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다시 약간의 한탄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시간은 쏘아놓은 살 같았다. 지난 연말 이후로 난 아직 제 정신을 찾지 못한 듯하다. 그래, 그러니까, 1월에는 계절학기를 들었고, 2월과 3월엔 토익을 공부했다. 4월이 시작되었다. 난 잠시 주춤했다. 오랜만에 비장하게 치른 토익 시험이 끝나 긴장이 풀렸었나 보다. 그런 와중에 스터디를 구했다. 모임날짜에 맞춰 급히 숙제를 해치우곤 했다. 그런 대로 시간이 잘 굴러가는 듯했다.
이게 다 토익성적 때문인가? 가볍게 치렀던, 만만해 보였던 한자능력 시험이 한 문제 차이로 나를 배신할 것 같다는 예감이 확실해 보이는 탓인가? 문득 지난 2개월 동안의 시간이 아무런 무게도 갖지 못하고 주위를 방방 떠가는 것 같다. 아니 그보다도 나의 오만한 방심에 죽비를 내리치고 싶다. 시간은 충분했다. 적어도 한자 시험은, 며칠만 집중력있게 준비했어도 합격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한자자격증 따위야 무에 중요하겠는가. 충분히 넉넉하게 여겨 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하나둘 미루고 보면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나가는 것이다.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헛된 시간이 될 수 있는지 친구들은 경고하지 않았던가. 나만은 그렇지 않다고 얼마나 자신만만하게 말했던가.
나는 스스로를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재능이라도 살려보자. 어쩌면 지금만큼 많은 시간이 주어지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마자막 기회라고 생각하자. 결과물을 바라지는 말자. 그러나 스스로에게는 떳떳한 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