벽히 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에 불구하다. 

"삶의 주인공은 나"라고 하지만
결국 죽을 때 까지 시간 속을 헤메고
사람 주변을 맴돌다 허무하게 퇴장하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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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묵혀온 시간만큼이나 묵직한 무언가가 있다. 
고전읽기....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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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탬 : 민음사 문학전집 시리즈가 좋은 이유!!
무엇보다 손에 싹~ 들어오는 크기와
전혀 무겁지 않은 책무게~!!!
외출용으로도 손색없고,
누워서 읽다가 얼굴로 책이 떨어져도
그닥 아프지 않다는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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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어머니 - 개정판 정채봉 전집 6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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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나름 문학소녀였던 나는 
엄마의 책장에서 "정채봉"의 책을 처음 보았다. 
어른들을 위한 짧은 동화를 모은 것이었는데
깔끔한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잔잔한 감동은 배가 되었었다. 

어느 날엔가는,
친구가 생일 선물이라며 선물해 주었었다. 
겉표지를 연두색 한지로 곱게 싸고,
표지를 넘기면 마음이 담긴 메세지도 씌여 있었다. 
그 책을 수십번은 읽었나보다.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정채봉"같이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동화를 써야지 했었던 것도 같다. 

강화 참나리집에서 발견한 정채봉 에세이집
"스무살 엄마" ...
정채봉이 생활 속에 겪은 여러 일들, 생각들을
짧게 써 엮은 에세이집이다. 
17에 시집 와 18에 정채봉을 낳고,
스무살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서부터
고향 이야기, 친구 이야기, 사람이야기, 사물이야기가
조용하게 펼쳐진다. 

2001년 이맘 때 생을 달리 한 그가
옆에 앉아 엄마 얘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책 속 에세이 중 가장 맘에 들어온 이야기가 바로 
"고향소리" 이다. 
읽고 나니 친구가 보고파졌다. 
읽고나니 그런 친구가 되고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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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요시다 아쓰히로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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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달의 배"마을 사거리에
밤에만 문을 여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다. 
이름도 없는 이 레스토랑 앞에는
언제나 작은 회오리가 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식당을
"회오리 바람 식당" 이라 부른다. 


이 마을엔 인공비를 연구하는 작가가 있고,
늘 조연만 하는 키 큰 여배우가 있고,
오렌지에 반사된 불빛 아래 책을 읽는 과일가게 청년이 있고,
만보계를 '이중 공간 이동 장치'라 부르는 모자가게 주인이 있다. 

미국에는 영웅주의가 있다면
일본에는 동양철학이 있다. 
미국 영화나 책을 보면 위기를 한번에 구해 낼
영웅이 꼭 등장한다. 
하지만 일본 영화나 책 속엔
부자든, 가난한 이든, 고매한 박사든, 거리의 부랑자든
모두가 삶의 철학자다. 
그들은 작고, 평범한 물건에조차 제 본디 역할보다 더 심오한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의미"들이 쌓여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가볍게 후루룩~ 읽히다가도
중간중간 읽는 것을 멈추고 숨을 한번 크게 쉬게 만드는
일본 소설....
다시금 책장 안의 일본 소설들을 눈으로 훑어본다. 
그 속에 수많은 "의미"들이
활자를 통해 꾸물꾸물 마음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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