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서술은 평이했고, 정리되지 않았던 서양사 지식을 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은이의 좌파적 경향 덕분에 맑스의 노동가치설을 비중있게 접하게 됐다. 경제학 지식이 없어 가치를 생산하는 건 노동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 의문이 들어 찾아 보니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값을 결정한다는 것도 뒤늦게 나온 이론일 따름이고 그 전에는 노동이나 한계효용이 값을 결정한다고 여겼었나 보다. 지금도 그 전의 이론들이 유효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유효하지 않다면, 맑스주의자들이 흔히 내세우는, 자본이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으로 구성되고, 가변자본만이 잉여가치를 생산한다는 공식도 말짱 헛것 아닌가 싶었다. 휴버먼은 책에서 이 공식을 활용해 공황까지 설명하고 있는데, 공식이 사실이 아니라면, 공황에 대한 설명의 유효성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물론 맑스의 이론이 강조되어 있을 뿐, 맑스의 이론만 소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적절한 균형감각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맑스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1930년대에 씌어졌다는 시대적 제약이나 지은이의 정치적 편향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도 하다. 책을 읽다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이 있어 전에 읽었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발췌독했는데, 맑스에 관한 챕터를 읽고 약간 허탈해졌다. 휴버먼이 책 한권으로 옹호하고자 했던 이론이 챕터 하나로 힘없이 무너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쉽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책들보단 경제학 책을 읽고 차근히 공부해 나가야 자기확신이라도 갖고 판단을 내리겠는데, 선무당처럼 어설픈 재단에 바쁘다. 발밑을 살피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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