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그대로 과학철학 보고서에 최악의 점수가 매겨졌다. 그것이 개인 보고서가 아닌 조 보고서였기에 더욱 찜찜했다. 혹여 내가 맡았던 부분 때문에 점수가 이모양으로 나온건 아닌지, 마감시간을 30 분 넘긴 나의 게으름이 다른 조원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을지. 물론 남이 입었을 피해를 먼저 생각한건 아니다. 보고서 점수가 내 학점에 미칠 영향력을 가장 먼저 곰곰이 따져 보았으니 말이다. 최고점과 3점 차이. 그 정도 가지고 뭐 그렇게 마음 쓸 필요있냐 하겠지만, 첫째, 지금까지 제출된 보고서 중 그 누구도 맞지 않았던 최악의 점수라는 사실, 둘째, 요약 대상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는 데 따르는 좌절감이 나를 아프게 했다. 이번 학기 제대로 수강한 과목 하나 없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과학철학만큼은 좋은 성적을 바랐는데, 교재 한번 읽지 않았다는 극명한 사실이 나의 불성실을 고자질했으므로 나는 괴로웠던 것이다. 천학비재함을 겸양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진실로 천학비재한데다, 공부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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