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고종석의 책들을 다시 일별했다. 특히나 <책읽기 책일기>를 선독했다. 그간 미처 읽지 못했던 글들부터 시작해, 다시 읽고 싶었던 글들을 차례차례 읽었다. 세련된 문장과 화려한 수식, 정확한 문장은 나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지만, 그것으로 그치진 않았다. 좋은 글에 대한 나의 욕망을 재차 확인시켜주었으니 말이다. 책은 주로 문학과 관련된 기사의 집적이었다. 작가나 비평가를 초점으로 한 그의 글들은 대상이 된 인물들의 열정을 또렷이 드러내 보였다. 슬렁슬렁 사변을 늘어놓는 듯 하면서도, 그 기저에 그의 신경질이 엿보인다는 사실은 그가 글을 쓰는데 독자의 상상 이상으로 힘을 쏟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내친김에 학교서점에서 그의 국어 삼부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그중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유일한 책, <언문세설>을 구입했다. 멀지않아 절판되리라는 위기감에서 였는데,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의 글을 읽으며, 쾌감이라고 밖에 명명할 수 없는 감정을 재차 확인하고, 나의 글쓰기 또한 누군가에게 그러했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보았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가 지금보다 즐거울 수 있으리라는, 더듬거리지 않는 경묘한 문체를 체현할 수 있을것만 같은 막연한 예감을 하기도 했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손이 특유의 강박관념에 떨려올 때, 그러한 희망은 쉽게 부서지는 투명한 유리와 같지만, 그 떨림이 나락과 함께 천국을 예기하는 것도 같다. 이 믿음만이 나를 지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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