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다만 하비의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을 다시 펼쳤다 관두었다. 오늘내로 완독할 생각이었는데 전만큼 잘 읽히지 않았다.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팍팍하게 느껴졌다.

 이틀째 비가 왔다. 방 공기도 서늘해졌다. 손발이 찼다. 다시 책을 읽으려는 몇 번의 시도.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네 권을 한 시간에 열 페이지를 읽는 속도로 읽었던 기억이 일었다. 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읽는다는 건 시간낭비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년간 어렵게 읽었고 쉽게 잊었다. 내 속은 다시 텅 비었고, 나는 또 다른 책을 읽으며, 읽기를 망설이며, 시간을 축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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