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로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우리 부모님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와 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 식의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다. "


긴 문장으로 시작된 이 소설....
읽는 내내 주인공인 홀든에게 짜증이 났다. 
아무리 사춘기 소년이라지만
세상 모든것에 불만과 불평, 짜증을 내는 그가
참 어리석고, 안타깝고, 맘에 안들었다. 
세상 모든 부조리와 위선, 
그것에 맞설 힘도 없으면서 속으로만 헛구역질 해대는 그가 
과연 그가 비난하는 그 속물들과 다른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며
홀든에게서 내가 보였다. 
왜 저들은 나와 같지 않은가?
왜 저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가?
왜 저들은 자기 세계에 빠져 그것만이 옳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그르다고만 하는가?
왜 저들은?
왜? 저들은....?

나 역시 홀든처럼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머리론 끝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위선을 증오하고,
속물근성을 씹어대면서
정작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사는지에 대해 
물어볼 용기조차 없다. 
그렇게 싫으면 관계를 끊으면 되는데
그조차도 할 용기도 없으면서
홀든을 욕하고 있었다. 

아니다. 
나도, 홀든도 우리가 욕하는 다른 사람들과
사실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내가 홀든을 보면 짜증이 났던 것 처럼
누군가는 나를 보며 
밀려오는 짜증을 누르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세상 모든 이들 하나하나가 
서로에 대한 짜증을 억누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우리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알고보면 인간은
수없이 많은 짜증과 싫음을 견디고 참아내며
결국엔 어떻게든 좋은 관계로 어울려 살아가는 
대단한 경지의 수도자들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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