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다 퍼뜩 놀랄 때가 있다. 어떻게 그런 야비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은 대개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내내 부려져 있다가 이때다 하고 마음먹고 하게 된다. 그리고 말이 입에서 새어나오는 그 순간! 상대방의 표정을 읽기도 전에 내가 내 표정을 짐작할 수 있게 되고 말은 떨리고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게 거기에서 그치면 좋겠는데, 어색한 허세가 말의 야비함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것 같아 오히려 한두 마디의 말을 더 보태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더 꼬여버리고 나는 하릴없이 이제 더 무슨 말을 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내가 미워져 하던 일에 집중도 할 수 없고, 벌게진 얼굴로 호흡만 가다듬고 있다. 이미 머릿속은 하얗다.
그 야비한 말은 왜 내 마음 속에서 맴을 돌며 부려져 있었을까. 내가 못마땅했고 상대방이 잘나보였으며, 굳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할 만한 구석을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근질근질했는데, 마침 지겨운 강샘을 털어놓을 사람을 만난 것이다.
나는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