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험기간이다. 모두 다섯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데, 두 과목은 어제 보았고, 세 과목의 시험을 앞두고 있다. 미루던 시험공부를 하던 일요일에 나는 스스로가 참 어처구니 없었다. 가슴이 너무 떨렸기 때문이다. 다음날 혹여나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할까,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무슨 대입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닌데, 밤에 잠자리에 들려니 가슴이 너무 떨려 잠도 안 왔다. 한 시간쯤 잠을 설치고, 아침에 알람이 울리자 퍼뜩 깨어났다. 꽤 많은 시간을 잔 셈이었지만, 몸과 마음은 모두 피곤했다.
잠이 오지 않던 새벽에 나는 이 난데없는 긴장의 이유를 설명해보려고 애썼다. 아니, 그것보다는 긴장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대기에 바빴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일 테다. 대학 학점이란 혹여 좋지 못하더라도,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하지는 않는 다는 게 위로의 근거라면 근거였다. 정말 그런가. 요즘 학점이 높아야 취직이 잘된다고 하지는 않던가. 취직 이전에 학점은 성실성의 척도가 아닐까. 학점이 좋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단지 방기된 생활을 변명하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잡다한 생각이 오갔다. 잠은 쉬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어쨌든 시험을 보았고,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졌다.
다시 시험 전날이 되면 그제같이 잠이 오지 않을까, 지레 겁이 나기도 한다. 적어도 입대 전에는 시험을 이유로 그렇게 마음 떨리지 않았던 것 같다. 시험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학점은 평균은 되었고 그걸로 만족했었다. 물론 저학년과 복학생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다. 하지만 연륜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째 나는 세상과 더 스스러워지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단순하다. 이렇게 질문하는 데 시간을 쓰지말고, 그 시간에 시험공부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