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는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심지어 음악을 듣는 일조차. 시디를 재생시키고 은근한 초조감에 시달린다. 이윽고 재생을 중지한다. 음악을 들으며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다. 생각은 쉽게 분산된다.

 과민한 탓인가. 추측은 해보지만, 예민한 신경과 음악이 그리 좋지 못한 관계를 갖지는 않을 것 같다. 순전히 음악만 듣는다면야 오히려 신경이 안정되어야 할 터인데, 그럴 땐 오히려 음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 생각만 일삼게 된다. 역시 집중력 탓이려니 여기고 있다.

 책을 읽는 속도나, 이해력이 웬만한 사람과 견주어 뒤떨어지는 것 또한 집중력 탓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듣기가 안 되니 불편한 점이 많다. 우선, 사람을 만나도 이야기를 오랫 동안 하지 못하고 빨리 끝내게 된다. 내가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맥락을 자주 놓치기 때문이다. 대답이라고 주섬거리면 동문서답이 되고말아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가 곤란해진다. 자연 타인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게 되고 배려심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게 다 집중력 때문이라고 다시 말하려니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듣기문제가 요즘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아주 결정적인 이유.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토익듣기점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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