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술에 더 빨리 취하는 탓인지, 그게 술에 취해 하게 된 이야기인지 멀쩡한 정신에서 내뱉은 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침에 정신이 들어 누워있는 상태에서 지난밤 일을 하나씩 되짚어 보면 어제 한 말들이 말이 되는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후회인지 뭔지도 모를 감정들이 떠오른다. 모든 게 가뭇이 없어서 판단할 수도 없을 것 같고, 판단할 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요즘들어 술을 자주 마시게 된다. 이러지 말자, 결심도 하지만 기어코 헛심이 되고만다. 술을 마시고 난 아침에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생채기를 살펴보는 의아한 심정이 되고만다. 아프지는 않지만 괜한 흉터를 남길까 봐 공연히 마음이 쓰이는 그런 생채기말이다. 벽에 비친 뚜렷한 햇볕만이 위로가 되는 아침이다.